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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 / 블루레이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블루레이)

울프팩 2022. 12. 5. 00:10

매튜 본(Matthew Vaughn) 감독의 '킹스 맨 퍼스트 에이전트'(The King's Man, 2020년)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와 '킹스맨 골든 서클'을 잇는 세 번째 작품이다.

전작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도 연출뿐 아니라 각본을 쓰고 제작까지 참여한 본 감독은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킹스맨의 탄생을 그린 프리퀄을 만들었다.

 

1910년대 세계 전쟁을 일으켜 세상을 뒤집어 엎으려는 악당들의 음모를 영국이 비밀 정보 조직 킹스맨을 결성해 막는 내용이다.

이 작품에서 킹스맨은 비밀 결사에 가깝다.

 

단순히 정보만 캐는 것이 아니라 뛰어난 사격과 무술 실력을 갖춘 용사들이 적진에 침투해 악당 처치에 나선다.

이번 작품에서는 전작의 젊은 신예 못지않은 노련한 용사 옥스퍼드 공작(랄프 파인즈 Ralph Fiennes)의 활약에 초점을 맞췄다.

 

아들 콘래드(해리스 딕킨슨 Harris Dickinson)와 충직한 가신 같은 전사 숄라(디몬 하운스)와 여성 저격수 폴리(젬마 애터튼 Gemma Arterton)가 옥스퍼드 공작을 돕는다.

전작들과 차이가 있다면 역사적 사실을 허구와 섞은 것이다.

 

러시아 황제를 몰락으로 이끈 요승 라스푸틴(리스 이판 Rhys Ifans)과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유명 여간첩이었던 마타 하리(발레리 파흐너), 아돌프 히틀러의 등장에 결정적 역할을 한 에릭 얀 하누센(대니얼 브륄)은 물론이고 영국의 조지 5세, 러시아 니콜라이 2세, 독일 빌헬름 황제 등 실존 인물들이 대거 등장한다.

물론 인물들이 얽히고설키며 벌어지는 사건과 액션은 감독이 만든 허구다.

 

그만큼 스케일이 커져 러시아 왕궁과 참호전이 벌어진 제1차 세계 대전의 전장을 누비며 액션을 펼친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 궁전과 접근이 어려운 절벽 위 요새, 길게 펼쳐진 참호 등을 그럴듯하게 재현한 볼거리가 눈길을 끈다.

 

총과 칼을 동원한 액션 또한 화려하다.

무엇보다 한밤 중 침묵 속에 펼쳐지는 독일군과 영국군의 백병전, 적의 요새에서 펼쳐지는 격투 등이 긴장감 넘친다.

 

여기서 와이드 앵글과 클로즈업을 적절하게 오가며 영상에 긴장감을 더한 벤 데이비스 촬영감독의 촬영을 칭찬할 만하다.

특히 칼날 끝에서 상대를 바라본 앵글 등 독특한 촬영이 눈에 띈다.

 

다만 역사와 허구를 섞은 영화들이 그렇듯 역사를 비튼 설정들이 지나치게 황당하다.

마타 하리가 미국 대통령을 유혹해 참전하지 못하도록 협박을 하거나 라스푸틴, 오스트리아 황태자를 암살한 갈리치프, 마타 하리 등이 모두 악당의 부하들로 한통속이라는 설정은 억지에 가깝다.

 

킹스맨 특유의 화려한 액션과 미술 등은 볼만 하지만 전작에 이야기의 발랄함과 신선함은 전작들에 미치지 못했다.

1080p 풀 HD의 2.39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윤곽선이 깔끔하고 필터링된 색상이 선명하게 잘 살았다.

DTS HD MA 7.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기대보다 떨어진다.

 

전체적으로 음량이 작아서 포격 소리 등이 무기력하다.

대사 또한 작게 들린다.

 

부록으로 1시간이 넘어가는 제작 과정, 액션 장면 분석, 재향 군인회 소개 영상 등이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부록들도 HD 영상으로 제작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변함없이 킹스맨 양복점이 등장. 영국 런던 세빌로의 헌츠맨 양복점을 킹스맨 양복점으로 활용.
제1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된 오스트리아의 페르디난트 대공이 사라예보에서 암살 당하는 장면은 실제 사건과 일치하게 재현했다. 사라예보 장면은 이탈리아 투린에서 촬영.
리스 이판이 라스푸틴을 연기. 본 감독은 존 휴스턴 감독의 '왕이 되려던 사나이'에서 영향을 받아 이 작품을 찍었다.
얼음궁전 장면은 투린에 세트를 만들어 촬영.
영국 육군장관이었던 허버트 키치너 경은 실제로 비밀회의를 위해 러시아로 가던 중 독일 U보트의 어뢰 공격으로 군함 햄프셔호가 격침돼 전사됐다.
라스푸틴은 실제로 화장을 했다. 리스 이판은 라스푸틴의 사진을 보고 분장했다.
절벽 위 악당의 아지트는 여러 세트를 결합해서 촬영. 벼랑으로 올라가는 승강기도 따로 작동하도록 만들었다.
톰 홀랜더가 영국 조지 5세 왕, 독일 빌헬름 황제, 러시아 니콜라이 2세 황제 등 1인 3역을 했다. 실제로 세 사람의 인물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특히 조지 5세와 니콜라이 2세는 쌍둥이처럼 닮았다. 조지 5세의 어머니 알렉산드라와 니콜라이 2세의 어머니인 덴마크의 다우마가 자매였기 때문이다.
본 감독은 항상 배우를 떠올리며 각본을 쓴다. 캐스팅이 잘못되면 각본과 촬영이 아무리 좋아도 영화가 망한다고 생각하기 때문.
제1차 세계대전의 참호전이 벌어지는 전장은 비행장인 화이트 월 섬에 가로 305m, 세로 122m 크기로 만든 세트다.
모래 주머니를 쌓아 만든 참호벽 세트는 회반죽을 이용해 한덩어리로 찍어냈고 맨 위에만 진짜 모래 주머니를 올려 놓았다. 참호 내부는 흙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천장이 없는 컨테이너 안에 세트를 만들었다.
제1차 세계대전 때 전투기 조종사는 기병 출신들이 많았다. 말을 잘타면 비행기 조종도 잘할 것이라는 황당한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서 많은 조종사들이 승마 바지를 입었다.
벤 데이비스 촬영감독은 데이비드 린 감독이 '아라비아의 로렌스' 촬영에 사용한 파나비전의 800mm 렌즈를 이용해 촬영했다. 그만큼 영상이 깊이있고 부드럽다.
극 중 옥스퍼드 경은 슈타이어 M1907 9미리 권총을 사용. 총신 하단에 황동으로 만든 조명탄 발사기를 붙였다.
칼날에서 상대를 바라본 특이한 앵글. 매튜 구드가 악당 모튼을 연기. 그는 손잡이 옆에 작은 권총이 달린 칼을 사용.
본 감독은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에서 콜린 퍼스와 태런 애저튼이 킹스맨의 기원에 대해 말하는 장면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엔딩 타이틀 장면에 에릭 얀 하누센이 히틀러를 레닌에게 소개하는 쿠키 영상이 나온다. 독일에서 예언가 역할을 했던 하누센은 히틀러의 신임을 얻었으나 나치 집권 후 전쟁을 반대하다가 체포돼 옥사했다. 하누센은 유대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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