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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블루레이): 끔찍한 젊은날의 기억

울프팩 2019. 10. 6. 00:23

사람의 기억이란 시간이 지나면 미화되거나 과장되는 등 왜곡되기 마련이다.

특히 삶에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이라면 온전한 기억을 간직하기란 쉽지 않다.

 

리테쉬 바트라 감독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The Sense of an Ending, 2017년)는 왜곡된 젊은 날의 기억에 대한 이야기다.

줄리언 반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어느 노인이 젊어서 좋아했던 여인의 기억을 되짚어가는 내용이다.

 

주인공 노인은 가치관 등 여러가지가 여인과 맞지 않아 헤어졌고, 그 여인이 친구와 사귀는 것을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바트라 감독은 노인이 기억을 더듬는 과정을 마치 미스터리 소설처럼 수수께끼를 풀 듯 헤쳐 나간다.

 

아름답고 빛났던 청춘의 한때라고 여겼던 기억의 이면에는 돌이킬 수 없는 무서운 진실이 숨어 있다.

정작 자신은 기억에서 지워버렸지만 독설로 가득찬 편지 한 장이 친구를 죽음으로 내몰고, 여인의 인생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시간이 지나서 이를 되돌릴 수는 없는 일, 그저 끔찍한 과거의 기억을 되찾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를 통해 노인은 자신의 일그러진 삶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한다.

 

영화는 이 과정을 등장 인물 하나하나에 초점을 맞춰 찬찬히 짚어 간다.

다만 소설의 애매모호한 화법을 영화로 옮겨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야기가 명쾌하지 않은 단점이 있다.

 

보는 사람은 추측으로 비어 있는 공간을 메워야 한다.

무엇보다 여인이 돌보는 남성과 여인의 어머니와 죽은 친구의 관계 등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이 부분이 핵심인데 명쾌한 설명이 부족하다보니 이야기가 답답하게 흘러간다.

물론 해답은 정해져 있어서 어렴풋이 추론할 수는 있지만 굳이 이런 식의 불투명한 전개가 필요했는지 의문이다.

 

행간의 의미를 독자의 상상으로 채우는 소설이라면 이해할 수 있지만 열린 결말이 아닌 영화에서 지나친 추론에 의존한 전개는 이야기의 초점을 흐릴 뿐이다.

짐 브로드벤트와 샬롯 램플링  등 관록있는 배우들의 묵직한 연기는 좋았다.

 

영국의 일상을 엽서같은 영상으로 잡아낸 크리스토퍼 로스의 촬영도 훌륭했다.

리테쉬 바트라 감독의 애매모호한 연출만이 불만스러울 뿐이다.

 

1080p 풀 HD의 2.3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크게 흠잡을 데 없는 화질이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조용한 드라마인 영화 성격상 서라운드 효과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부록으로 작품 배경 설명, 감독과 배우 인터뷰 등이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이 작품은 시간과 기억에 대한 영화다.
주인공이 점심 시간에 가서 휴식을 취하는 곳은 영국 근교에 있는 클래펌 커먼 공원이다.
이 작품은 음악이 좋다. 드보르작의 '슬라브 무곡 7번' 같은 클래식부터 도노반의 'There Was a Time', 카운트 파이브의 'Psychotic Reaction', 닉 드레이크의 'Time Has Told Me' 등의 노래들이 흘러 나온다.
원작 소설은 2011년 맨부커상을 받았다. 감독은 "캐릭터의 성격 묘사를 핵심인 영화"로 만들기 위해 원작과 달리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에 살을 붙였다.
원작은 남자 주인공인 토니의 기억 위주로 흘러가면서 전처인 마가렛 얘기는 조금만 나온다. 영화는 마가렛의 비중을 늘렸다.
주인공의 카메라 가게 등 주요 촬영을 클래펌 마을에서 했다. 이 곳은 카페와 레스토랑 등이 많아 영국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다.
젊은 날의 토니가 좋아하는 베로니카를 만나 사랑을 전하는 장면은 세번강 근처에서 촬영. 길이가 290km인 이 강은 영국에서 가장 긴 강이다.
극 중 토니의 모든 선택은 항상 베로니카에게서 영향을 받았다. 베로니카는 원작 소설에서도 생각을 알 수 없는 애매모호한 인물로 나온다.
샬롯 램플링이 기대 선 다리는 영국 건축가 노먼 포스터가 설계한 밀레니엄 브리지다.
주인공 토니를 연기한 짐 브로드벤트는 '갱스 오브 뉴욕'에서 부패한 윌리엄 트위드 시장을 연기했다.
클래펌 마을 풍경. 베로니카의 엄마인 사라는 알코올 중독에 보수적인 남편과 답답한 결혼 생활을 이어간다. 급기아 사라는 딸의 남자친구의 아이를 낳게 되고, 장애가 있는 이 아이를 베로니카가 돌보게 된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 저/최세희 역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1Disc 초회한정판) : 블루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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