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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DVD / 블루레이

천국의 아이들(블루레이)

울프팩 2023. 4. 10. 00:24

마지드 마지디(Majid Majidi)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천국의 아이들'(Bacheha-Ye Aseman, 1997년)은 가슴을 따뜻하게 만드는 이란 영화다.

가난한 소년 알리(아미르 파로크 하스미얀 Amir Farrokh Hashemian)는 심부름을 갔다가 수선을 맡긴 여동생 자라(바하레 세디키 Bahare Seddiqi)의 신발을 잃어버린다.

 

알리는 너무나 어려운 집안 형편을 알기에 차마 부모에게 얘기하지 못하고 자신의 신발을 동생과 나눠 신으며 힘들게 학교를 다닌다.

오전에 동생이 수업을 마치고 뛰어오면 바삐 그 신발을 신고 오후에 학교로 달려간다.

 

그러다가 아이들 마라톤 대회 소식에 운동화가 3등 상품으로 나온다.

이를 알게 된 알리는 3등을 목표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너무 잘 달려도 안되고 너무 뒤처져도 안 되는 힘든 경주를 한다.

 

마지디 감독은 안쓰러우면서도 감동적인 이야기를 유머러스하면서 흥미롭게 풀어냈다.

국내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이란 영화여서 오래되기는 했지만 테헤란 풍경과 함께 이란 서민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좁은 골목길이 많이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마지디 감독은 롱 샷을 이용해 좁고 구부러지며 길게 이어지는 골목길을 잘 살렸고, 이란 특유의 군중 장면을 부감 샷으로 강조했다.

 

영화 곳곳에 한 방에 옹기종기 모여 생활할 정도로 가난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챙겨주는 가족의 애틋한 정이 묻어난다.

압권은 막판 9분가량 이어지는 달리기 장면이다.

 

마지디 감독은 결정적인 순간에 슬로 모션을 섞어 소년들의 달리는 모습을 긴장감 넘치게 보여준다.

알리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모습에 가슴을 조이며 보면서도 1등을 하지 않도록 응원하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진다.

 

아마추어인 아역 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했다.

알리를 맡은 아미르 파로크 하스미얀은 이 작품에서 연기를 처음했는데도 자연스러운 연기로 관객의 공감을 끌어낸다.

 

신발 한 켤레로 이만큼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를 만들어낸 영화는 흔치 않다.

새삼 마지디 감독의 연출력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1080p 풀 HD의 1.78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무난한 화질이다.

샤프니스가 높고 색상은 비교적 복원이 잘 됐지만 세로 줄무늬 등 필름 손상 흔적이 여실히 드러난다.

 

음향은 DTS HD MA 2.0 채널을 지원한다.

부록으로 정성일 평론가의 해설과 김영진 평론가의 소개 영상이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마지드 마지디 감독은 14세때부터 연극을 한 배우 출신이다.
마지디 감독은 이란의 아동청소년지능개발연구소(KANOON)에서 일하던 중 지원을 받아 이 영화를 만들었다.
하얀 덩어리는 설탕이다. 이를 잘개 쪼개서 종교 행사에 참석하는 남성들에게 돌리는 차에 넣어 먹는다.
이란 아동청소년지능개발연구소에서 지원을 받아 영화를 만들면 의무적으로 교육적인 내용을 집어 넣어야 한다. 그래도 연구소 지원을 받는 것이 검열과 규제가 심한 정부 당국의 손길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 영화는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이 자주 등장한다. 테헤란 바자르 뒷쪽 너셀에서 촬영.
주인공 알리를 연기한 아미르 파로크 하스미얀은 연기 경험이 전혀 없는 아마추어다. 마지디 감독의 발탁으로 출연한 이 영화가 최초이자 마지막 작품이다.
이란 서민들의 다세대 주택. 마당에 작은 연못을 중심으로 여러 집이 모여 산다.
온 가족이 한 방에 모여 살며 밥도 먹고 요리도 하고 일도 한다. 엄마는 바닥에 놓은 앉은뱅이 재봉틀로 옷 수선을 하면서 동시에 요리를 하고 여동생은 막내를 돌본다.
촬영은 주로 테헤란 구시가에서 했다. 알리가 아빠의 자전거를 타고 지나는 곳이 테헤란 중심가로, 양국 수교를 기념해 만든 서울거리도 이 곳에 있다. 당시 서울에는 테헤란로가 생겼다.
알리가 아버지와 함께 부업으로 정원 손질을 나가는 부자 동네는 테헤란 북부 사이드어벗 지역에서 찍었다. 팔레비의 여름궁전이 위치한 이 곳에 부자들이 모여 산다.
이 영화는 전문 배우와 아마추어들이 함께 등장한다. 초반 등장한 식품점 주인도 동네 주민이다.
이 작품은 1999년 제71회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다.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른 최초의 이란 영화다.
"혼나는 건 두렵지 않아. 그런데 새 신발을 사려면 빚을 내야 하잖아." 여동생 신발을 잃어버린 소년 알리의 집안 형편을 걱정하는 대사가 가슴을 아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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