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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DVD / 블루레이

소중한 날의 꿈 (블루레이)

울프팩 2014. 3. 11. 18:09

무려 11년.

안해준, 한혜진 감독의 애니메이션 '소중한 날의 꿈'(2011년)은 제작에 11년이 걸렸다.

 

일일이 이 땅 구석구석을 발로 찾아 다니며 하나 하나 사모은 소품을 꼼꼼히 작품 속에서 표현하기 위해 걸린 시간이다.

그만큼 정겨운 손그림으로 살린 이 작품의 디테일은 발군이다.

 

박치기왕 김일이 활약하던 프로레슬링 시절의 네 발 달린 흑백TV, 가게 천장에 매달려 있던 파리 끈끈이, 그리고 신작로에 먼지를 일으키며 달리던 삼륜차처럼 1970년대 시대상이 온전하게 남아 있다.

어찌나 사실적으로 묘사됐는 지 보는 내내 오래된 사진첩을 넘기는 것 같았다.

 

한마디로 이 작품은 꼼꼼하게 재현한 디테일의 승리다.

비단 소품과 풍경만 그런게 아니다.

 

작품 곳곳에 임희춘 배철수 차범근 차인태 손석희 임권택 정주영 등 지나간 시대를 대표하는 낯익은 얼굴들이 카메오로 보인다.

이처럼 흘러간 추억들을 한 여고생이 자신의 꿈을 찾아 가는 이야기 속에 담담하게 녹여냈다.

 

특히 이 작품이 돋보이는 것은 한국적인 캐릭터를 잘 살렸다는 점이다.

그동안 쏟아질 듯 커다란 눈의 지브리 애니메이션 캐릭터에 익숙했는데, 이 작품 속 캐릭터들의 얼굴은 눈이 지나치게 과장되지 않고 현실적이다.

 

이를 위해 안 감독은 제작진들의 부모 세대가 찍은 오래된 사진들을 보고 캐릭터를 그렸다.

푸근한 얼굴들과 시대상황을 담은 소품들이 추억의 앨범처럼 흘러가는 이 작품은 한국적 정서를 잘 살린 수작 애니메이션이다.

 

언제나 흘러간 나날들은 추억을 만든다는 진리를 새삼 일깨워주는 좋은 작품이다.

정작 극장 개봉 당시 스크린 숫자가 점점 줄어들어 고생했는데, 이런 작품들은 많은 사람들이 보고 응원해 줬으면 좋겠다.

 

1080p 풀HD의 1.78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의 화질은 발군이다.

화사한 색감이 깔끔한 윤곽선과 함께 잘 살아 있다.

 

특히 이 작품은 정성들여 그린 손그림의 디테일이 발군인데, 이를 선명한 화질의 블루레이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축복이다.

돌비트루 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도 서라운드 효과가 괜찮은 편이다.

 

부록으로 안 감독과 정진아 국도예술관 프로그래머의 음성해설, 제작과정, 3분 강좌, 캐릭터 영상, 뮤직비디오 등이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이 작품은 다양한 실존인물들에서 빌린 얼굴들이 그대로 등장한다. 담임교사 얼굴은 1970년대 코미디언 임희춘을 닮았다. 전학 온 학생 한수민은 안 감독이 박혜진 아나운서를 모델로 그렸단다. 

1970년대에는 삼륜차가 오토바이 만큼이나 많았다. 작은 차체로 골목을 누비고 다닌 70년대 일꾼이다. 소품과 인물 뿐 아니라 김만수의 '푸른시절' 나훈하의 '갈무리' 등 옛날에 인기 있던 가요들도 등장한다. 

라이언 오닐과 알리 맥그로우를 그린 극장 간판이 실제 같다. 안 감독은 과거 재현을 위해 남산도서관에 모아 놓은 앨범들과 풍물시장에서 구입한 앨범들을 참고해 그림을 그렸다. 

선이 명확하게 살지는 않았지만, 극장 객석 맨 뒷줄에 앉은 두 친구는 '친구'의 유오성과 장동건, 여고생 뒷줄 초록남방 아저씨는 임권택 감독을 흉내낸 캐릭터다. 

