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썸머타임 킬러

울프팩 2009. 6. 27. 23:46

1980년대 학창 시절, 여름이면 FM 라디오에서 귓가를 서늘하게 울렸던 음악이 있다.
바로 그룹 컨트리 러버스가 부른 'Run And Run'이다.

국내 커피음료 CF에도 쓰였던 이 곡은 유명한 이탈리아 음악가 루이스 바칼로프가 영화 '썸머타임 킬러'(Summertime Killer, 1972년)의 삽입곡으로 만들었다.
정작 영화보다 음악이 더 유명했던 이 작품이 최근 DVD로 출시됐다.

이 영화는 오로지 이 작품 외에 알려진 게 없는 안토니오 이사시 이사스멘디(Antonio Isasi-Isasmendi) 감독이 만들었다.
감독이 직접 극본까지 쓴 이 작품은 어려서 아버지를 죽인 악당들을 찾아다니며 복수하는 청년의 이야기다.

청년은 이 와중에 악당의 딸과 사랑에 빠지며 영화가 애틋하게 흐른다.
줄거리보다 오토바이를 타고 허공을 휙휙 날던 크리스토퍼 밋첨(Christopher Mitchum)과 영원한 '줄리엣' 올리비아 핫세(Olivia Hussey)의 매력에 흠뻑 빠졌던 작품이다.

음악도 좋고 그런대로 볼거리도 있어서 질리지 않고 재미있다.
그렇지만 DVD 타이틀의 퀄리티는 기대 이하다.

4 대 3 풀 스크린 영상은 '비가 내린다'고 표현하는 세로줄이 수시로 나타날 정도로 화질이 엉망이다.
음향은 돌비 디지털 5.1 채널이라고 돼 있지만 서라운드 효과가 없으니 의미 없다.

부록은 전무하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이 작품은 올리비아 핫세와 루이스 바칼로프의 음악 때문에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프레임의 반복 사용과 정지 영상, 사진 삽입 등으로 임팩트를 주는 독특한 편집이 눈길을 끈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3국 합작으로 만든 작품.
주연을 맡은 크리스토퍼 밋첨은 배우 로버트 밋첨의 아들이다.
이 작품의 묘미는 오토바이를 타고 벌이는 추격씬이다. 여기 쓰인 바칼로프의 음악은 영화 '킬빌 2'에서 다시 사용됐다.
크리스토퍼 밋첨은 오토바이를 곧잘 타서 대부분의 추격 장면과 오토바이 묘기를 직접 했다.
납치된 악당의 딸로 나온 여주인공 올리비아 핫세. 그는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의 명작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줄리엣으로 나와 청순가련형 배우의 대명사가 됐다.
육감적으로 나온 핫세는 이 작품 외에 제피렐리 감독의 '나자렛 예수' 등에 출연했으나 잘 안 풀렸다. 1991년 홍콩영화 '성전풍운'에도 출연. 서너 번의 결혼과 이혼을 반복하는 등 삶도 순탄치 않았다.
핫세가 납치돼 갇힌 물 위의 집은 김기덕 감독의 영화 '섬'을 연상케 한다.
유명한 주제가 'Run And Run'을 만든 루이스 바칼로프는 이탈리아 아트록 그룹 뉴트롤스의 '아다지오'가 들어있는 음반 '콘체르토 포 그로소'를 기획, 제작했다. 또 영화 '쟝고'의 주제가, '일 포스티노' 음악 등을 만들었다.
'Run and Run'은 국내에서 꽤 인기 있었지만 1970, 80년대 OST가 정식 출반 되지 않아 '빽판'으로 팔렸다. 그러다 몇 년 전 CD로 정식 출반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