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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DVD / 블루레이

죠스(4K 블루레이)

울프팩 2020. 6. 8. 00:06

'죠스'를 처음 만난 것은 중학교 때 손바닥만 한 삼중당 문고를 통해서였다.

내용은 미국 어느 바닷가 마을에 식인 상어가 나타나 사람들을 습격하는 이야기다.


당시 피터 벤칠리의 원작을 읽으며 백상아리의 습격이 좀처럼 상상이 되지 않았다.

커다란 상어를 본 일도 없을뿐더러 바닷속에서 소리 없이 습격하는 상어 이야기를 들어본 적도 별로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활자 이상의 상상력을 발휘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로부터 몇 년 뒤 TV에서 방영해 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죠스'(Jaws, 1975년)를 보고 나서 상어의 습격이라는 것이 상상 이상의 무서운 일이라는 것을 느꼈다.

 

영화는 벤칠리의 원작을 뛰어넘는 시각적 힘이 있다.

머릿속으로 막연하게 그리던 백상아리의 존재부터 선박을 물어뜯는 가공한 공격력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소설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공포를 절감했다.

 

심연에서 올라오는 어두운 존재인 상어를 통해 숨조차 제대로 못 쉴 만큼 몰아붙이는 긴장감을 느끼면서 "역시 스필버그"라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죠스가 무서운 것은 보이지 않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영화가 시작되고 나서 한 시간 가까이 공포의 상어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대신 상어가 나타날 때 너무나도 유명한 소름 끼치는 음악이 터져 나왔다.

 

존 윌리엄스가 작곡한 주제곡은 '미'와 '파'를 번갈아 가면서 점점 속도를 올려 마치 상어가 덮치는 듯한 공포를 줬다.

그렇게 죠스의 공포는 소리 없이 다가왔다.

 

원래 보이지 않는 존재가 주는 공포는 배가 된다.

'에이리언'이 그렇고 '프레데터'가 그렇다.

 

우리가 모르는 미지의 존재, 우리의 지각 능력 밖에서 덮쳐오는 공포는 상상 이상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이를 영리하게 활용했다.

 

그런데 사실 죠스의 공포는 기술력의 한계가 가져다준 선물이었다.

지금부터 무려 40여년 전 컴퓨터도 없던 시절에 만든 작품이니 디지털 시각효과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영화를 찍으려면 실제 상어를 훈련시키거나 아니면 똑같이 모형을 만드는 수밖에 없었다.

사람을 물어뜯는 연기를 하도록 상어를 훈련시키는 일은 불가능하다.

 

결국 제작진은 길이 8미터의 거대한 백상아리 모형을 똑같이 만들었다.

단순히 모양만 같아서는 안되고 물어뜯는 동작이 가능해야 해서 작동하도록 기계 장치를 넣었다.

 

그러나 생각만큼 기계 상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기계 상어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수리를 하는 동안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고 제작비만 까먹었다.

 

그래서 스필버그 감독은 상어가 등장하지 않는 시퀀스를 구상했다.

음악이 흐르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상어의 존재를 그림자로만 보여주는 것이다.

 

제대로 된 상어의 모습은 55분이 지나서야 등장한다.

기계 상어의 고장 때문에 고육지책으로 짜낸 이 방법이 긴장과 공포를 최고로 끌어올리며 죠스를 일약 히트작으로 만들었다.

 

한마디로 이 작품은 연기와 분위기, 몸으로 때워야 하는 아날로그 시대의 위대한 산물인 셈이다.

4K 타이틀은 4K와 일반 블루레이 등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2160p UHD의 2.3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제작 연도를 감안하면 화질이 좋은 편이다.

윤곽선이 두터운 편이기는 하지만 색감이 생생하게 살아 있고 잡티나 노이즈 등도 전혀 없다.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크게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공포심을 자극하는 음악이 잘 전달된다.

부록으로 제작 다큐, 삭제 장면, 죠스의 영향과 유산, 제작 뒷얘기, 음악, 특수 효과, 원작 및 상어 촬영 등 다양한 내용이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이 작품의 성공비결은 바로 은밀함이다. 1시간이 지나도록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죠스의 시각으로 희생자를 바라보는 영상은 긴장감을 한껏 고조시킨다.
첫번째 희생자로 등장하는 여인을 연기한 여배우는 잠수 스턴트우먼이다.
죠스에게 당한 희생자의 손은 실제 사람을 모래에 파묻고 팔만 내놓은 채 잘린 것처럼 분장했다.
스필버그 감독은 영화사로부터 촬영 제의를  받기전까지  원작을 읽지 않았다. 그는 이 작품 이전에 촬영한 '대결'과 비슷하다는 생각에 감독을 수락했다.
원작자인 피터 벤칠리는 한 어부가 롱아일랜드 해변에서 2톤이 넘는 백상어를 잡았다는 기사를 보고 소설을 구상했다.
원작자인 피터 벤칠리가 방송 리포터로 깜짝 출연했다. 단돈 300달러의 가난뱅이였던 그는 우연히 들은 상어 이야기를 소설로 써서 떼돈을 벌었다. TV 연기경험이 있던 그는 별다른 무리없이 연기를 했다.
스필버그 감독은 수조가 아닌 바다에서 찍자고 고집을 부려 실제 대서양에서 촬영했다. 바다에서 촬영하느라 너무 고생한 스필버그 감독은 "가장 바보같은 짓"이라며 후회했다.
영화 촬영 중 원작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 바람에 덩달아 영화도 개봉전부터 관심을 끌었다.
상어잡이 퀸트 선장 역할은 리 마빈, 스털링 헤이든에게 제의했으나 그들이 거절하자 '발지대전투'에서 독일 전차 부대 지휘관을 연기한 로버트 쇼가 맡았다.
상어를 쫓는 해양 생물학자 역할은 티모시 버텀즈, 제프 브리짓스에게 제의했으나 거절당해 리차드 드레퓨스에게 넘어갔다.
제작진은 길이 7.6미터, 무게 12톤의 기계 상어를 만들어 촬영했다. 상어가 배 위로 뛰어오르는 장면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영화적 재미를 위해 집어넣었다.
백상어는 물 속에서 최고 24km로 헤엄칠 수 있으며 깨무는 턱 힘이 무려 11톤이나 된다. 바닷가 마을 장면은 마티즈 빈야드 섬에서 촬영.
상어의 이빨은 무려 3,000개. 시력과 후각이 좋아서 수백미터 떨어진  피냄새와  생물을 식별할 수 있다. 또 나침반처럼 지구의 자기장을 이용한 전기를 감지해 방향을 인식한다.
경찰서장을 연기한 로이 샤이더. 존 윌리엄스는 영화 분위기를 제대로 살린 주제가로 그의 생애 첫 번째 아카데미 작곡상을 받았다.
수영하는 여인을 향해 물 속에서 치솟는 유명한 포스터는 뉴욕의 삽화가인 로저 카스텔이 만들었다. 자연사 박물관에서 먼지를 털기 위해 내려놓은 상어의 석고 모형을 그대로 촬영하고 여자 모델이 등받이 없는 의자에서 수영자세를 잡고 있는 사진을 찍어 합성했다.
결말은 원작과 다르다. 원작에서는 상어가 작살을 맞고 침몰한다. 상어는 부레가 없어서 끊임없이 헤엄치지 않으면 가라앉는다. 스필버그 감독은 영화의 재미를 위해 일부러 원작과 다른 결말을 선택했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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