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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DVD / 블루레이

브람스토커의 드라큐라(4K)

울프팩 2022. 10. 24. 04:20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Francis Ford Coppola) 감독의 '브람 스토커의 드라큐라'(Bram Stocker's Dracula, 1992년)는 기존 흡혈귀 영화들과 다르다.
단순히 공포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원작에 없는 로맨스를 곁들여 더 할 수 없이 아름답고 안타까운 사랑이야기로 바꿔 놓았다.

 

내용은 영국에 집을 구하려는 트란실바니아의 드라큘라(게리 올드만 Gary Oldman) 백작에게 계약차 방문한 변호사 조나단(키아누 리브스 Keanu Reeves)이 겪는 이야기다.

조나단이 백작의 성에 구금된 동안 드라큘라는 몰래 런던에 도착해 조나단의 약혼녀 미나(위노나 라이더 Winona Ryder)를 비롯해 주변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린다.

 

조나단과 친구들은 드라큘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퇴마 능력을 지닌 반 헬싱(앤서니 홉킨스 Anthony Hopkins) 교수를 불러 드라큘라 추적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드라큘라 가문의 비극과 잃었던 사랑을 현실에서 되찾으려는 드라큘라의 안타까운 비밀이 드러난다.

슬픈 사랑으로 승화한 이야기는 반기독교적 인물인 드라큘라가 신의 품에서 안식을 찾는 결말을 통해 뜻밖에 기독교적 구원으로 막을 내린다.
원작과 다른 결말이지만 이를 통해 코폴라 감독은 종교적, 인간적 사랑을 모두 담았다.


과거 '노스페라투'처럼 독일 표현주의 영화들과 그림을 참조한 코폴라 감독은 상징과 기호로 영화를 가득 채웠다.

따로 움직이는 거대한 드라큘라의 그림자, 기차를 따라 움직이는 눈, 미나와 드라큘라 주변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일들은 여러 가지 사건과 메시지를 암시한다.

 

더불어 공포물 치고는 상당히 관능적이다.

원작이 갖고 있는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성적 억압에 대한 반발이 영화 속 미나와 친구 루시를 둘러싼 사건, 조나단을 감시하는 여성 흡혈귀들을 통해 표출됐다.

 

그만큼 동성애적 코드나 다채로운 성애 장면들이 등장한다.

이야기와 더불어 단연 돋보이는 것은 바로 영상이다.


무엇보다 이시오카 에이코가 담당한 화려한 의상과 미술, 화사한 색감이 갖는 흡입력은 대단하다.

캐스팅도 성공적이다.


흡혈귀로 변신한 게리 올드만과 당시 신예인 위노나 라이더와 키아누 리브스, 탄탄한 연기파 배우 앤서니 홉킨스가 어우러져 조화로운 연기를 선보였다.

특히 연극적 액션과 대사처리로 극적 긴장감을 고조시킨 게리 올드만의 연기가 뛰어났다.

 

영상과 연기를 뒷받침한 또 다른 숨은 조역은 보이체크 킬라르가 담당한 음악이다.

폴란드 클래식 작곡가 킬라르의 음악은 서정적 분위기를 자아내며 비감한 서사를 부각시켰다.


한마디로 역대 드라큘라 영화 중에 찾아보기 힘들 만큼 아름다운 작품으로, 코폴라 감독의 수작이다.

국내 출시된 4K 타이틀은 4K와 일반 블루레이 등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2160p U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화질이 아주 좋은 편은 아니다.

블루레이 타이틀보다 개선됐지만 필름 입자가 거칠게 두드러지고 지글거림이 보인다.

 

그러나 강렬한 색상이 충분히 살아있고 무엇보다 깊은 블랙이 잘 표현됐다.

영상의 디테일 또한 블루레이보다 좋다.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웅장하다.

리어 채널의 활용도가 높아서 드라큘라의 포효 소리가 사방 스피커를 울린다.


