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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 / 블루레이

크루엘라(블루레이)

울프팩 2021. 9. 4. 16:41

크레이그 질레스피(Craig Gillespie) 감독의 '크루엘라'(Cruella, 2021년)는 원작을 훌륭하게 비튼 영화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원작 '101마리의 달마시안'은 모피에 미친 악녀 크루엘라가 모피코트를 만들려고 달마티안을 납치해 벌어지는 소동을 다뤘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더 이상 개들의 모험은 없다.

질레스피 감독의 이 작품은 원작과 달리 악녀 크루엘라(엠마 스톤 Emma Stone)에 초점을 맞췄다.

 

단순히 악녀의 관점에서 동일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악녀를 안티 히어로로 탈바꿈해 새로운 이야기를 재미있게 만든 작품이다.

원작과 이어지는 것은 캐릭터뿐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라고 봐도 무방하다.

 

사실 달마티안은 그렇게 많이 등장하지 않고 크루엘라와 끝없는 인기와 권력을 추구하는 새로운 악녀 바로네스(엠마 톰슨 Emma Thompson)의 대결 이야기다.

개보다 사람에 맞춰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한 것은 현명한 선택이다.

 

만화와 달리 실사로 찍었을 때 말하는 개처럼 어색한 것이 없다.

질레스피 감독은 사람에 초점을 맞춰 애니메이션을 실사 영화로 만들었을 때 실패할 수 있는 요소를 잘 피했다.

 

그만큼 머리를 잘 쓴 영화다.

돋보이는 것은 단연 두 엠마, 크루엘라와 바로네스를 연기한 엠마 스톤과 엠마 톰슨의 연기다.

 

엠마 스톤이 연기한 크루엘라는 여성판 조커 같다.

엄마를 죽음으로 몰고 간 악당에게 복수하기 위해 크루엘라가 변신하는 과정과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뒤 겪게 되는 혼란은 조커와 방황과 고뇌를 닮았다.

 

다만 마냥 안으로 침잠하며 가라앉는 조커와 달리 디자이너를 꿈꾸는 크루엘라는 화려한 패션으로 자신의 욕망을 분출한다.

이 과정에서 바로네스와 벌이는 패션 대결은 현란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상영 시간 내내 두 배우의 밀도 있는 연기와 형형색색의 미술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1970년대 익히 들었던 귀에 익는 록 넘버들이 적절하게 흘러나와 귀까지 즐겁게 한다.

 

언뜻 생각하면 안 어울릴 것 같은 슈퍼트램프, 비지스, 도어스, 니나 사이먼, 비틀스, 퀸, ELO, 블론디 등 다양한 노래들이 여러 장면에 배경음악으로 깔리면서 영화를 맛깔스럽게 만들었다.

일부 노래들은 단순히 밑자락에 깔리는 역할에서 벗어나 뮤지컬처럼 배우들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며 심리 묘사를 위한 도구 역할로 적극 전면에 나선다.

 

영화 속에서 크루엘라는 더 이상 애니메이션의 악역이 아니다.

자신의 재능으로 권력에 맞서고 악을 부서뜨리는 혁신가로 변신한다.

 

그 정도로 완전 새로운 작품으로 거듭났다.

새삼 101마리 달마티안의 놀라운 반전이자 기존 이야기의 전복을 통해 혁명가 크루엘라의 등장을 알린 파격적인 작품이다.

 

미스터리 구성을 통해 잠시도 긴장을 늦추지 않으면서 적절한 유머와 화려한 영상으로 즐거움을 준 길레스피 감독의 연출력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엠마 스톤과 엠마 톰슨의 뛰어난 연기, 훌륭한 삽입곡 선곡까지 완벽할 정도로 조화를 잘 이뤘다.

 

속편도 제작한다고 하니 벌써부터 기대된다.

이 작품은 국내에 스틸북과 일반판 두 가지 버전의 블루레이로 출시됐다.

