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영화인 비탈리 카네프스키 감독의 '얼지마 죽지마 부활할거야'(Zamri Umri Voskresni, 1990년)는 루저들의 승전가다.
카네프스키 감독은 1960년 모스크바 국립영화학교에 입학했으나 정부 정책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1966년 강간죄를 뒤집어 쓰고 무려 8년이나 옥살이를 했다.
1974년 감옥에서 풀려나 41세인 77년에 학교를 졸업하고 두어 편의 단편영화를 찍었으나 사상성을 의심받으며 쓰레기로 낙인찍혀 사실상 영화를 찍을 길이 막혀 버렸다.
결국 영화촬영현장의 잡부 등으로 일하던그가 우연히 렌필름 제작자의 눈에 띄어 장편 데뷔한 작품이 바로 이 작품이다.
필름은 렌필름에서 쓰고 남은 자투리 흑백필름을 사용했고, 촬영은 당시 무능한 퇴물로 간주됐던 블라디미르 브릴랴코프가 맡았다.
배우들 또한 주인공 소년의 엄마를 연기한 엘레나 포포바를 제외하고는 모두 거리에서 데려온 아마추어들이었다.
어렵게 팀을 꾸려 석 달 만에 영화를 찍었으나 제작사인 렌필름은 흥행에 실패할 것으로 보고 소벡스포르트라는 다른 영화사에 팔아 버렸다.
이렇게 떠돌던 작품을 우연히 본 사람이 바로 영화 감독 알란 파커였다.
알란 파커의 주선으로 1990년 칸영화제에 소개돼면서 퇴물로 낙인 찍혔던 블라디미르 브릴랴코프 촬영감독은 황금카메라 상을 받았고, 쓰레기 취급받던 카네프스키 감독은 일약 세계가 주목하는 러시아 감독이 됐다.
그만큼 이 작품은 숱한 난관과 우여곡절을 뚫고 일어선 사람들의 승리의 찬가이자 고난의 기록이다.
영화를 보면 렌필름에서 흥행 실패를 우려할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러시아 특유의 우울한 서정과 비극적 내용이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기 때문.
이 작품은 1935년 시베리아 스촨에서 태어난 카네프스키 감독의 어린 시절을 바탕으로 한 자전적 영화다.
영화는 제 2 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하며 우뚝 선 스탈린의 철권 통치 시절 탄광마을 스촨을 배경으로 한다.
이곳에는 일본군 포로들과 구 소련의 반정부 지식인들이 끌려와 강제노역하는 수용소가 있다.
주인공 소년 발레르카는 이 곳에서 먹고 살 길이 없어 매춘을 하는 엄마와 힘겹게 살아 가며 고단한 인생을 배운다.
영화 속에는 수용소를 벗어나기 위해 누구의 아이든 임신하려고 울며 매달리는 15세 소녀, 밀가루 한 줌을 얻기 위해 아귀다툼하는 사람들 등 과거 소련의 비참했던 역사가 올올이 아로 새겨져 있다.
이를 카네프스키 감독은 다큐처럼 리얼하게 담아냈다.
특히 카네프스키 감독은 혹독하고 황량한 시베리아 풍경에 안개처럼 몽롱한 영상을 곁들여 사람들의 우울한 정서를 잘 표현했다.
아마 제대로 된 제작환경이 뒷받침됐다면 훌륭한 영상을 담아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악스런 러시아 동토의 삶을 담은 내용 탓에 쉽고 편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삶의 희망과 용기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작품이다.
4 대 3 풀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당연히 화질이 좋지 않다.
오래전 버려진 자투리 흑백필름을 모아서 찍은 탓에 디테일이 떨어지고, 여러 조각 필름이 섞여서 영상 톤도 여러 번 변한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2.0 채널을 지원하며 부록은 전혀 없다.
<파워DVD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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