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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외인간

울프팩 2023. 3. 25. 16:24

데이비드 크로넨버그(David Cronenberg) 감독이 만든 공포영화 '열외인간'(Rabid, 1977년)은 감독의 이름값에 미치지 못하는 작품이다.

내용은 교통사고를 당한 여인 로즈(마릴린 챔버스 Marilyn Chambers)가 수술 직후 원인 모를 병에 감염돼 사람들의 피를 빨아먹는 괴물이 되는 이야기다.

 

로즈에게 물린 사람들은 좀비가 돼서 또 다른 사람을 공격하면서 도시는 아수라장이 된다.

마치 흡혈귀와 좀비물을 합친 듯한 특이한 설정이다.

 

재미있는 것은 로즈가 겨드랑이를 통해 피를 빠는 괴상한 설정이다.

흡혈귀는 이빨로 물어 다른 사람의 피를 빠는 것이 일반적인데, 로즈는 겨드랑이에서 괴상한 촉수가 튀어나와 다른 사람을 공격한다.

 

일부러 기존 공포물과 차별화하기 위해 다른 설정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독특하면서도 괴이하게 보인다.

여기에 좀비물을 섞으면서 마치 기존 공포물의 공식을 모두 가져다 뒤섞은 비빔밥이 돼 버렸다.

 

크로넨버그 감독은 여주인공으로 씨씨 스페이식을 원했는데 배우를 바꾼다고 퀄리티가 달라질 영화는 아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인과관계가 분명치 않다.

 

여주인공이 흡혈귀가 되는 질병에 감염된 이유가 분명치 않으며, 살인 행각에도 이유가 없다.

크로넨버그 감독이 왜 이런 3류 공포물을 만들었는지 의문이다.

 

여주인공을 연기한 마릴린 챔버스는 1970, 80년대 유명한 포르노 스타였다.

이 작품은 감독보다 챔버스의 명성 덕분에 캐나다 등지에서 인기를 끌며 제법 흥행했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화질이 좋지 않다.

계단 현상이 보이고 윤곽선이 깔끔하지 못하다.

 

색도 번진다.

음향은 돌비 디지털 모노를 지원하며 부록도 없다.

 

<DVD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초반 등장하는 오토바이는 750cc 노턴 코만도다.
극 중 의사들은 사고를 당한 여인의 허벅지에서 피부를 벗겨내 얼굴에 이식하는 수술을 한다.
남자 주인공 하트가 차고에서 듣는 노래는 마릴린 챔버스가 부른 댄스곡 '베니하나'다.
여주인공 로스를 연기한 마릴린 챔버스. 감독은 씨씨 스페이식을 원했으나 제작진은 포르노 스타의 유명세를 이용하려고 챔버스를 기용했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이 각본도 썼다.
주인공 로즈가 찾아가는 포르노 극장. 촬영은 '데드쉽' 등 공포물을 주로 찍은 르네 베르지에가 맡았다.
로즈가 걸어나온 이브 극장 뒤로 씨씨 스페이식이 주연한 '캐리' 포스터가 보인다.
이 작품은 2019년 젠 소스카와 실비아 소스카 자매 감독이 리메이크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