 

이 작품만큼은 스틸북보다 일반판 구성이 월등 훌륭하다.

원래 조금이라도 더 두꺼워 공간을 차지하는 스틸북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 작품은 더욱 일반판을 사야할 이유가 있다.

 

스틸북은 요란한 껍데기 외에 본편 디스크 1장만 들어 있다.

그러나 일반판은 본편 디스크와 주옥같은 삽입곡 15곡이 수록된 OST CD가 함께 들어 있다.

 

전체 삽입곡이 모두 수록된 것은 아니지만 영화의 오리지널 주제가인 'Call Me Cruella'를 비롯해 티나 터너가 리메이크한 'Come Together', 조지아 깁스가 부른 'I Love Paris', 켄 도드의 'Love is Like a Violin' 등 절로 따라 부르게 되는 흥겨운 곡들이 들어 있다.

따라서 무겁고 두꺼워 보관하기 불편한 스틸북보다 일반판이 훨씬 실속 있는 선택이다.

 

1080p 풀 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윤곽선이 깔끔하고 현란한 패션의 색감들을 선명하게 잘 살렸다.

 

DTS HD MA 7.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채널 분리가 잘 돼 있어 서라운드 효과가 괜찮다.

다만 음량이 작은 것이 흠이다.

 

부록으로 배역 소개, 분장과 의상, 촬영 장소, 개 촬영, 원작 만화와 비교, NG 장면 및 삭제 장면들이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부록들은 모두 HD 영상이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원작은 도디 스미스가 쓴 '101마리 달마시안'을 1961년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디즈니 작품이다.
애니메이션과 이 작품 속 엠마 스톤의 머리 모양은 흑백 시대 여배우 탈룰라 뱅크헤드를 흉내냈다. 영화 속 TV 장면에 탈룰라 뱅크헤드가 나온다.
의상은 제니 비번이 맡았다. 그는 277벌의 옷을 만들었다.
구제 의상실 주인 아티는 데이빗 보위 등 글렘록 가수를 오마주한 캐릭터다.
촬영은 런던에서 했다. 런던풍 공원은 그리니치 해군학교 주변에서 촬영.
구제 의상실은 노팅힐 포토벨로 거리에서 촬영. 제작진은 거리 차양과 간판 등을 1970년대 스타일로 바꿔 달고 찍었다.
제작진은 남작 부인의 화려한 패션회사 등 130개의 세트를 만들었다.
크루엘라가 남작 부인의 차 위에 올라서 선보이는 화려한 붉은 드레스의 하단은 깃털로 제작됐다.
제니 비번은 신문지를 이용해 12미터 길이의 쓰레기 드레스를 만들었다.
제니 비번은 엠마 스톤이 에스텔라로 일할 때 입는 의상을 펑크 록 가수나 니나 하겐의 사진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
제작진은 런던의 셰퍼튼 스튜디오, 버크셔, 그리니치 등 44개 장소에서 촬영했다.
감독은 크루엘라와 에스텔라를 찍을 때 35mm 카메라를 사용해 오래된 필름 같은 느낌을 살렸고 남작 부인 장면은 65mm 카메라로 찍어서 딱딱한 느낌을 강조했다.
제작진은 촬영 4개월 전부터 개들을 훈련시켰다. 원래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가 원산지인 달마티안은 말과 마차를 지키도록 사육된 사냥개다.
작품 속 자동차는 영국 펜더웨스트 윈드에서 제작한 펜더 드빌이다. 재규어 엔진을 사용한 이 차는 부유층을 겨냥해 1985년까지 60대가 수작업으로 제작됐다. 펜더웨스트 윈드는 1987년 쌍용자동차에 인수됐다가 1990년 문을 닫았다.
엔딩 크레디트에 나오는 쿠키 영상을 보면 원작과 달리 남작부인의 변호사로 나온 로저가 원작처럼 작곡가로 변신하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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