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화

창수

울프팩 2013. 11. 29. 16:27
임창정은 매력있는 배우다.
그는 주연을 맡은 '색즉시공' '시실리 2km' '공모자들' '스카우트' 등에서 똑 떨어지는 연기를 보여줬다.

특히 그의 양아치 연기는 국내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발군이다.
그만큼 그는 이름값을 한다.

이덕희 감독의 데뷔작 '창수'(2013년)를 선택한 것도 바로 배우 임창정 때문이다.
그는 이 작품에서 남의 징역살이를 대신 살아주고 돈을 받아 먹고 사는 3류 양아치로 나온다.

꿈도 희망도 없이, 가늘고 오래 살기 위해 "비굴하게 사는 것"이 삶의 모토인 그에게 어느날 여인이 하나 찾아든다.
정말 하늘에서 내려 온 선녀처럼 말도 안되게 느닷없이 찾아든 여인과 며칠 밤을 보내며 덧정이 든다.

그렇게 영화는 마치 '우렁각시'의 전설같은 신파로 시작한다.
하지만 느닷없이 나타난 여인처럼 난데없이 여인이 살해당하며 주인공 창수(임창정)의 운명은 실타래처럼 꼬여 버린다.

더 이상 떨어질 것 없는 막장 인생에게서 마지막 희망마저 앗아가며 영화는 그렇게 느와르로 흐른다.
하지만 영화는 시원하게 뚫려야 할 클라이맥스없이 힘들게 깔딱고개를 넘는 자동차처럼 답답하게 파국을 향해 올라간다.

그렇게 전래동화처럼 어설프게 시작한 영화는 3류 양아치의 어설픈 복수로 막을 내린다.
현실성이나 개연성은 애시당초 신파같은 시작과 함께 날아가 버렸다.

'공모자들' 같은 치밀함이나 '색즉시공'처럼 시원하게 터지는 웃음없이 막힌 배관처럼 답답하게 굴러가는 영화다.
마치 보는 이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것 같다.

이 감독은 영화 '파이란'의 조감독 출신이라는데 그래서 그런지 양아치들 사이에 흐르는 비정함과 잔인함은 '파이란'을 닮았다.
그런데 정작 '파이란'에서 가져와야 할 가슴을 흔드는 먹먹한 감동은 없다.

신파와 감동은 다르기에, 혼신의 힘을 다한 임창정의 연기가 더 안타깝게 보인다.
결국 남은 것은 배우 임창정의 연기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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