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악마를 보았다 (블루레이)

울프팩 2011. 8. 4. 23:13

[아래 캡처 화면에는 청소년관람불가 영화여서 잔혹 영상이 일부 들어 있으니 청소년들은 보지 마시기 바랍니다. 블로그 운영자가 자체 성인 인증 기능을 글에 붙일 수 없게 돼 있어 이런 글을 대신 띄웁니다.]

논란이 많았던 김지운 감독의 '악마를 보았다'(2010년)는 제목처럼 인간 악행의 끝을 보여준다.
뼈속부터 타고난 악마처럼 죄의식없이 살인을 저지르는 연쇄살인범 장경철(최민식)은 비정상적인 사이코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잔인무도한 짓을 벌인다.

여자들을 납치해 폭행하고 토막살인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의 친구들은 인육을 먹기까지 한다.
세상에, 악마적 상상력이 너무 끔찍한 것이 아니냐는 반론이 터져 나올만 하지만 어쩌랴, 지존파 막가파 사건 등을 보면 현실은 영화보다 더 참담하다.

결국 감독과 작가의 상상력이라는 것도 현실에 뿌리를 둔 것일테니, 잔혹성을 영화적 상상력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문제는 영상으로 재현했을 때 느끼는 충격이다.

이야기를 듣는 것과 눈으로 보는 것은 다르다.
미처 그려본 적도 없는 잔혹한 일들이 적나라하게 영상으로 펼쳐지니 예상치못한 관객의 충격과 불쾌감이 클 수 밖에 없다.

특히 사랑하는 연인을 잃은 김수현(이병헌)의 복수 또한 장경철의 악행 못지 않게 잔혹하다.
오히려 그의 복수극 안에서 또다른 악마를 맞닥뜨리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지운 감독을 비난할 수 없는 건, 두 번의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아 반려될 만큼 충격적인 영상을 사람들이 은연중에 즐기기 때문이다.
과연 왼 뺨을 때리면 오른 뺨까지 내미는 도덕 교과서 같은 얘기로 일관했다면 누가 보러 갈까 싶다.

어차피 상업 영화라는 틀 안에서 나온 작품 아니던가.
이도 저도 떠나서, 호불호는 갈릴지언 정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인정할 만한 작품이다.
비록 잔혹한 영상에 파묻혀 감독이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패인이 있지만, 김지운 감독 특유의 블랙유머와 스토리텔링이 살아 있어 볼 만 했다.

1080p 풀HD의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국내판과 해외판 등 2가지 판본이 모두 들어 있다.
해외판은 142분으로 국내판의 선정적인 장면이 빠져 2분이 짧지만 심의 때문에 잘린 잔혹한 장면들이 들어 있다.

화질은 클로즈업에서 발군의 해상도를 보여줄 만큼 우수하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저음이 묵직하고 힘이 있어 웅장하게 들린다.

부록으로 김지운 감독의 음성해설과 제작과정, 미술, 액션, 특수분장, 조연들 인터뷰 등이 다양하게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  play 표시가 있는 사진은 play 버튼을 누르면 관련 동영상이 나옵니다. *

끔찍한 악역을 천연덕스럽게 소화한 최민식. 결국 악마란 인간 본성에 내재된 폭력성의 표출이다.
극중 이병헌의 아내이자 첫 번째 희생자 역할을 하는 오산하. 뮤지컬 배우 출신으로 이 작품이 첫 영화다.
연쇄살인범의 은신처이자 처참한 살육의 현장으로 쓰인 곳은 양수리 지나 황순원의 소나기마을 들어가는 길목에 위치한 폐가다.
김지운 감독은 길을 지나다가 외딴 집을 보면 왠지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 것 같은 생각에 진저리를 친다고 한다. 이번 작품도 그런 생각에서 출발했다.
악마를 단죄하는 국정원 요원을 연기한 이병헌. 포커스 아웃되며 입체감이 느껴지는 영상. 뒤에 안개가 깔려 더욱 입체감이 두드러졌다. 촬영은 이모개 감독이 담당.
인적없는 심야의 버스 정류장. 괴담의 무대같은 이곳에 두 번째 희생자로 서 있는 배우는 한세주. 가짜 쇠파이프로 얻어맞아 피가 솟구치는 연기를 위해 머리에 특수 장치를 한 가발을 썼다. 눈은 소금을 뿌렸다.
김 감독이 이 작품을 통해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짐승을 잡기 위해 사람이 짐승이 돼선 안된다"는 대사였다.
김 감독은 이 작품의 영감을 니체의 '선악의 저편'에서 얻었단다. 니체는 이 책에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괴물의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보면 그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 볼 것이다"라는 의미심장한 글을 남겼다.
이 작품에 간호사로 출연하며 관심을 끈 윤채영. 이 장면에서 최민식이 발로 찬 의자가 제 위치에 서게 하기 위해 낚시줄을 이용했다.
국내 개봉판에서 삭제된 장면. 국내판은 아킬레스 건을 뜯어내려는 직전까지만 보여주고 행위는 안보여주지만 해외판은 잘라내는 끔찍한 장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극중 이병헌의 처제로 나온 김윤서. 원래 이병헌의 약혼녀로 고려됐다가 처제로 바뀌었다. 대학서 건축공학을 전공.
인육을 먹는 장면은 국내 개봉시 삭제. 저녁 장면은 나오지만 고기를 떠먹는 장면은 심의에 걸렸다.
시체를 토막내 냉장고에 넣어놓은 장면도 국내 개봉시 삭제됐다.
인육파티가 벌어지는 집의 희생자로 나오는 여배우는 박서연이다. 원래 골프선수였단다.
김 감독은 영화 제작에 대한 부담 때문에 우울증이 와서 병원에 다니며 항우울제를 먹기도 했단다.
이 영화는 특이하게도 심연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의 종심깊은 앵글이 자주 보인다. 1.85 비율을 선택한 것도 그 때문인 듯.
폐쇄된 기차굴에서 촬영.
드라이버를 뽑는 장면은 김 감독 특유의 블랙유머가 돋보였다.
추적기를 찾아내는 장면의 배설물은 초코파이를 짓이겨 만들었다.
어떻게 보면 이 작품은 복수에 대한 판타지를 그렸다. 얻어맞는 장면은 인형과 배우가 번갈아 연기.
막판 범인이 나타나는 장면은 서울 강동경찰서 앞에서 촬영.
영화는 극장판 장면 외에 추가 엔딩이 있었다. 이병헌이 국정원 도움을 받아 해외 출국하기 위해 공항에서 대기하던 중 또다른 악마를 쫓아가는 장면이다.
본명이 이성현인 베이시스트 모그가 작곡한 음악도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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