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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완벽한 타인(블루레이)

울프팩 2019. 6. 6. 13:25

이재규 감독의 '완벽한 타인'(2018년)은 연극적인 영화다.

한정된 무대와 등장인물들이 쉼 없이 대사를 주고받으며 상황을 변주하는 형식이 마치 한 편의 연극을 보는 것 같다.

 

내용은 성공한 의사 부부의 집들이에 초대된 친구들이 휴대폰을 꺼내놓고 통화와 문자 등을 공개하는 게임을 하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다뤘다.

당연히 휴대폰 안에 숨겨 놓은 비밀들이 드러나면서 갈등이 발생하고 엉뚱한 오해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 과정이 때로는 긴장을 유발하고 때로는 폭소를 터뜨리며 어느 순간 가슴을 아프게 만들기도 한다.

그만큼 영화가 갖고 있는 응집력이 대단하다.

 

다양한 장소나 인물이 등장하는 것도 아닌 한정된 공간에서 소수의 배우만 갖고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는 전적으로 원작의 힘이 크다.

 

이 작품은 원래 2016년 이탈리아에서 만든 영화 '퍼펙트 스트레인저스'(Perfetti sconosciuti)가 원작이다.

등장인물이 크게 다르지 않고 벌어지는 이야기도 대동소이하다.

 

스마트폰에 매몰된 현대인의 삶을 정확히 짚어낸 원작은 워낙 이야기가 재미있다 보니 한국 독일 스페인 프랑스 그리스 등 해외 각지로 리메이크 판권이 팔려나가며 오히려 원작 판권 가격보다 리메이크 가격이 더 올라갔다.

국내에서 만든 리메이크 작은 등장인물과 장소를 한국으로 바꾸고 여기에 우리네 정서를 얹었다.

 

영랑호 에피소드와 고향의 맛인 속초 음식을 한 상 가득 벌려 놓아 원작과 차별화를 꾀했다.

비록 줄거리와 인물 설정이 원작과 다를 바 없지만 배우들의 연기 호흡 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유해진, 염정아, 이서진, 김지수, 조진웅, 윤경호, 송하윤 등이 연기를 워낙 잘해 마치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특히 이서진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유해진, 염정아의 평소와 다른 모습이 인상 깊었다.

 

더불어 이서진의 휴대폰 벨소리로 사용된 글로리아 게이너의 노래 'I Will Survive'가 신의 한 수였다.

적절한 타이밍에 긴장을 깨트리고 울려 퍼지는 노래 소리는 웃음과 동시에 의미심장한 긴장을 유발한다.

 

원작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한계는 있지만 그래도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를 보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다.

실제로 저런 게임을 하는 사람이 있을 지 의심스럽지만 사람들의 이중적인 모습을 휴대폰이라는 소품을 이용해 보여준 훌륭한 영화다.

 

1080p 풀 HD의 2.39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괜찮다.

장소가 실내로 한정되고 의도적인 색감 조정 때문에 약간 어둡게 보이지만 윤곽선이 깔끔하고 디테일도 잘 살아 있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간헐적인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그만큼 음향 효과는 자연스럽다.

 

부록으로 삭제 장면, 촬영 전 고사 풍경, 캐스팅과 세트, 컴퓨터 그래픽 장면, NG 장면과 제작 과정, 이재규 감독 및 유해진 염정아 송하윤 윤경호의 음성해설이 들어 있다.

부록 영상들은 모두 HD로 제작됐다.

 

'얘는'을 '애는'으로 표기하는 등 한글 자막에 보이는 오자가 옥의 티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영랑호에서 아이들이 낚시하는 장면에 나오는 얼음은 따로 제작한 특수 소품이다.
집들이 장소로 나오는 조진웅의 집은 제작진이 만든 세트다.
사람의 심리를 너무 예리하고 파고들어 공포물처럼 무섭다는 느낌이 든다.
이재규 감독은 MBC에서 드라마 PD로 일하며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 등을 연출했고 독립한 뒤 영화 '역린'을 만들었다.
테라스 장면도 세트에서 찍었다. 멀리 보이는 한강 풍경은 컴퓨터그래픽으로 합성.
속초 대표음식인 명태 회무침, 닭강정, 물곰탕 등을 실제로 차려놓고 촬영.
테라스에서 달을 보는 장면에 등장하는 배경도 모두 컴퓨터그래픽이다.
이순재, 라미란, 조정석, 진선규 등이 극 중 목소리만 출연했다. 이순재는 윤경호의 아버지 목소리, 라미란은 염정아의 문학반 친구, 조정석은 송하윤의 전 남자친구 목소리를 연기했다.
등장인물의 설정은 파울로 제노베제 감독이 만든 원작과 거의 똑같다. 원작의 변호사 부부, 가슴성형 전문의와 정신과 여의사 부부는 그대로 나오며, 바람둥이 택시기사와 수의사 부부만 음식점 사장과 수의사 부부로 바뀌었다.
행실을 의심하는 남편에게 치마를 들어보이는 아내 이야기도 원작에 나온다.
프랑스에서는 '위험한 만찬'이라는 제목으로 다시 만들었다.
'사람들은 세 개의 삶을 산다. 공적인 하나, 개인적인 하나...그리고 비밀의 하나'라는 대사가 영화의 주제를 잘 표현했다.
이 영화는 두 번 보면 갖가지 복선이 더 무섭게 다가온다. 의미를 알고 보게 되기 때문에 대사와 장면 하나하나가 다르게 보인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완벽한 타인 (2Disc)
 
완벽한 타인 (1Disc 한정판) : 블루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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