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화

숨바꼭질

울프팩 2013. 9. 8. 08:04
허정 감독의 영화 '숨바꼭질'은 어떠한 단서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도 보는 게 좋다.
작은 힌트나 이야기 조차도 이 영화에서는 커다란 공명을 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재미를 반감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이 영화는 실제 이야기를 토대로 만든 픽션이다.
SBS의 '궁금한 이야기 Y'에서 방영된 '도둑 암호의 미스터리'편에서 감독이 힌트를 얻어 남의 집에 몰래 숨어사는 사람이라는 기발한 내용의 시나리오를 썼다.

물론 이 같은 소재가 영화에서 처음 시도된 것은 아니다.
김기덕 감독의 '빈 집'에서는 한 술 더 떠서 아예 주인의 등 뒤에서 밥까지 먹는 대담한 행동을 한다.

그만큼 소재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로 구성해 끝까지 보게 만든다.
영화는 스릴러의 공포물의 형식을 적당히 합성했다.

미지의 인물을 찾아가는 과정과 알 수 없는 존재가 주변 사람을 시시각각 위협하며 점차 조여오는 과정이 아주 긴박하게 묘사됐다.
무엇보다 이 작품이 주는 섬뜩한 공포는 알 수 없는 이웃에 대한 불안이다.

즉, 영화 '이웃 사람'처럼 미지의 존재가 이웃일 때 다가오는 무서움은 귀신이나 괴물보다 더 클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감독은 서로 다닥다닥 붙어 있으면서도 그다지 친하지 않은 공동주택의 문제와 도시 빈민의 문제를 동시에 다루고 있다.

그만큼 작품은 묵직한 메시지와 재미를 동시에 던져 준다.
특히 등장인물들의 시점에서 천천히 움직이는 카메라는 마치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선사하며 숨막힐 듯한 긴장 속으로 몰아 넣는다.

전반부 이야기가 다소 늘어지는 것이 흠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짜임새 있는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많지 않은 장소와 인물을 적절하게 활용해 긴장도를 높인 점도 돋보인다.

추리 소설의 형식을 제대로 살린 점도 높이 평가할 만 하다.
손현주 전미선 문정희의 연기 역시 훌륭하고 뛰어났지만 스타 파워가 좀 더 실렸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관객이 들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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