부록으로 코폴라 감독의 음성해설, 코폴라 감독과 제작진의 음성해설, 제작과정, 의상, 시각효과, 작품 배경, 삭제 및 확장 장면 등 풍성한 내용이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부록은 HD와 일반 영상이 섞여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드라큘라의 실존 모델은 루마니아 영주 블러드 체페슈다. 그는 술탄 모하멧 2세가 콘스탄티노플을 침공했을 때 기독교 수호를 위해 맞서 싸웠다. 그때 사로잡은 적을 꼬챙이에 꿰어 죽여 잔혹한 별명을 얻었다.
영화는 이리네 뒤네의 사진을 바꾼 콜롬비아 로고와 함께 시작. 의상을 맡은 이시오카 에이코는 동양적 선과 문양을 서양 의상에 접목해 독특하며 환상적 분위기를 연출했다. 드라큘라의 갑옷은 아르마딜로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 영화는 한 시퀀스를 제외하고 모두 스튜디오에서 촬영. 바다 장면, 웅장한 드라큘라 성을 배경으로 한 추격전 모두 MGM 대형 스튜디오서 찍었다. 루시의 정원은 MGM 스튜디오의 수영장을 개조한 곳.
코폴라 감독의 아들 로만 코폴라가 시각효과를 맡았다. 작은 일기장을 카메라 앞에 놓고 멀리 떨어진 모형 기차를 촬영해 일기장 위로 기차가 지나가는 것처럼 연출.
드라큘라의 눈을 필름에 투영해 차창에 비친 것처럼 촬영. 무르나우 감독이 무성영화 '노스페라투'에서 쓴 기법이다.
거대한 드라큘라의 고성은 글라스 샷으로 촬영. 성을 그린 유리판을 렌즈 앞에 대고 실제 마차를 찍었다. 마차 추격 장면은 마리오 바바 감독의 '블랙 선데이'를 참고했다.
드라큘라의 숨은 모델은 블러드 체페슈 외에 영국 시인 바이런 경이다. 바이런의 친구였던 폴리도리 박사는 바이런을 모델로 '흡혈귀 바니'라는 소설을 썼다. 바이런을 몰래 사랑한 폴리도리는 바이런이 자신의 인생에서 피를 빠는 흡혈귀 같은 존재로 생각했다. 브람 스토커는 흡혈귀 바니를 읽고 '드라큘라'를 집필했다. 아울러 바이런은 프랑켄슈타인의 모델이기도 하다.
드라큘라는 '드라큘의 아들'이란 뜻. 드라큘라는 루마니아 귀족계급중 최고인 용에 해당.
코폴라 감독은 사물과 그림자가 따로 노는 영상을 통해 초현실적 분위기를 연출. 그만큼 드라큘라가 초자연적 현상임을 강조. 이를 위해 팬터마임 전문 배우가 게리 올드만과 같은 의상을 입고 그림자 연기를 따로 했다.
촬영은 2017년 타계한 마이클 볼하우스가 맡았다. 그는 '갱스 오브 뉴욕'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 '좋은 친구들' 등을 찍었다.
모니카 벨루치가 여성 흡혈귀로 등장. 로만 코폴라가 잡지 사진을 보고 모니카를 섭외.
여성 흡혈귀의 변형된 모습은 구스타프 도레의 '신곡' 삽화를 참조했다. 코폴라 감독은 돈이 필요해 이 영화를 찍었다. 그만큼 상업적 흥행을 염두에 뒀다.
가수 톰 웨이츠가 드라큘라의 하수인이 된 랜필드를 연기.
괴물로 변한 드라큘라가 여성과 정사를 나누는 장면은 장 콕토 감독의 '미녀와 야수'에서 따온 설정.
코폴라 감독의 가족들이 제작에 참여. 시각효과를 맡은 아들 로만 코폴라 외에 2020년 사망한 조카 안톤 코폴라가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다.
런던 거리를 거닐던 드라큘라가 미나를 만나는 장면은 무성 영화 시대에 쓰인 수동식 파테 카메라로 촬영.
위노나 라이더는 '대부 3'에서 알 파치노의 딸 역으로 캐스팅됐으나 촬영 중 건강이 안 좋아 중도하차했다. 그래서 코폴라 감독은 그에 대해 좋지 않은 기억을 갖고 있었으나 위노나 라이더가 워낙 이 작품에 열성적이어서 섭외했다.
코폴라 감독은 "브람 스토커 소설에 사랑이야기가 없다. 이 영화는 사랑 이야기다. 지고지순한 사랑이야기"라고 강조했다.
결혼식 장면은 LA 동방정교 교회에서 촬영. 스튜디오를 벗어난 유일한 야외 촬영이다.
젊은 여인의 관을 둘러싼 사람들의 모습은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를 흉내냈다.
루시가 피를 뿜는 장면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샤이닝'에 대한 오마주다.
여인의 드레스는 도마뱀 모양을 흉내냈다. 드라마 '도깨비'처럼 불멸의 존재에게는 결국 죽음이 안식인 셈이다.
게리 올드만의 연기는 동작이 과장돼 지극히 연극적이다. 연극을 연출한 코폴라 감독의 영향이다. 코폴라는 배우들에게 숱한 리허설을 시키기로 유명하다. 그 바람에 리허설을 싫어한 앤서니 홉킨스와 마찰을 빚었다.
작곡가의 아들인 코폴라 감독은 클래식을 선호한다. 영화음악은 처음에 폴란드 작곡가 루토슬라프스키에게 의뢰했으나 얼마 후 그가 죽는 바람에 킬라르에게 다시 맡겼다.
키아누 리브스는 친구였던 위노나 라이더가 추천했다. 아리플렉스535 카메라로 촬영.
드라큘라가 최후에 입고 나온 의상은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 '키스'의 문양과 디자인을 인용했다.
코폴라 감독은 "의상이 세트"라고 생각했다. 코폴라는 이 작품으로 돈을 벌어 요리, 와인, 리조트 사업 등에 투자했다. 그는 원작자를 존중해 '마리오 푸조의 대부'처럼 제목에 항상 원작자 이름을 넣는다.
코폴라 감독과 제작진은 얀 토로프의 '스핑크스', 헨리 페인의 '매혹의 바다', 에드바르트 뭉크의 '흡혈귀', 장 델빌의 '스튜어트 메릴 부인' 등 많은 그림과 '타락한 몽상가들'이라는 책에 나온 이미지에서 영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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