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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베니스의 산마르코 광장

울프팩 2017. 12. 31. 17:13

베니스의 중심은 산 마르코 광장(Piazza San Marco)이다.

베니스의 상징적인 건물들이 모두 이 곳에 모여 있으며 바다와 운하를 한꺼번에 볼 수 있어 항상 많은 관광객들로 붐빈다.


산마르코 광장은 같은 이름의 성당 앞에 길이 175미터, 폭 80미터 크기로 대리석을 깔아 조성됐다.

주변에 성당을 비롯해 국립 고고학 박물관, 두칼레 궁전 등이 차례로 들어서며 12세기에 지금과 같은 'ㄷ'자 모양으로 형성됐다.

[산 마르코 광장에서 이어지는 두칼레 궁전과 베니스 앞바다.]


북쪽은 대운하를 등에 진 상가 건물들, 해가 뜨는 동쪽에서는 네 마리의 말이 버티고 서 있는 성당, 남쪽으로는 도심 광장으로는 이례적으로 탁 트인 바다가 보인다.

마치 거실에 앉아 커다란 창으로 바다를 보는 듯한 풍광이다.


그래서 나폴레옹은 흔치 않은 이 풍경이 아름다워 산 마르코 광장을 유럽의 우아한 응접실이라고 칭했다.

대운하를 건너 산 마르코 광장으로 들어서려면 시계탑이 있는 아치 형태의 길로 들어서야 한다.

[위에 커다란 청동상이 종을 두드리는 모습은 영화 '인페르노'에도 등장한다.]


마치 문처럼 광장으로 뚫려 있는 이 길은 베네치아의 중심가인 리알토의 상점거리로 이어진다.

1499년에 완공된 시계탑(Torre dell'Orologio)은 메르체리아라고 불린다.


광장에 들어서면 왼쪽 편에 커다란 성당이 보인다.

바로 산 마르코 대성당(Basilica San Marco)이다.

[베니스의 산 마르코 대성당. 항상 인파로 붐빈다.]


광장의 이름이 유래하게 된 이 성당은 2명의 베니스 상인이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서 가져온 성 마르코의 유골을 봉안하기 위해 892년부터 832년에 걸쳐 건축됐다.

이후 성 마르코는 베니스의 수호성인이 됐다.


지금과 같이 거대한 모습으로 증축된 것은 11세기 말이다.

비잔틴 양식의 이 성당은 독특하게도 이슬람 모스크처럼 다섯 개의 돔이 있다.

[산 마르코 대성당의 파사드를 장식한 황금 모자이크가 석양을 받아 황금빛으로 번쩍거리고 있다.]


돔과 더불어 눈길을 끄는 것은 성당 정면 위에 버티고 서 있는 네 마리의 청동 말이다.

댄 브라운의 소설을 영화로 만든 '인페르노'에서도 이 말이 등장한다.


원래 이 말은 고대 그리스 시대 유물이다.

로마의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비잔티움, 즉 콘스탄티노플에 옮겨 놓은 것은 1204년 십자군 원정에 참여한 베니스의 총독(도제)이 콘스탄티노플을 약탈하면서 베니스로 가져왔다.

[산 마르코 대성당 내부에 전시된 진품 청동 말 조각상.]


도제는 네 마리의 말을 한꺼번에 배에 실을 수 없자 목 연결 부위를 잘라서 실어 왔다고 한다.

성당에 오르면 실제로 네 마리의 말을 볼 수 있는데 성당에 설치된 것은 복제품이다.


진품은 성당 내부에 따로 보관돼 있다.

성당에 들어가 보면 우선 온 천장을 황금으로 도배한 모자이크 그림이 눈에 들어온다.

[휘황찬란한 황금 모자이크로 장식된 산 마르코 대성당 내부.]


천장과 벽 등을 황금 조각을 쪼개 만든 모자이크 그림은 빛을 받으면 눈이 부실만큼 찬란하다.

뿐만 아니라 성당 곳곳에 네 마리의 말처럼 베니스가 사방에서 약탈해온 각종 물건과 미술품들이 가득하다.


내부는 사진 촬영이 금지돼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직원들의 눈을 피해 촬영들을 많이 한다.

산 마르코 대성당 바로 옆에 붙어 있는 것이 과거 베니스를 통치하던 총독, 즉 도제의 집무실인 두칼레 궁전(Palazzo Ducale)이다.

[산 마크로 광장의 두칼레 궁전.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 팬이라면 어쌔신 크리드 2에서 익숙한 모습이다.]


두칼레 궁전은 바다를 향해 길게 열주들이 버티고 선 회랑이 특징이다.

회랑 열주에 성경의 여러 장면을 조각해 놓았다.


콘솔 게임 '어쌔신 크리드 2'를 하다 보면 산 마르코 광장을 자주 가게 되는데 두칼레 궁전은 접근 금지 구역으로 나온다.

지금은 박물관이 된 두칼레 궁전은 9세기에 건설됐으며 1309년부터 1442년에 걸쳐 증축됐다.

[산 마르코 광장 선착장 너머로 산 조르조 마조레 섬이 보인다.]


두칼레 궁전을 끼고 바다쪽으로 걸어가면 여러 섬으로 떠나는 배를 탈 수 있는 선착장이 나온다.

