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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블루레이)

울프팩 2020. 7. 18. 14:13

'오만과 편견'으로 유명한 영국의 여류 소설가 제인 오스틴(Jane Austen)은 1815년에 발표한 4번째이자 마지막 소설 '엠마'의 주인공을 사람들이 싫어할 것으로 생각했다.

부유한 귀족 가문의 딸로 곱게 자란 엠마는 타인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는 자기 중심적인 인물이다.

 

당연히 제멋대로이고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엠마를 작가 외에는 좋아할 사람이 없을 것으로 생각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엠마의 매력은 따로 있다.

 

그의 막무가내식  성격이 타인에게도 상처를 주지만 이를 깨달아가면서 본인도 상처를 받고 조금씩 변하는 것이다.

개선의 여지가 없다면 결코 좋아할 수 없는 인물이지만 그렇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엠마의 매력이다.

 

특히 사랑에 대한 그의 생각이 변하는 부분이 매력적이다.

잘 맞지 않아 티격태격하는 남녀가 서로의 숨겨진 매력을 발견하고 끌리는 부분은 일견 하이틴 로맨스 같은 부분도 있지만 엠마라는 캐릭터를 더 없이 사랑스럽고 미워할 수 없는 존재로 만들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수 차례와 영화와 TV 드라마로 제작됐다.

1996년 더글라스 맥그래스(Douglas McGrath) 감독이 만든 영화에서는 기네트 팰트로(Gwyneth Paltrow)가 엠마 역을, 이완 맥그리거(Ewan McGregor)가 프랭크 처칠 역을 맡았다.

 

이 작품으로 팰트로는 인기를 얻었다.

어텀 드 와일드(Autumn de Wilde) 감독의 '엠마'(Emma, 2020년)는 시각적으로 화려한 영화다.

 

줄거리는 소설과 동일하지만 눈에 보이는 영상들이 모든 장면마다 감탄사가 절로 나올만큼 아름답고 화사하다.

사진가이자 뮤직비디오를 많이 만든 와일드는 이 작품이 첫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그는 사진가답게 항상 세상을 색감으로 이해한다.

"색을 제대로 이해하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믿는 그는 이 작품에서도 화려한 의상과 가구, 인테리어 등을 통해 시종일관 색의 변화를 추구했다.

 

여기에 19세기 고증을 살려 재현한 의상과 마을 풍경이 어우러진 장면들은 마치 그림 동화같다.

그렇다 보니 이야기도 더 로맨틱하게 보일 수 밖에 없다.

 

내용은 마을의 권위있는 귀족 우드하우스(빌 나이, Bill Nighy)의 딸인 엠마(안야 테일러조이, Anya Taylor-Joy)가 자신을 따르는 후배 해리엇(미아 고스, Mia Goth)의 결혼을 위해 일종의 중매를 서면서 관계가 꼬이는 이야기를 다뤘다.

엠마는 자신 또한 기품있는 처칠(칼럼 터너, Callum Turner)과 연인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끌리는 것은 잘 맞지 않아 티격태격하는 나이틀리(자니 플린, Johnny Flynn)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마치 이가라시 유미코가 그린 만화 '들장미소녀 캔디'하고 비슷하다.

물론 캔디보다 사랑스럽고 덜 경쟁적이며 품위있다는 점이 다르다.

 

영화의 매력은 뛰어난 영상과 함께 잘 맞아떨어지는 배역이다.

공포물에 주로 출연한 안야 테일러조이는 바비 인형처럼 커다란 눈과 창백한 피부가 깍쟁이같은 엠마 역할과 잘 어울렸다.

 

특히 미아 고스는 어수룩하면서 엠마를 우상처럼 따르는 해리엇 역을 묘한 표정연기와 함께 똑 떨어지게 해냈다.

여기에 거친 구석이 있는 나이틀리를 연기한 자니 플린과 처칠 역의 칼럼 터너도 적절한 양념같은 역할을 했다.

 

모짜르트와 하이든이 어우러진 음악도 영화와 조화를 잘 이뤘다.

영상, 연기, 이야기, 음악 등 모든 것이 적절하게 배합된 워킹타이틀표 웰 메이드 영화다.

 

1080p 풀 HD의 1.78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이야기에 잘 어울리는 화사한 색감이 현란하게 잘 살아 있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편안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오는 클래식이 공간을 포근하게 감싼다.

 

부록으로 감독 음성해설과 삭제장면, NG장면, 캐스팅 설명, 감독 인터뷰와 제작과정 등이 들어 있다.

음성해설만 한글자막이 빠져 있어 아쉽다.

 

나머지 부록들은 HD 영상으로 제작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주인공 엠마의 집은 영국 이스트 석세스의 루이스에 있는 펄플레이스에서 찍었다.
제작진은 예절 교육 강사와 방언 전문가까지 고용해 배우들을 훈련시켰다.
시대에 맞는 동작 전문가도 촬영현장에 대기해 배우들이 1815년에 어울리지 않는 행동을 하면 바로 지적했다.
영화 속 하이버리 마을 풍경은 글로세스터셔의 로어 슬로터에서 촬영.
와일드 감독은 의상은 19세기에 의상이 색이 아주 중요해 이를 완벽하게 구현하도록 강조했다.
만찬장의 촛불 조명을 자연스럽게 살린 영상은 마치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배리 린든'을 연상케 한다.
19세기 조지 왕조시대에는 부를 색으로 표현했다. 와일드 감독은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살렸다.
해버대셔 잡화점 건물은 시청 건물에 만든 세트다.
엠마를 연기한 안야 테일러조이와 그를 따르는 해리엇 역할의 미아 고스는 서로 친한 친구 사이다.
조지 왕조시절 사람들은 가구를 들여놓고 벽을 장식하는 것을 좋아했다.
나이틀리의 집은 윌셔의 솔리스버리에 있는 윌튼 하우스에서 촬영. 그림이 많이 걸려있는 방은 더블 큐브룸이다.
제인 오스틴은 자신이 쓴 소설 가운데 엠마 캐릭터를 가장 좋아했다.
제작진은 엠마의 집으로 사용한 펄플레이스에 아름다운 유리와 갖가지 색깔의 벽지를 덧대어 촬영했다.
원작 소설에서 강조한 신분의 차이를 영화에서는 대폭 줄였다.
미국 마이애미에서 태어난 안야 테일러조이는 스코틀랜드계 아르헨티나 사람인 아버지와 스페인과 남아공계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미국식 영어와 영국식 영어, 스페인어 등을 자유롭게 한다.
안냐는 모델로 활동하다가 배우 제안을 받고 연기를 했다. 촬영은 크리스 블로벨트가 맡았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엠마 (1Disc) : 블루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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