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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추천 DVD / 블루레이

잭 라이언 코드네임 쉐도우(4K 블루레이)

울프팩 2021. 3. 9. 00:46

톰 클랜시(Tom Clancy)가 창조한 영웅 잭 라이언이 등장하는 소설은 몇 번 영화화됐다.

잭 라이언이 나오는 소설 중 가장 훌륭한 '붉은 10월'을 비롯해 '패트리어트 게임' '긴급명령' '썸 오브 올 피어스'까지 4편이 제작됐다.

 

그동안 알렉 볼드윈(Alec Baldwin), 해리슨 포드(Harrison Ford), 벤 애플렉(Ben Affleck) 등이 잭 라이언 역할을 맡았다.

그중에서 가장 잘 어울렸던 인물은 '패트리어트 게임'과 '긴급명령' 두 편에 출연한 해리슨 포드다.

 

'잭 라이언 코드네임 쉐도우'(Jack Ryan: Shadow Recruit, 2014년)의 제작진도 그렇게 생각해서 해리슨 포드에게 출연을 제의했다.

그러나 해리슨 포드가 다른 작품 출연 때문에 고사하면서 네 번째 잭 라이언 역할은 크리스 파인(Chris Pine)에게 넘어갔다.

 

하지만 해리슨 포드에게는 미치지 못했다.

크리스 파인도 열심히 연기했으나 해리슨 포드의 그림자가 워낙 커서 그의 아우라를 뛰어넘기에는 역부족이다.

 

인디아나 존스를 다른 배우가 연기해도 해리슨 포드의 이미지가 중첩되는 것과 마찬가지.

그만큼 크리스 파인 입장에서는 이번 작품 출연이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다.

 

배우 겸 감독인 케네스 브래너(Kenneth Branagh) 경이 메가폰을 잡은 이 작품은 처음으로 톰 클랜시의 원작에서 벗어난 영화다.

톰 클랜시가 쓴 소설이 아니라 오리지널 대본을 갖고 만들었다.

 

그래서 이야기는 리부트처럼 원점으로 돌아갔다.

해병대 장교였던 잭 라이언이 미 중앙정보국(CIA)의 조사 분석관이 되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톰 클랜시의 여러 소설에서 잭 라이언의 과거에 대해 간단하게 언급된 이야기를 짜 맞추고 빈틈을 상상력으로 채웠다.

그렇게 만든 잭 라이언의 과거는 군에서 작전 중 부상을 당해 퇴역하고 CIA의 금융분석 전문가로 거듭나는 설정이다.

 

그러나 모든 모험소설의 주인공이 그렇듯 잭 라이언은 책상만 지키는 존재가 아니다.

러시아 검은 돈의 수상한 움직임을 캐기 위해 모스크바로 날아간 잭 라이언은 결국 CIA의 현장 요원이나 다름없는 액션을 펼친다.

 

이 과정에 애인(키이라 나이틀리 Keira Knightley)까지 가세하면서 사건은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간다.

문제는 톰 클랜시의 원작 소설만큼 이야기가 재미없다는 점이다.

 

원작에서 벗어나 잭 라이언의 과거를 만들며 새롭게 출발하는 시도는 좋았으나 이야기가 치밀하지 못하고 개연성이 떨어진다.

우선 경제분석가가 현장요원으로 변신하는 과정 자체가 설득력이 부족하다.

 

미국과 러시아 관계를 재설정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사건이라면서 CIA가 인력이 모자라는 조직도 아니고 현장요원 보강 없이 작전에 들어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특히 애인의 외도를 의심해 모스크바까지 불쑥 찾아온 민간 여성을 작전에 끼워 넣는 것은 국가 정보기관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부주의한 일이다.

 

납득할 수 없는 일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그 여성은 나중에 일반에 공개해서는 안 되는 CIA 작전기에 탑승해 테러범 추격 현장까지 동행한다.

