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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렉1-극장판 디렉터스 컷

울프팩 2022. 10. 8. 19:01

미국 NBC-TV에서 1966년부터 1968년까지 방영된 TV시리즈 '스타트렉'은 마니아들 사이에 인기를 끌었다.
'트렉키'라고 불리는 팬들은 시리즈 종영 이후에도 수시로 모임을 갖는다.

 

하지만 제작진들은 다르게 봤다.

TV 시리즈가 끝나고 나서 방송사와 제작사 모두 실패작으로 생각했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흑백 TV 시절 '우주 탐험대'라는 제목으로 방영됐으나 미국만큼 큰 인기를 누리지 못했다.

 

그런 작품이 다시 영화로 등장한 것은 '스타워즈' 때문이었다.

1975년 스타워즈가 나오기 전 NBC는 파라마운트와 영화 제작을 계약했으나 지지부진했다.

 

그러나 1977년 스타워즈가 개봉하면서 큰 인기를 끌자 영화 작업이 급물살을 탔다.

로버트 와이즈(Robert Wise)가 감독을 맡았고 윌리엄 샤트너(William Shatner), 레너드 니모이(Leonard Nimoy) 등 주요 배우들이 출연 계약을 했다.

 

그렇지만 제작은 원활하지 않았다.

제작사와 출연진 간에 마찰이 일었고 개봉 직전까지 영화는 완성되지 않았다.

 

결국 극장판 '스타트렉'(Star Trek: The Motion Picture, 1979년)은 편집과 시각효과가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봉했다.

국내에서는 스타트랙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했는데 왜 한글 제목을 트렉이 아닌 트랙으로 정했는지 모르겠다.

 

해외에서는 3,500만 달러의 제작비를 훌쩍 웃도는 1억 4,0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흥행에 성공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낮은 인지도와 인기 때문에 아예 극장 개봉을 하지 않았고 1989년 겨우 비디오테이프로 선보였다.

내용은 지구를 향해 다가오는 정체모를 우주 구름을 막기 위해 엔터프라이즈호가 긴급 출동하는 이야기다.

지구에 적대적인 우주 구름이 살아 있는 기계들의 행성이라는 설정인데 요즘으로 치면 인공지능(AI)을 연상케 한다.

 

특히 이곳의 중심인 비저는 자신의 창조주를 찾기 위해 지구로 향한다.

비저가 정체성을 찾기 위해 지구로 향하는 설정은 인류의 기원에 대해 존재론적 질문을 던진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스페이스 오디세이 2001'을 연상케 한다.

그만큼 사유적이다.
이를 뒤집으면 지루할 수도 있다는 뜻.

 

스타워즈와 달리 전투 장면이 등장하지 않아 국내에서는 성공하기 힘든 지루하고 심심한 SF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스타트렉의 세계관을 모르면 이해하기 힘들다.

 

데커와 일리야 등 오리지널 시리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관계에 대해 명확한 설명이 나오지 않는다.

이 작품에서 처음 선보인 사람의 순간 이동과 빛보다 300배 빠르다는 워프 드라이브 등을 시각화해서 보여준 장면들은 과거로 돌아가 보면 신기하지만 후속작들이 하도 써먹어 요즘은 새롭지 않다.

 

그렇다 보니 SF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고문이 될 수 있다.

그저 귀 뾰족한 외계인 승무원 스팍과 엔터프라이즈호만 유명할 뿐이다.

 

전투보다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탐험과 각기 다른 구성원들의 협동 단결, 복잡하게 얽힌 이들을 이끄는 리더십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어서 긴 시간 시리즈를 보지 않으면 난해한 작품이다.

결국 낯설고 복잡한 세계관이 이 작품의 국내 흥행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됐다.

 

국내 출시된 4K 타이틀은 4K와 일반 블루레이 등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수록된 판본은 극장판보다 4분 늘어난 감독판을 담았다.

 

단순히 분량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개봉 당시 마감에 쫓겨 제대로 완성하지 못한 일부 장면에 시각효과 등을 추가해 새로 다듬었다.

이렇게 손을 본 감독판은 화질을 개선한 4K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거쳐 지난 4월 파라마운트+에서 공개됐다.


