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기억이란 시간이 지나면 미화되거나 과장되는 등 왜곡되기 마련이다.
특히 삶에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이라면 온전한 기억을 간직하기란 쉽지 않다.
리테쉬 바트라 감독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The Sense of an Ending, 2017년)는 왜곡된 젊은 날의 기억에 대한 이야기다.
줄리언 반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어느 노인이 젊어서 좋아했던 여인의 기억을 되짚어가는 내용이다.
주인공 노인은 가치관 등 여러가지가 여인과 맞지 않아 헤어졌고, 그 여인이 친구와 사귀는 것을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바트라 감독은 노인이 기억을 더듬는 과정을 마치 미스터리 소설처럼 수수께끼를 풀 듯 헤쳐 나간다.
아름답고 빛났던 청춘의 한때라고 여겼던 기억의 이면에는 돌이킬 수 없는 무서운 진실이 숨어 있다.
정작 자신은 기억에서 지워버렸지만 독설로 가득찬 편지 한 장이 친구를 죽음으로 내몰고, 여인의 인생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시간이 지나서 이를 되돌릴 수는 없는 일, 그저 끔찍한 과거의 기억을 되찾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를 통해 노인은 자신의 일그러진 삶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한다.
영화는 이 과정을 등장 인물 하나하나에 초점을 맞춰 찬찬히 짚어 간다.
다만 소설의 애매모호한 화법을 영화로 옮겨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야기가 명쾌하지 않은 단점이 있다.
보는 사람은 추측으로 비어 있는 공간을 메워야 한다.
무엇보다 여인이 돌보는 남성과 여인의 어머니와 죽은 친구의 관계 등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이 부분이 핵심인데 명쾌한 설명이 부족하다보니 이야기가 답답하게 흘러간다.
물론 해답은 정해져 있어서 어렴풋이 추론할 수는 있지만 굳이 이런 식의 불투명한 전개가 필요했는지 의문이다.
행간의 의미를 독자의 상상으로 채우는 소설이라면 이해할 수 있지만 열린 결말이 아닌 영화에서 지나친 추론에 의존한 전개는 이야기의 초점을 흐릴 뿐이다.
짐 브로드벤트와 샬롯 램플링 등 관록있는 배우들의 묵직한 연기는 좋았다.
영국의 일상을 엽서같은 영상으로 잡아낸 크리스토퍼 로스의 촬영도 훌륭했다.
리테쉬 바트라 감독의 애매모호한 연출만이 불만스러울 뿐이다.
1080p 풀 HD의 2.3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크게 흠잡을 데 없는 화질이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조용한 드라마인 영화 성격상 서라운드 효과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부록으로 작품 배경 설명, 감독과 배우 인터뷰 등이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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