 

또 잭 라이언과 애인이 호텔에서 악당과 저녁을 먹으며 일부러 주정을 부려 악당의 사무실에 침입할 사건을 만드는 것도 몹시 어색하다.

치밀하게 테러 작전을 준비하는 악당이 마치 잭 라이언에게 일부러 작전 시간을 만들어주려는 것처럼 부주의한 행동을 하는 것은 당위성이 떨어진다.

 

여기에 미국에서 테러범을 찾아내는 과정도 설명이 부족하다.

그렇다 보니 여러모로 꼼꼼하고 치밀한 톰 클랜시의 소설들이 더 생각나게 만든다.

 

그만큼 스토리 구성이나 연출 등에서 아쉬움이 크다.

액션 연출도 긴장감이 떨어진다

 

확실히 케네스 브래너는 액션 연출이 능한 감독은 아니다.

무엇보다 해리슨 포드만큼 믿음이 가는 잭 라이언 창조에 실패하면서 그의 빈자리가 너무 크게 보인다.

 

국내 출시된 4K 타이틀은 4K와 일반 블루레이 등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2160p UHD의 2.39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하지만 디테일이 최상은 아니어서 어두운 장면 등에 아쉬움이 남는다.

DTS HD MA 7.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압권이다.

 

폭발음이 사방 채널을 휘저으며 현장감을 고조시킨다.

부록으로 캐릭터 설명, 감독과 제작자의 음성해설, 감독 소개, 액션 연출과 미국-러시아 관계에 대한 정치적 배경 설명, 삭제 장면 등이 블루레이 타이틀에 수록됐다.

 

부록들은 음성해설까지 모두 한글자막을 지원하며 HD 영상으로 제작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이 영화는 일부 장면을 모스크바에서 찍었고 대부분 영국에서 촬영했다.
원래 이 작품도 해리슨 포드를 염두에 두고 준비했으나 포드가 출연을 고사하면서 제작이 늦어졌다.
이전 작품들에서 제대로 소개된 적 없는 잭 라이언의 과거를 새로 만들었다. 크리스 파인은 아프가니스탄 전투에서 부상당한 미군들이 재활훈련을 하는 곳에 가보고 연기에 참조했다.
케빈 코스트너가 CIA 상관으로 출연. 이 작품은 톰 클랜시의 원작 소설을 토대로 만든 영화가 아니다.
일부 장면은 러시아 현지에서 촬영.
악당이 모스크바 외곽 숲에서 러시아 각료를 만나는 장면은 영국 런던 인근에 '로빈후드'를 촬영한 숲에서 찍었다.
너무나도 반가운 '백야'의 영웅 미하일 바리시니코프가 러시아 각료로 깜짝 출연했다.
톰 클랜시의 소설 중 잭 라이언의 해병대 시절을 묘사한 책은 없다. 라이언의 아버지가 경찰이라는 것은 소설에 나온다.
케네스 브래너 감독이 악당 빅터 체레빈을 연기했다.
제작진은 해리슨 포드가 나온 전편들이 좀 더 지성적이라고 봤다.
미국 미시건의 러시아 정교회 건물로 나온 곳은 영국 런던 북쪽의 해트필드에 있는 러시아 정교회 건물이다.
이 작품은 911 이후 금융위기와 러시아의 부상이라는 시대 상황을 영화의 배경으로 설정했다.
케네스 브래너 경은 영국 왕립세익스피어 극단에서 수 많은 세익스피어 연극에 출연한 배우다. 배우 엠마 톰슨과 결혼후 이혼했다.
액션 장면은 3대의 카메라를 동원해 촬영.
막판 장면은 코엔 형제의 영화 '밀러스 크로싱'을 참조해 만들었다.
보험 설계사였던 톰 클랜시는 군사작전과 무기체계에 심취한 마니아였다. 그는 '붉은 10월'을 써서 크게 성공한 뒤 숱한 밀리터리 소설들을 출판했다. 일부 작품들은 영화와 게임으로 제작됐다. 2013년 66세 나이로 타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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