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스'를 처음 만난 것은 중학교 때 손바닥만 한 삼중당 문고를 통해서였다.
내용은 미국 어느 바닷가 마을에 식인 상어가 나타나 사람들을 습격하는 이야기다.
당시 피터 벤칠리의 원작을 읽으며 백상아리의 습격이 좀처럼 상상이 되지 않았다.
커다란 상어를 본 일도 없을뿐더러 바닷속에서 소리 없이 습격하는 상어 이야기를 들어본 적도 별로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활자 이상의 상상력을 발휘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로부터 몇 년 뒤 TV에서 방영해 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죠스'(Jaws, 1975년)를 보고 나서 상어의 습격이라는 것이 상상 이상의 무서운 일이라는 것을 느꼈다.
영화는 벤칠리의 원작을 뛰어넘는 시각적 힘이 있다.
머릿속으로 막연하게 그리던 백상아리의 존재부터 선박을 물어뜯는 가공한 공격력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소설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공포를 절감했다.
심연에서 올라오는 어두운 존재인 상어를 통해 숨조차 제대로 못 쉴 만큼 몰아붙이는 긴장감을 느끼면서 "역시 스필버그"라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죠스가 무서운 것은 보이지 않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영화가 시작되고 나서 한 시간 가까이 공포의 상어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대신 상어가 나타날 때 너무나도 유명한 소름 끼치는 음악이 터져 나왔다.
존 윌리엄스가 작곡한 주제곡은 '미'와 '파'를 번갈아 가면서 점점 속도를 올려 마치 상어가 덮치는 듯한 공포를 줬다.
그렇게 죠스의 공포는 소리 없이 다가왔다.
원래 보이지 않는 존재가 주는 공포는 배가 된다.
'에이리언'이 그렇고 '프레데터'가 그렇다.
우리가 모르는 미지의 존재, 우리의 지각 능력 밖에서 덮쳐오는 공포는 상상 이상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이를 영리하게 활용했다.
그런데 사실 죠스의 공포는 기술력의 한계가 가져다준 선물이었다.
지금부터 무려 40여년 전 컴퓨터도 없던 시절에 만든 작품이니 디지털 시각효과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영화를 찍으려면 실제 상어를 훈련시키거나 아니면 똑같이 모형을 만드는 수밖에 없었다.
사람을 물어뜯는 연기를 하도록 상어를 훈련시키는 일은 불가능하다.
결국 제작진은 길이 8미터의 거대한 백상아리 모형을 똑같이 만들었다.
단순히 모양만 같아서는 안되고 물어뜯는 동작이 가능해야 해서 작동하도록 기계 장치를 넣었다.
그러나 생각만큼 기계 상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기계 상어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수리를 하는 동안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고 제작비만 까먹었다.
그래서 스필버그 감독은 상어가 등장하지 않는 시퀀스를 구상했다.
음악이 흐르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상어의 존재를 그림자로만 보여주는 것이다.
제대로 된 상어의 모습은 55분이 지나서야 등장한다.
기계 상어의 고장 때문에 고육지책으로 짜낸 이 방법이 긴장과 공포를 최고로 끌어올리며 죠스를 일약 히트작으로 만들었다.
한마디로 이 작품은 연기와 분위기, 몸으로 때워야 하는 아날로그 시대의 위대한 산물인 셈이다.
4K 타이틀은 4K와 일반 블루레이 등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2160p UHD의 2.3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제작 연도를 감안하면 화질이 좋은 편이다.
윤곽선이 두터운 편이기는 하지만 색감이 생생하게 살아 있고 잡티나 노이즈 등도 전혀 없다.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크게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공포심을 자극하는 음악이 잘 전달된다.
부록으로 제작 다큐, 삭제 장면, 죠스의 영향과 유산, 제작 뒷얘기, 음악, 특수 효과, 원작 및 상어 촬영 등 다양한 내용이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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