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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추천 DVD / 블루레이

영웅본색3 (블루레이)

울프팩 2015. 7. 4. 11:28

서극 감독의 '영웅본색3'(1988년)는 여러모로 낯선 영화다.

전작들인 영웅본색 1,2와 너무 다른 이야기와 배경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전작들의 주인공 가운데 주윤발만 등장하고 다른 사람들은 나오지 않는다.

결정적으로 무대가 홍콩이 아니다.

 

일부 홍콩 장면이 나오긴 하지만 이야기의 상당 부분이 베트남에서 벌어진다.

그것도 홍콩 갱 조직 내의 음모와 배신, 의리가 얽힌 전형적인 홍콩 느와르 스타일이 아닌 여인의 사랑을 얻기 위한 남자들의 순애보에 초점을 맞췄다.

 

이 점이 기존 영웅본색 시리즈를 기대한 사람들에게는 실망을 줬고, 반면 기존 작품들과 차별화된 색다른 요인이기도 했다.

이처럼 영화의 성격이 많이 달라진 것은 제작을 맡은 서극이 직접 감독까지 맡았기 때문이다.

 

그는 2편 제작 때부터 의견 충돌을 빚어 3편의 연출을 거부한 오우삼 대신 메가폰을 잡아 개인적 경험을 이 작품에 녹여냈다.

서극은 월남전이 본격화되기 전인 1951년 베트남에서 태어난 화교다.

 

어린 시절을 베트남에서 보낸 그는 1966년 홍콩으로 건너갔지만 어지러운 정황을 견디지 못하고 1969년 미국으로 떠났다.

결국 청소년기의 대부분을 베트남, 홍콩 어디에도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떠 돈 셈이다.

 

작품 속 주인공인 주윤발과 양가휘, 매염방도 월남전 막바지의 혼란 속에 휘말리면서 베트남 홍콩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한다.

서극은 이 과정에 당시 인기를 끈 '람보' 시리즈 같은 액션을 가미했다.

 

그 바람에 화력이 훨씬 강해져 중기관총은 물론이고 대전차포와 탱크까지 등장해 전쟁 영화를 방불케 한다.

그렇다 보니 월남땅에서 벌어지는 준 전쟁영화 같은 이 작품을 과연 홍콩 느와르 신화를 쌓은 '영웅본색' 시리즈로 봐야 하냐는 논란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전작들과의 연계고리는 주윤발의 등장과 함께 그가 착용하는 색안경과 롱코트다.

이 소품들은 극 중 주윤발의 연인으로 나온 매염방이 선물이다.

 

전작들의 프리퀄 격인 이 작품은 이런 설정을 통해 시리즈 1,2편에서 주윤발이 색안경과 롱코트에 집착하는 이유를 보여준다.

흥미로운 것은 매염방의 존재다.

 

그는 단순 주윤발의 연인을 넘어 뛰어난 사격술과 조직 내에서 빛나는 카리스마를 보여주며 사실상 주윤발을 변화시키는 주요한 역할이다.

그 전까지 암흑가와 거리가 먼 주윤발이 매염방을 계기로 뛰어난 킬러로 변신하게 된다.

 

이처럼 이 작품은 이질적이면서도 독특한 구조와 설정을 지녔다.

그래서 전작들과 차별화되면서도 돌연변이 취급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을 지녔다.

 

차라리 '영웅본색'이라는 타이틀을 붙이지 않는 게 오히려 더 나았을 작품이다.

1080p 풀HD의 1.8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지 않다.

 

지글거리는 현상이 심하고 윤곽선이 예리하지 못하며, 흔히 '비 내린다'고 표현하는 세로 줄도 나타난다.

DTS-HD 7.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간헐적 서라운드를 들려준다.

 

부록으로 근접전과 대 탱크전에 대한 설명과 삭제장면이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이 작품은 패망 직전인 1974년 베트남의 사이공을 무대로 하고 있다. 탄손누트 공항 등이 등장. 

2003년 12월30일 세상을 뜬 매염방이 극 중 주윤발의 연인으로 등장. 매염방은 마치 주윤발에 스승같은 존재로 나온다. 

이소룡의 '용쟁호투'에서 막판 거울방 대결을 벌인 악당으로 나온 석견이 주윤발의 삼촌으로 나온다. 

전작과 연결고리는 주윤발과 그가 착용한 색안경, 롱코트 뿐이다. 극 중 연인인 매염방은 주윤발에게 색안경을 골라주고 롱코트를 선물한다. 

매염방은 이 작품의 주제가인 '석양지가'를 불렀다. 원곡은 일본 가수 곤다 마사히코의 노래다. 

이 작품은 전작들의 프리퀄 성격을 갖고 있다. 더불어 베트남, 홍콩, 미국을 떠돌며 어느 곳에도 뿌리 내리지 못한 서극 감독의 정서가 배어 있다. 

람보 흉내를 내는 양가휘. 캡처 사진만 보면 이게 무슨 영웅본색 시리즈일까 싶다. 이전에 개봉한 람보 시리즈의 영향도 무시못한다. 

맨 몸으로 탱크와 맞서는 등 액션이 너무 과장됐다. 서극 감독은 2편에서 견해 차이를 보여 연출을 거부한 오우삼이 쓴 3편의 시나리오를 일부 수정해 이 작품을 만들었다.

영웅본색 Vol.1,2, 3 콜렉션 dts (3Disc) : 특별박스세트 한정판
오우삼 감독/장국영 주연/주윤발 주연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영웅본색 트릴로지 : 블루레이 (1000장 넘버링 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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