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워터월드(4K 블루레이)

울프팩 2019. 7. 22. 06:00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테마파크인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 워터월드 세트였다.
워터월드의 해상 마을 같은 세트를 만들어 놓고 악당으로 분장한 사람들이 영화처럼 제트스키를 타고 각종 묘기를 부리는 코너다.

더러 객석으로 물을 뿜어대며 재현하는 액션이 제법 볼 만 하다.
하지만 테마파크와 달리 케빈 레이놀즈가 감독한 영화 '워터월드'(Waterworld, 1995년)는 재앙이었다.

케빈 코스트너의 개인 돈 22만 달러도 들어간 이 영화는 1억7,500만 달러의 제작비가 들었다.
전세계 홍보와 광고 등 마케팅비까지 포함하면 제작비가 얼추 3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미국내 상영으로 벌어들인 돈은 겨우 8,800만 달러다.
해외 상영 수익이 1억7,600만 달러여서 제작비는 겨우 건졌지만 마케팅 등 상영을 위해 쓰인 총 비용에는 턱 없이 모자란다.

영화는 소재나 설정이 독특해 관심을 끌 만 했다.
먼 훗날 물바다가 된 지구에서 살아남은 소수의 사람들이 전설로만 전해오는 육지를 찾는 내용이다.

케빈 코스트너는 물 속에서도 숨쉴 수 있는 아가미가 달린 돌연변이 주인공을 맡았다.
국민학교를 다니던 1970년대 '600만불의 사나이'와 '소머즈'를 방영하던 주말 시간대에 나왔던 '아쿠아맨'과 흡사한 설정이다.

아쿠아맨은 물 속에서도 숨을 쉬며 뱀장어처럼 몸을 꿈틀거려 잠영을 하는 것이 특징이었는데, 케빈 코스트너도 이 영화에서 비슷한 캐릭터로 등장한다.
소재와 설정만 보면 재미있는데, 영화가 망한 이유는 사공이 많았기 때문이다.

대본은 6명의 작가가 거쳐가며 36번이나 수정됐다.
"이 친구 아니면 출연하지 않겠다"며 케빈 레이놀즈 감독을 고집했던 케빈 코스트너도 막판에는 감독과 의견이 갈렸다.

그렇게 비틀댄 영화는 결국 아쿠아맨의 짝퉁 같은 원맨 히어로의 활약으로 악당들이 모두 사라지고, 이상향을 발견하는 도식적인 줄거리로 끝난다.
다만 수중에서 펼치는 액션들이 기존 작품들과 다른데, 블록버스터로서는 기대만큼 다양하고 많은 액션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는게 문제였다.

'포스트맨'과 더불어 케빈 코스트너의 대표적 망한 작품 중 하나이지만 색다른 소재와 해양 액션 만큼은 눈여겨 볼 만한 작품이다.

국내 출시된 4K 타이틀은 4K와 일반 블루레이드 등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4K 타이틀은 극장판보다 40분 늘어난 3시간 분량의 확장판을 담고 있다.

확장판에는 주인공 일행이 찾은 마지막 육지가 어디있지 보여준다.


2160p U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화질이 기대만큼 좋지는 않다.

지글거림이 보이고 윤곽선이 두터운 편이다.


예전 블루레이보다 디테일이 개선됐지만 장면에 따른 화질 편차가 심하다는 점이 문제다.

음향은 DTS X를 지원하는데 서라운드 효과가 괜찮다.


소리의 이동성이 좋고 방향감이 적당하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주연을 맡은 케빈 코스트너. '판당고' 로빈 훗'에 이어 케빈 레이놀즈 감독과 세 번째 함께 한 영화다.

케빈 코스트너가 영화에서 탄 배는 터키 사업가 하칸 우잔에게 팔렸다. 이후 우잔 가족이 파산하면서 다시 경매로 나왔다.

1,000톤 규모의 해상 마을 세트는 둘레가 4분의 1 마일에 이른다. 이 세트를 하와이 코나 해안에 설치하고 영화를 촬영. LA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가면 이를 재현한 코너가 볼 만 하다.

문제는 세트가 설치된 하와이 코나 해안이 엄청난 강풍이 부는 곳이라는 점이다. 제작사에서 사전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촬영 장소를 결정하는 바람에 제작진이 애를 먹었다.

악당 두목을 연기한 데니스 호퍼. 진 해크만, 제임스 칸, 게리 올드만도 악당 두목 역을 제안 받았으나 모두 거절했다. 새뮤얼 잭슨은 '다이하드3' 출연 때문에 섭외를 거절했다.

여주인공을 맡은 진 트리플혼. 1963년생으로 아버지가 팝밴드 게리 루이스 & 더 플레이보이스의 기타리스트 톰 트리플혼이다. 2000년에 TV 시리즈'ER'에 나온 릴랜드 오서와 결혼했다.

제작사는 처음에 꼬마 에놀라 역으로 안나 퍼킨을 점찍었다.

물 속에 가라앉은 도시는 콜로라도의 덴버를 모델로 했다.

악당들의 근거지인 망가진 유조선은 엑손 발데즈호를 모델로 하고 있다. 액손 발데즈호는 좌초되면서 알래스카 해안을 오염시킨 악명 높은 유조선이다. 액손 발데즈호는 수리 후 선명을 바꿔 운항을 재개했다.

케빈 코스트너는 이 작품을 "해양판 블레이드 러너"라고 자신했지만 '케빈 게이트'라는 오명만 얻었다. 만년설이 모두 녹으면 해수면은 높아지지만 모든 도시를 수장시킬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워터 월드 : 블루레이
워터월드 (2Disc 4K UHD 2D 한정수량) : 블루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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