1970년대는 LP와 카세트테이프의 시절이다. 레코드점 한 켠에 커다란 탄노이 스피커가 보인다. 

작품 속에 재현된 TV 화면을 보고 여러번 놀랐다. 너무 예뻤던 린다 카터가 주연한 '원더우먼'처럼 1970년대 흑백TV 시절 인기있었던 프로그램들이 그대로 재현됐다. 

군산 해망굴을 그대로 재현. 해망굴은 일본 강점기 시절 항구로 쌀을 빨리 실어 나르기 위해 뚫은 굴이다. 

1970년대를 대표하는 우리 영화로 이장호 감독의 '별들의 고향'을 빼놓을 수 없다. 영화 포스터를 똑같이 그린 그림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남학생들 명찰을 보면 정주영, 김종필, 김대중이다. 안 감독은 이 인물들이 어릴 때 만났으면 재미있는 친구가 됐을 것이란 상상으로 그렸다고 한다. 

개나리는 반팔 하복을 입는 계절에 피는 꽃이 아니지만, 한국적 정서를 표현하기 위해 일부러 계절을 무시하고 집어 넣었다. 

요즘은 보기 힘들지만 1970년대에는 차력 시범 등을 보이며 약을 팔던 약장사들이 꽤 많았다. 볼거리가 귀했던 그 시절에는 떠돌이 약장사들도 꽤나 재미있는 볼거리였다. 

문 옆에 매달린 마른 북어, 전파상 안에 가득 들어찬 소품 등을 꽤나 공들여 재현했다. 

군산 경암동 철길마을을 사진으로 찍어서 재현한 장면. 페이퍼 코리아선이라고 부르던 기차가 1944년 신문용지를 군산역에서 공장으로 실어 나르기 위해 마을 한복판을 관통하는 2.5km의 철로가 놓였다. 기차는 2008년 6월 마지막 운행을 했다. 

장욱제가 바보 연기를 하고 태현실이 출연했던 드라마 '여로'는 1970년대 국민드라마였다. 

'8월의 크리스마스'의 한 장면을 흉내냈다. 실제 영화속 거리를 그대로 재현. 

공군사관학교에 보관 중인 국내 최초의 국산 비행기 부활호를 똑같이 그렸다. 부활호는 1953년 사천공군기지에서 순수 국내 기술로만 제작됐다. 

배철수와 이외수가 섞인 캐릭터. 

차범근 감독이 체육선생으로 등장. 가족의 동의를 구했다고 한다. 

1970년대를 상징하는 네 발 달린 흑백TV. 어렸을 때 집에도 같은 모델이 있었는데, 네 귀퉁이에 발이 달리고 브라운관 앞에는 양쪽으로 밀어서 여닫는 문이 있었다. 당시 금성사, 즉 골드스타 TV가 유명했다. 금성사는 나중에 락희화학으로 유명한 락희와 합쳐서 럭키골드스타 즉 LG가 됐다. 

주인공 소녀가 자신의 꿈을 찾는 과정은 판타지처럼 처리됐다. 둘이 올라앉아 있는 위성은 1999년 발사된 우리나라의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 1호다. 농아 삼촌은 손석희를 모델로 그렸다.

땅끝마을 장면에 보이는 붉은 꽃은 원래 땅끝 마을이 아닌 순천만의 칠면초를 장소를 옮겨서 묘사했다. 

일본식으로 머리를 빡빡 깎고 검정교복을 입고 다니던 학창시절, 겨울이면 교실 한복판 난로에 도시락을 올려 놓아 데워먹던 기억이 난다. 주번은 난로에 넣는 조개탄을 챙기고, 도시락이 타지 않도록 쉬는 시간마다 위치를 바꿔줘야 했다. 

영화는 이야기한다. 누군가 특별한 게 아니라 모두가 특별한 존재이며, 그 안에 내가 있다는 사실을. 탤런트 박신혜, 송창의, 오연서 서주애 전혜영 등이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소중한 날의 꿈
오연서 주연/박신혜 출연/송창의 출연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소중한 날의 꿈 : 블루레이
오연서 주연/박신혜 출연/송창의 출연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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