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사우스포(블루레이)

울프팩 2022. 11. 5. 23:20

안톤 후쿠아(Antoine Fuqua) 감독의 '사우스포'(Southpaw, 2015년)는 챔피언에서 나락으로 굴러 떨어졌다가 재기하는 권투선수 이야기다.

많은 권투 영화가 그렇듯 이 작품도 좌절의 순간을 이겨내고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는 설정이 '록키'와 비슷하다.

 

내용은 43승 무패의 전적을 갖고 있는 라이트 헤비급 권투선수 빌리(제이크 질렌할 Jake Gyllenhaal)가 잃었던 영광과 가족을 되찾기 위해 링에 서는 이야기다.

어느 날 도전자와 사소한 시비 끝에 가족을 잃는 비극을 겪은 빌리는 속절없이 무너진다.

 

급기야 딸마저 빼앗길 위기에 처하자 빌리는 다시 시작하는 심정으로 동네 체육관장 틱을 찾아간다.

틱(포레스트 휘태커 Forest Whitaker)은 빌리를 기본부터 다시 가르치며 변칙적인 왼손잡이 선수, 즉 사우스포로 만든다.

 

영화는 기본 구조가 록키와 많이 달았다.

나락으로 떨어져 챔피언 벨트를 잃고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일어서는 과정은 클로버 랭에게 챔피언 벨트를 잃었다가 되찾는 '록키 3'를 연상케 한다.

 

재기를 위해 틱을 찾아간 빌리의 모습은 미키에게로 돌아간 록키를 닮았다.

링 위에서 피투성이가 돼서 가족을 찾는 빌리의 모습은 '록키 2'의 피날레를 보는 듯하다.

 

어차피 권투영화는 숙명처럼 도전해야 하는 권투선수를 다룬 만큼 이야기가 비슷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이 작품도 록키처럼 절망에 끝에서 만나는 희망과 구원을 강조한다.

 

결국 차이는 경기 장면에서 갈린다.

이 작품의 경기 장면은 권투를 해서 이해도가 높은 후쿠아 감독이 연출을 잘 한 덕분에 연기가 아니라 마치 실제 권투 중계를 보는 것처럼 실감 난다.

 

이를 위해 후쿠아 감독은 링 주변에 HBO와 동일하게 카메라를 설치해 중계 앵글을 최대한 살렸다.

가드를 내려서 상대의 주먹질을 유도하는 장면 등은 작위적으로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경기 장면을 아주 잘 찍었다.

 

그만큼 제이크 질렌할을 비롯해 배우들이 훈련을 열심히 하고 합을 맞추기 위해 많이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비록 뻔한 결말이 예상되지만 실감 나는 경기 장면 때문에 단점들이 상쇄되는 작품이다.

 

빌리가 한순간의 분노를 참지 못해 나락으로 떨어지는 장면은 꼭 영화 속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분노로 삶이 망가지는 사람들을 언론 보도에서 많이 봤기 때문이다.

 

새삼 화가 많은 현대인들의 삶에 경종을 울려주는 작품이다.

1080p 풀 HD의 2.3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윤곽선이 깔끔하게 떨어지고 색상 또한 생생하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괜찮은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묵직한 저음은 부밍이 일 정도다.

부록으로 제작과정과 제작진의 관객과 대화, 삭제 장면, 훈련 장면 등이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부록들도 HD 영상으로 제작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빌리의 아내로 등장한 레이첼 맥아담스.
이 작품은 정상에서 추락한 권투선수를 통해 희망과 구원을 이야기한다.
후쿠아 감독은 제이크 질렌할에게 매일 권투 훈련을 받으라고 요구하고 함께 훈련에 참여했다. 후쿠아 감독은 권투를 좋아해 평소에도 권투선수들과 자주 어울린다.
권투를 제외하면 아빠가 되는 법을 배우는 운동선수 이야기이기도 하다. 즉 아빠가 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질렌할은 4개월간 매일 윗몸 일으키기 2,000개, 팔굽혀펴기와 스쿼트 200회씩하고 6마일을 달렸다.
원래 에미넴이 주인공 역할을 제의 받고 촬영을 했다. 그러나 에미넴이 음악 경력을 강조하기를 원해 중단하고 질렌할로 바뀌었다.
영화음악을 맡은 작곡가 제임스 아너는 개봉 직전 2015년 6월22일 비행기 추락사고로 33세 나이에 사망했다. 이 작품이 그의 유작이다.
막판 시합을 위한 특설 링은 라스베이거스의 시저스팰리스 호텔에 설치된다. 후쿠아 감독은 예산이 부족해 영화음악을 맡은 작곡가 아너에게 돈을 주지 않았다. 사실상 아너는 무료 봉사한 셈.
후쿠아 감독은 제이크 질렌할에게 공이 울릴때까지 멈추지 말고 실제 시합처럼 권투를 하라고 지시했다.
라이언 고슬링, 브래들리 쿠퍼, 제레미 레너도 주인공 역할로 고려됐다.
주인공 빌리는 1970년대 캐나다의 헤비급 챔피언 조지 추발로와 닮았다. 그는 무하마드 알리, 조지 포먼 등 당대 최고의 챔피언들과 시합한 캐나다의 전설이다.
권투 장면은 2주간 라스베이거스와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