선착장을 향하는 길에 왼쪽을 보면 운하와 이어지는 건물들 사이로 높다란 통로가 하나 보인다.


바로 탄식의 다리(Ponte dei Sospiri)다.

1600~1603년에 안토니 콘티노가 설계했다.


왼편의 두칼레 궁전과 연결돼 있는 이 다리는 궁전 3층에 있는 심문실과 감옥을 연결한다.

궁전에서 심문과 재판을 받고 형이 확정된 죄수들이 이 다리를 건너 바로 옆 프리지오니 누오베(Prigioni Nuove) 감옥으로 이송됐다.

[죄수들이 탄식을 내뱉으며 건넜다고 하는 탄식의 다리.]


이때 죄수들은 다리에 난 조그만 창으로 바다와 산 조르조 섬을 내다보며 한숨과 탄식을 했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하얀 석회암으로 만든 이 다리는 특이하게도 예술적인 조각 장식이 붙은 지붕이 있으며 양편을 벽으로 감쌌다.


내부는 어깨가 닿을 만큼 비좁고 낮아서 죄수들이 수그린 채 다리를 건너다가 유일하게 밖을 내다볼 수 있는 창으로 바다를 봤다고 한다.

세기의 바람둥이로 유명한 카사노바도 이 다리를 건너 감옥에 갇혔다.

[산 조르조 마조레 섬에서 바라본 베니스 풍경.]


원래 처음부터 탄식의 다리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아니었고 18세기 영국 시인 바이런이 '차일드 해럴드의 여행'이라는 시에서 '탄식의 다리'라고 언급한 뒤 이렇게 불렸다.

베니스에서는 해가 질 때 곤돌라를 타고 이 다리 아래를 지나며 입을 맞추면 영원한 사랑을 할 수 있다는 속설이 있다.


산 마르코 성당 앞쪽으로 좌우에 긴 아케이드가 있다.

성당을 등지고 섰을 때 왼쪽, 즉 바다 쪽 아케이드가 프로쿠라티에 누오베(Procuratie Nuove)이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로 유명한 카페 플로리안.]


16세기에 자코포 산소비노가 설계했고 최종 완성된 것은 그가 죽고 나서 한참 뒤인 1640년이다.

여러 상점들이 들어선 이 건물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바로 카페 플로리안이다.


1720년 플로리아노 프란체스코니가 개업해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로 통하는 이 곳은 바그너, 나폴레옹, 쇼팽, 니체, 괴테, 카사노바 등 당대 유럽의 명사들이 자주 찾은 곳이다.

실내나 실외에서 차를 마실 수 있는데 피아노와 현악기를 연주하는 음악가들이 계속 생음악을 연주한다.

[산 마르코 성당 종탑에서 내려다본 광장. 양 옆으로 아케이드가 늘어서 있다.]


음악을 들으며 차를 마시다 보면 나폴레옹 말마따나 우아한 유럽 응접실 분위기를 절로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이 음악이 결코 공짜가 아니다.


꽤 비싼 차 값을 치를 때 보면 음악 비용이 함께 붙어 있다.

차 값은 실내보다 실외가 조금 싼 편.


그리고 날씨가 더우면 실내의 경우 더 덥다.

내부 인테리어는 꽤나 고풍스럽다.

[산 마르코 성당 종탑.]


사람이 워낙 많아 관광객이 몰릴 경우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플로리안 위쪽은 박물관이 자리잡고 있다.


플로리안 카페 건너편에 위치한 아케이드는 프로쿠라티에 베키에(Procuratie Vecchie)다.

도제 다음 위치인 산 마르코의 프로쿠라티에의 집무실과 숙소가 있던 곳이다.


이 건물 1층에도 꽤 유명한 카페 콰드리가 있다.

플로리안을 베니스 사람들이 즐겨 찾았다면 콰드리는 이 곳을 통치했던 오스트리아 사람들이 즐겨 찾았다.

[산 마르코 광장의 비둘기들.]


광장 한복판에 버티고 서 있는 산 마르코 성당 종탑(Campanile di San Marco)은 1156년부터 1173년에 건설됐다.

그런데 1902년 탑의 북쪽에서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해 1912년 완전히 무너졌다.


이후 지금과 같은 모양으로 다시 재건했다.

98.6미터 높이의 종탑은 돈을 내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갈 수 있다.

[베니스는 매년 해수면이 상승해 가라앉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환경문제가 심각하다. 이 아름다운 도시를 좀 더 오래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종탑 꼭대기에 5개의 종이 걸려 있는데 일정한 시간이 되면 사람이 있던 말던 귀청이 떨어져 나갈 만큼 커다란 소리로 종을 울려댄다.

이 종탑도 산 조르조 마조레 성당의 종루처럼 산 마르코 광장을 내려다볼 수 있어 올라가 볼 만하다.


다만 시간을 잘 맞추지 않으면 장시간 기다려야 한다.

특히 한 눈 팔다 보면 새치기하는 사람이 많으니 주의해야 한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빛과 색채의 도시, 베네치아 그림 산책
박용은,박성경 공저
베네치아 걷기여행
조앤 티트마시 저/정현진 역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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