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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스콧 필그림(4K)

울프팩 2022. 2. 1. 00:00

에드거 라이트(Edgar Wright) 감독의 '스콧 필그림'(Scott Pilgrim Vs. The World, 2010년)은 감각적이고 재기 발랄한 영화다.

캐나다 만화가인 브라이언 리 오말리의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록밴드의 베이스 연주자인 스콧 필그림(마이클 세라 Michael Cera)의 사랑과 이별을 다뤘다.

 

친구 집에 묻어 살면서 록밴드 섹스바밤에서 베이스 기타를 치는 스콧은 어느 날 미모의 여성 라모나(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테드 Mary Elizabeth Winstead)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그러나 라모나를 만나려면 옛 애인 7명을 싸워 물리쳐야 한다.

 

그때부터 라모나의 사랑을 얻기 위한 스콧의 싸움이 시작된다.

영화의 구성은 마치 차례로 중간 보스들을 깨트리고 목적지에 도달하는 게임 같다.

 

구성만 그런 것이 아니라 영상도 게임을 옮겨 놓은 듯하다.

눈에서 광선이 번쩍이고 적을 타격하면 게임처럼 요란한 문구와 시각효과가 배경에 등장한다.

 

액션 또한 과장되기 그지없다.

허공을 날아 상대를 후려치고 광선검처럼 불타오르는 검을 들고 맞선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말도 안 되는 액션이지만 콘솔 게임광과 일본 만화 오타쿠인 원작자의 머릿속에서는 현실처럼 보이는 상상들이다.

실제로 일본 만화와 저패니메이션, 콘솔 게임의 대단한 마니아인 원작자 브라이언 리 오말리는 작품 곳곳에 어려서 빠져 들었던 일본 콘텐츠에 대한 오마주를 남겨 놓았다.

 

라이트 감독 또한 원작자의 의도를 살려 영화에 충실하게 재현했다.

이런 부분을 긍정적으로 보면 재기 발랄하며 게임처럼 감각적인 작품이고, 부정적으로 보면 황당하기 그지없는 10대들의 치기 어린 사랑놀음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미국 개봉 당시 호불호가 엇갈렸다.

일본 만화와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재미있는 컬트로 취급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일본 콘텐츠의 흔적을 이해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라모나 등 주요 등장인물들은 옷차림까지 일본 만화풍을 따라 하려고 노력했다.

극 중 삽입된 원작자의 그래픽 노블 컷도 이런 이질적인 요소에 한몫했다.

 

그 바람에 미국 흥행 성적이 좋지 않았고 그 영향을 받아 국내에서는 개봉조차 하지 못했다.

그 점이 개인적으로는 안타깝다.

 

만화 같은 구성의 화면과 게임을 보는 것처럼 빠르게 진행되는 감각적인 이야기와 영상이 흥미로웠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주인공이 유약해 보인다며 마이클 세라의 캐스팅에 반대했지만 황당한 상상력의 발현에 잘 어울려 보인다.

 

결투 장면에서 적을 때려눕혔을 때 나약한 이미지가 주는 반전 효과가 있다.

괜찮은 작품인 만큼 늦게라도 사람들에게 재발견됐으면 좋겠다.

 

국내 출시된 4K 타이틀은 4K와 블루레이 등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2160p U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화질이 훌륭하다.

 

디테일이 뛰어나고 색감이 강렬하다.

특히 색깔의 그러데이션 효과가 좋다.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음향 또한 서라운드 효과가 뛰어나다.

각종 효과음이 폭발하듯 사방 채널을 울리며 저음이 둔중하게 울린다.

 

블루레이 타이틀도 화질이 좋은 편이다.

4K 타이틀에 비하면 미디어의 특성상 샤프니스와 디테일이 약간 부족하며 색감도 부드러워 보인다.

 

블루레이 타이틀의 음향은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데 역시 서라운드 효과가 괜찮다.

리어 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전체적으로 채널 분리가 잘 돼 있다.

 

부록으로 삭제 장면, NG 장면, 제작 과정, 추가 장면 등이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해설 부록인 트라비아 트랙은 한글 자막을 지원하지 않는다.

 

일부 부록들은 HD 영상으로 제작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컴퓨터그래픽으로 특수효과를 입혀 마치 만화나 게임을 보는 것 같다.
스콧이 머무는 친구의 집을 보여주는 장면은 이케아의 광고 팸플릿 같다.
분할화면 등 그래픽 노블의 구성을 의도적으로 따라한 장면들도 많이 보인다.
제작자인 자레드 르포브와 애덤 시걸이 라이트 감독에게 원작인 그래픽 노블을 추천해 영화로 만들게 했다.
스콧이 택배상자를 뒤로 던져 쓰레기통에 넣는 장면은 33회나 NG가 났다.
스콧의 친구 웰스로 나오는 키에런 컬킨(왼쪽)은 맥컬리 컬킨의 동생이다.
원작자 브라이언 리 오말리는 좋아하는 노래에 나오는 필그림이라는 이름을 주인공 이름으로 정했다.
원작 만화 컷도 등장. 이 작품은 코미디에 과장된 영상을 결합했다.
원작자 오말리는 캐나다 토론토에 살며 밴드 활동을 했다. 영화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의 복잡한 여자관계나 사악한 여자친구의 옛날 애인들 이야기는 오말리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캡틴 아메리카인 크리스 에반스도 라모나의 옛 남자친구로 등장. 스콧과 싸우는 장면은 토론토의 카사 로마에서 촬영. 원작자 오말리가 이 근처에 살았다.
원작자 오말리는 토론토의 실제 장소들을 참조해 그렸고 라이트 감독도 이를 반영해 토론토의 실제 장소에서 찍었다. 다만 '리의 궁전'이라는 토론토의 유명한 클럽은 실제와 비슷하게 세트로 만들어 초라영.
제작진 중 많은 사람들이 마이클 세라의 주연 섭외를 반대했다. 유약해 보여서 액션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봤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세스 로건을 스콧 역으로 제안했다.
촬영은 '베이비 드라이버' '스파이더맨 2, 3' '매트릭스' 3부작 등을 찍은 빌 포프가 맡았다.
배우들은 8주 전부터 체력훈련장에 모여 각종 운동과 무술 연습, 리듬체조와 와이어 훈련 등을 했다.
엘렌 웡이 동양인 소녀 나이브스 차우를 연기. 오말리는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스콧 필그림' 시리즈 6권을 그래픽 노블로 출간했다.
6권의 그래픽 노블 시리즈 중 2권인 '스콧 필름 vs 더 월드'가 이 영화의 원작이다. 이 원작은 발매 이틀 만에 10만부가 모두 매진됐다.
스콧이 속한 밴드명은 게임 '슈퍼 마리오'에 나오는 폭탄이름이다. '소닉 더 헤지혹' '더블 드래곤' 등 게임 속 장면들을 곳곳에서 패러디했다.
원작이 완결되기 전에 영화가 나와서 결말은 원작과 다르다. 전투 장면들도 원작과 달리 각색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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