2160p UHD의 2.39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잡티 하나 없이 말끔한 영상은 색상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우수하다.

리어 채널의 활용도 높아서 소리의 방향감이 확실하다.

 

우주선의 이동이나 폭발음을 들어보면 우렁차고 박력 있다.
부록으로 2개의 음성해설과 1개의 문자 해설이 들어 있으나 이 가운데 문자 해설만 한글자막을 지원한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클링온 순양함은 오리지널 TV시리즈에 나온 디자인을 사용했다. 우주선 외부를 TV시리즈보다 세밀하게 묘사했다.
스팍의 행성은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촬영. 나머지는 LA의 파라마운트 스튜디오 주차장에서 찍었다.
스팍의 행성에 거대한 석상이 서 있는 장면은 감독판에 새로 추가했다.
이 작품은 TV 시리즈를 만든 진 로든버리의 원안을 토대로 제작했다.
엔터프라이즈호가 정박한 우주기지는 1.8m 크기의 모형이다. '스타트렉 2'에도 등장.
엔터프라이즈호 승무원은 430명이다. TV 시리즈에서는 예산 때문에 극장판과 달리 많은 승무원을 한 자리에 보여주지 못했다. 승무원 가운데 150명은 팬과 제작진의 친구들이다.
TV시리즈의 미술감독 매트 제퍼리스가 엔터프라이즈호를 디자인했다. 영화에 나온 24m길이의 티타늄 모형은 매지캠사가 만들었고 이 작품의 특수효과를 담당한 더글러스 트럼블이 업그레이드했다. 미국 최초의 우주왕복선 이름 공모 때 압도적 표차로 엔터프라이즈가 뽑혔다.
시공간을 뛰어넘는 워프 드라이브는 우주 공간을 왜곡해 광속보다 빠르게 이동하는 설정이다. 물리학자 미겔 알쿠비에레는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워프 1단계는 초속 29만9,000km, 워프 7단계는 광속의 343배 빠른 설정이다. 이 속도면 지구에서 알파 센타우리까지 4일 걸린다.
워프 드라이브의 불균형으로 나타나는 웜홀을 파괴하는 장면. 더글러스 트럼블이 레이저 빛을 스캔해서 웜홀을 만들었다.
원래 커크 선장은 로버트 레드포드가 할 예정이었으나 마니아들의 반대로 TV 시리즈의 주인공 윌리엄 샤트너가 맡았다. 스팍을 연기한 레너드 니모이는 뾰족한 귀를 붙이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렸으나 당시 제작진이었던 제프리 카젠버그가 겨우 설득해 귀 분장을 했다.
엔터프라이즈가 작게 보여야 하는 장면에서는 46cm 크기의 작은 모형을 사용.
이 작품의 특수효과를 담당한 더글러스 트럼불은 1968년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스페이스 오디세이 2001'에서 시각효과를 담당했다. 그는 그 작품에서 슬릿 스캔 기법을 개발해 스타게이트 시퀀스에 사용했다.
조지 타케이가 엔터프라이즈의 조타 장교를 연기. TV 시리즈는 엔터프라이즈 함교의 승강기 문이 하나여서 비상시 대처방안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판받았다. 그래서 극장판에서는 승강기 문을 2개로 늘렸다.
NASA 제트추진연구소에서 실제 우주탐사선 보이저호의 설계도를 제공해 이를 토대로 보이저호 4분의 3 크기의 모형을 제작했다.
보이저 1, 2호는 1977년 발사돼 목성을 근접 촬영했다. 보이저호는 2대만 발사됐고 영화에 나오는 6호는 제작되지 않았다.
2005년 사망한 로버트 와이즈 감독은 '사운드 오브 뮤직'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등 유명 뮤지컬 영화를 감독했고 오손 웰즈의 걸작 '시민 케인'을 편집했다.
아폴로호 우주 비행사였던 러스티 슈바이카트가 자문으로 참여해 배우들에게 무중력 상태의 동작을 가르쳤다.
극장 개봉 당시 기한에 쫓겨 창문밖 풍경을 그리지 못했으나 감독판에서는 이를 만들어 넣었다. 함교 천장은 자동차 휠캡을 참고해 디자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