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7년 아서 코난 도일이 창조한 명탐정 셜록 홈스는 지금까지 숱한 영화와 드라마,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온전히 본래 모습을 지킨 적도 있고 새롭게 재창조된 경우도 있다.
가이 리치 감독의 '셜록 홈즈'(Sherlock Holmes, 2009년)는 새롭게 재창조된 셜록 홈스다.
시대 배경은 셜록 홈스가 활약한 1890년대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절이지만 주인공의 모습은 소설을 통해 익히 알고 있는 것들과 다르다.
이 작품 속의 셜록 홈스는 액션 영웅에 가깝다.
가만히 앉아서 추리에 의존하기보다는 직접 범인 체포 현장에 뛰어들어 갈고닦은 무술 솜씨로 악당들과 싸움을 벌인다.
액션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안락의자형 탐정이라기보다는 007에 가깝다.
액션도 영춘권에 가까운 독특하게 고안한 무술을 사용한다.
원작 소설로 익숙한 홈스의 팬이라면 이 작품 속에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연기한 홈스는 낯설 수밖에 없다.
그것이 이 작품의 호불호를 가르는 요소다.
오히려 홈스의 두뇌 플레이는 사건 해결보다 액션에서 더 자주 발휘된다.
적의 대응을 빠르게 머릿속에서 계산해 그보다 한 발 빠른 동작으로 적을 제압하는 식이다.
가이 리치 감독은 이를 초고속 팬텀 카메라로 촬영해 느리게 재현하는 슬로 모션으로 보여준다.
그만큼 액션 장면이 스타일리시하다.
따라서 이 작품에서는 퍼즐을 맞추듯 정교한 두뇌 싸움보다는 몸과 몸이 부딪치는 액션이 볼 만하다.
홈스의 사건 해결 방식만 달라진 것은 아니다.
홈스의 상징이었던 사냥 모자는 사라졌고 파이프도 자주 등장하지 않는다.
주드 로가 연기한 홈스의 친구이자 동료인 왓슨도 뛰어난 사격실력의 근사한 외모로 홈스 못지않게 빛나는 존재가 됐다.
홈스의 화려한 액션과 더불어 빅토리아 시대의 런던을 그럴듯하게 컴퓨터 그래픽으로 재현한 비주얼이 눈에 띈다.
더불어 가이 리치 감독은 홈스를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존재로 묘사해 지나친 추리가 오히려 독이 되는 유머를 곁들였다.
내용은 런던을 혼란에 빠트리려는 비밀 결사 조직의 음모를 홈스가 파헤치는 이야기다.
정색하고 추리소설 같은 정통 추리극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 있지만 가벼운 킬링타임용 팝콘 무비로 즐길 만한 작품이다.
하지만 가이 리치 감독 특유의 얽히고 설킨 복선 속에 펼쳐지는 반전의 묘미가 부족해 아쉽다.
국내 출시된 4K 타이틀은 4K와 일반 블루레이 등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2160p U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윤곽선이 깔끔하고 디테일이 발군이다.
피부와 거친 수염 상태가 세세히 보인다.
런던의 잿빛 색감도 잘 살아 있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도 서라운드 효과가 좋다.
리어 채널을 포함해 사방 채널의 활용도가 높고 소리의 이동성과 방향감이 뚜렷하다.
부록으로 제작과정과 액션 연출, 세트, 홈스의 여인, 영국식 영어, 흑마술과 홈스 팬클럽, 시각효과 등이 HD 영상으로 들어 있다.
그러나 모두 한글 자막이 누락돼 있어 아쉽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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