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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추천 DVD / 블루레이

서던리치 소멸의 땅(블루레이)

울프팩 2020. 5. 13. 21:53

모르는 상대에 대한 두려움은 배가 된다.

자고로 공포란 무지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하물며 상대가 보이지 않는다면 더더욱 무서울 수밖에 없다.

모든 공포영화와 외계 생명체를 다룬 SF영화들은 이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차이가 있다면 그 존재가 가공할 만큼 크거나 아예 보이지 않게 작다는 정도.

알렉스 가랜드 감독의 '서던 리치 소멸의 땅'(Annihilation, 2018년)에 등장하는 적도 마찬가지다.

 

이 작품 속 외계 생명체는 바이러스와 흡사하다.

어느 날 바닷가 숲 속에 벼락 치듯 찾아온 외계 생명체는 숙주가 될 생명체에 침입해 세포를 송두리째 바꿔 놓는다.

 

이 과정에서 바이러스처럼 숙주의 세포를 복제하고 변이를 일으킨다.

그 모습이 때로는 기이하고 때로는 끔찍하다.

 

마치 사람이 되려다 그만둔 것처럼 풀과 나무는 온전히 인간의 모양을 닮았고, 상어의 이빨과 악어의 몸통을 지닌 괴물부터 사람의 음성을 흉내 낸 끔찍한 몰골의 곰까지 다양한 시각적 충격을 준다.

특히 사람의 배를 산채로 갈라서 뱀처럼 꿈틀거리는 창자를 드러내는 장면은 참으로 끔찍하다.

 

복제의 결과 또한 공포스럽다.

숙주의 세포를 복제하는 외계 생명체는 급기야 쌍둥이처럼 똑같은 인간을 만들어낸다.

 

이쯤 되면 어떤 게 실제 인간인지 헷갈릴 정도.

이런 복제인간들이 자연스럽게 인간들과 섞여 산다면 어떻게 될까.

 

영화가 열린 결말로 던지는 질문이다.

이 작품은 제프 밴더미어가 쓴 3부작 소설 '서던 리치' 중에서 1부 '소멸의 땅'이 원작이다.

 

전체적인 구성은 원작 소설과 크게 다를 바 없지만 영화 특유의 시각적 공포를 가미했다.

특히 가랜드 감독은 미지의 존재와 그들이 바꿔놓은 기이한 풍경을 몽환적인 영상으로 묘사했다.

 

외계 생명체 자체는 프랙털 디자인을 도입해 신비하게 묘사했고, 외계 생명체가 지배하는 쉬머라는 공간 또한 기이한 비주얼로 채웠다.

영상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이야기 전개도 다소 몽환적이다.

 

원작 소설도 애매모호한 부분이 있어서 영화도 그런 영향을 받았겠지만 알듯 모를 듯 신비하게 진행되는 이야기는 다소 답답하게 느껴진다.

따라서 '에이리언'이나 '프레데터'처럼 액션이 가미된 SF물을 기대 했다면 실망스러울 수 있다.

 

이 작품은 존재의 의미를 되새김질하게 만드는 철학적인 SF물에 가깝다.

그만큼 사유적이고 사변적인 영화다.

 

원작과 다른 점이 있다면 캐릭터들이다.

소설에서 쉬머라는 공간에 파견되는 5명의 여성 특공대는 이름이 없다.

 

그저 각자 맡은 역할과 직업으로 호칭되는데 영화에서는 여기에 이름을 부여했다.

만약 소설처럼 이름 없는 캐릭터들로만 영화가 진행됐다면 더더욱 애매모호한 작품이 돼버렸을 것이다.

 

5명의 특공대가 모두 여성으로만 구성된 점도 눈길을 끈다.

그렇다고 여성 특유의 장점이나 개성이 발휘되지는 않는다.

 

나탈리 포트만을 비롯해 여배우들이 맡은 캐릭터를 남성으로 바꿔놓는다고 해서 이야기가 어색하거나 달라질 것 같지 않다는 뜻이다.

굳이 여성을 고집할 만큼 특별한 이유나 메시지가 보이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캐릭터 구축이 잘됐다고 보기 힘들다.

원작 소설도 그러하니 비단 영화만 탓할 일은 아니지만 영상을 각색하는 과정에서 의미부여를 했어도 괜찮았을 듯싶다.

 

소설이 SF 관련 유명한 상도 받아서 기대를 했으나 애매모호한 이야기와 약한 캐릭터 때문에 명성에 미치지 못한 용두사미 같은 작품이 돼버렸다.

1080p 풀 HD의 2.39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무난한 화질이다.

 

영화적 특성상 몽환적인 영상을 강조하다 보니 전체적으로 약간 뿌옇고 윤곽선이 부드럽게 처리됐다.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좋다.

 

각종 효과음이 사방 채널에서 요란하게 울려 퍼진다.

부록으로 제작과정, 캐스팅 설명, 세트, 액션 촬영, 쉬머 공간 설명, 제작진 인터뷰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모두 HD 영상으로 제작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알렉스 가랜드 감독이 시나리오 작업에도 참여했다. 그는 제작자인 스콧 루딘이 보내준 책을 읽고 연출을 맡았다.
마치 유증기같은 안개가 감싸고 있는 쉬머라는 공간이 영화적 배경이다. 원작 소설속 5명의 캐릭터는 이름도 없고 대화도 거의 없다. 성별도 특정하지 않았다.
원작자인 제프 밴더미어는 처음으로 영화적 구성을 염두에 두고 연작 소설로 구상했다. 일부 에피소드는 20년간 북부 플로리다에 살면서 산책 중 겪었던 일들로 구성했다.
제작진은 후쿠시마와 체르노빌의 참사 이후 폐허가 된 환경 사진을 참고했다. 특히 유전자가 손상된 식물들의 기이한 사진들을 참고했다.
주연을 맡은 나탈리 포트먼. 바닷가 장면은 영국 노포크에 있는 홀캄 비치에서 찍었다.
감독은 시각화 작업에 영국 만화가 앨런 무어가 그린 '스웜프 씽'에 영향을 받았다.
제작진은 늪지대 장면을 루이지애나에서 찍는 것을 고려했으나 영국 왕실 소유 윈저 그레이트 공원에서 찍었다.
일부 장면은 영국 파인우드 스튜디오에서 촬영.
제작진은 움직임을 예측할 수 없는 만델벌브라는 3D 프랙털 도형을 약간 변형해 외계 생명체를 디자인했다.
주인공을 복제한 생물체는 발레리나인 소노야가 모션캡처 복장을 입고 촬영한 뒤 컴퓨터그래픽으로 시각효과를 덧입혔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서던 리치: 소멸의 땅 (1Disc) : 블루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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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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