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전 세계가 인종차별에 대한 반대로 들끓는 요즘 파티 아킨 감독의 '심판'(Aus dem Nichts, 2017년)이 유독 무게감 있게 다가온다.
미국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이 무릎으로 목을 짓누르는 바람에 사망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는 쿠르드인이라는 이유로 이유 없이 죽어간 누리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실화에 근거한 이 작품은 독일의 네오 나치들이 저지른 인종 차별 범죄를 다루고 있다.
독일에 이민 가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는 쿠르드족 출신의 터키인 누리(너맨 아카)는 어느 날 가게 앞에 설치한 폭탄이 터지면서 아들과 함께 처참하게 죽는다.
이민자를 혐오하는 네오나치들의 소행이었다.
하루아침에 남편을 잃은 독일 여성 카티아(다이앤 크루거)는 사고 전 목격한 기억을 더듬어 범인을 법정에 세운다.
여러 가지 정황들은 용의자인 네오 나치들의 소행이라는 것을 분명히 암시하지만 구체적 증거가 부족하다.
이때부터 카티아는 두 가지 싸움을 벌인다.
어떻게든 법정에서 네오 나치들의 만행을 알려 단죄하기 위한 법적인 싸움과 남편과 아이의 복수를 위한 개인적 싸움이다.
영화는 이 과정을 치밀하게 따라간다.
아킨 감독은 슬픔에 빠진 카티아의 모습을 통해 혐오 범죄의 비극을 감정 과잉으로 치닫지 않고 차분하게 따라간다.
이 과정에서 돋보이는 것은 다이앤 크루거의 연기다.
분노에 치를 떨고 슬픔에 오열하는 그의 연기는 보는 사람의 감정까지 고스란히 태운다.
크루거는 이 작품으로 제70회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만큼 그는 이 영화에서 남편과 아이를 잃은 여인의 고통과 절망을 혼신을 다한 연기로 잘 표현했다.
아킨 감독은 이 작품에서 개인적 바람과 현실적 장벽을 모두 보여줬다.
극적인 결말로 치닫는 과정은 인종 혐오주의자들에 대한 감독의 개인적 분노가 투영됐다.
반면 냉정한 법원의 판결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의 한계를 담고 있다.
이 앞에서 과연 법은 공정한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은 의미 없다.
법은 정서나 감정이 아닌 사실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영화 속 비극적인 사건은 비단 인종차별에 국한하지 않는다.
피부색이나 민족이 다르다는 이유로, 종교나 성별이 다르다는 이유로, 성적 정체성이나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하고 핍박하는 세상의 모든 혐오 범죄를 대신하고 있다.
혐오 범죄의 근간은 다름의 부정이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와 같을 수는 없다.
그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순간 세상은 지옥이 된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사람들 마음속에 들어있는 지옥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1080p 풀 HD의 2.39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윤곽선이 아주 예리하지는 않지만 선명한 색상과 잡티 없는 깔끔한 영상을 보여준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간헐적 효과음이 여러 채널에서 울리는 정도.
부록으로 각본, 감독과 배우 인터뷰, 칸 영화제 영상, 캐스팅 및 예고편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예고편을 제외한 모든 부록이 HD 영상으로 수록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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