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토요일 밤의 열기(4K)

울프팩 2022. 11. 12. 17:01

신나는 댄스 음악인 디스코는 사실 시대의 아픔을 간직한 장르다.
1970년대 베트남전이 끝난 뒤 미국의 젊은이들은 억눌렸던 욕망의 배출구를 섹스와 디스코에서 찾았다.

그만큼 1970년대 미국의 디스코는 흑인과 게이 등으로 대표되는 언더그라운드 문화였다.
긴 나팔바지에 현란한 색깔의 의상을 뽐내며 심하게 몸을 흔드는 모습은 주류 문화에서 보면 저질이었다.

이런 생각을 가진 미국인들이 의외로 많아 거대한 운동장에 모여 디스코 LP를 부수고 불을 태우기도 했다.
그야말로 현대판 분서갱유 같은 일이 일어난 셈이다.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를 뚫고 태어난 영화가 바로 존 바담 감독의 '토요일 밤의 열기'(Saturday Night Fever, 1977년)다.
실제로 워낙 반 디스코 정서가 사회에 팽배했던지라 제작진은 개봉을 주저했고, 흥행에서 참패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을 뒤엎고 엄청난 흥행으로 이어졌다.
성공의 비결은 젊은이들의 우상으로 떠오른 존 트라볼타(John Travolta)의 뛰어난 춤 솜씨와 비지스(Bee Gees)의 신나고 경쾌한 음악이었다.

유명한 'Stayin' Alive'부터 'Night Fever', 'More Than A Woman' 등 흥겨운 댄스곡과 감미로운 'How Deep Is Your Love'까지 비지스가 부른 주옥같은 노래들이 영화를 수놓는다.
여기에 월터 머피가 전자음악으로 편곡한 '베토벤 교향곡 5번'도 유명하다.

덕분에 1970년대 말 미국에 다시 디스코 열풍이 몰아쳤다.
한 편의 영화가 대중문화의 흐름을 바꾼 셈이다.

이 작품은 춤에 빠진 젊은이를 통해 1970년대 시대적 상황과 인종 차별, 성적 편견 등 사회가 안고 있던 각종 모순들을 드러냈다.
그래서 제임스 딘의 '이유 없는 반항'과 곧잘 비견되는 1970년대 대표적 청춘물로 자리매김했다.

4K 타이틀은 4K와 일반 블루레이 등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2160p U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화질이 괜찮은 편이다.

클로즈업의 디테일이 좋고 색상이 선명하다.
다만 원경 등 일부 장면은 촬영 여건상 뿌옇고 입자가 거칠게 보인다.

돌비트루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좋다.
소리의 이동성과 방향감이 분명하게 살아 있다.

부록으로 존 바담(John Badham) 감독 음성해설과 제작과정, 삭제 장면 등이 들어 있으며 일부 텍스트 부록을 제외하고 모두 한글 자막을 지원한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아랫단이 넓은 나팔바지와 굽 높은 구두, 이소룡과 록키, 파라 파세트와 알 파치노의 포스터 그리고 비지스의 신나는 디스코 음악 등 이 작품은 1970년대 대중문화 아이콘으로 가득하다.
영화는 브루클린 다리를 보여주며 시작한다. 다리는 블루 컬러의 브루클린과 화이트 컬러들이 모인 맨해튼 등 두 세상을 연결한다. 멀리 9.11 테러로 지금은 사라진 쌍둥이 빌딩이 보인다.
이 작품에는 존 트라볼타의 지인들이 총출동했다. 레니 피자집 여종업원은 존의 여동생이다. 피자 가게는 지금도 그대로 있다.
페인트 가게에 물건을 사러 온 노파는 존의 어머니다. 페인트 가게는 지금은 피어슨 베이 리지홈센터라는 철물점으로 바뀌었다.
친구 역할은 운전사를 제외하고 실제 존의 친구들이다. 그들은 이 영화로 생전 처음 연기를 했다.
주연을 맡은 존 트라볼타. 존은 당시 TV 시트콤 시리즈에 출연해 인기를 끌었으나 이 작품으로 슈퍼스타가 됐다. 그는 17세 때 영화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오디션을 보러 갔다가 이 작품의 제작자 존 스티그우드의 눈에 띄었다. 스티그우드는 존을 위한 작품으로 이 영화를 구상했다.
당시로서는 드물게 상스러운 욕을 대사에 그대로 사용해 사람들을 경악하게 했고, 그 바람에 감독은 내부 시사회 후 해고됐다.
존은 촬영 중 탤런트였던 애인 다이애나 하이랜드가 유방암으로 죽어 한동안 촬영을 못했다. 그래서 초반 페인트 통을 들고 거리를 걷는 일부 장면 중 발만 보이는 부분에 대역을 썼다. 당시 존은 23세, 다이애너는 41세였다.
이 작품으로 존 못지않게 유명해진 존재가 비지스다. 1960년대 인기를 끌었던 그들은 1970년대 들어 내리막을 걷던 중 이 작품에서 'staying alive' 'night fever' 'how deep is your love' 등 여러 곡이 히트해 화려하게 부활했다. 비지스의 맏형 배리 깁은 1970년대 들어 새로 개발한 가성 창법이 디스코와 잘 맞아떨어졌다. 비지스가 부른 OST는 무려 3,000만 장 팔렸다.
1970년대 디스코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줄 맞춰 추는 라인 댄스다. 영화에 등장한 디스코텍은 뉴욕 브루클린에 위치한 2001 오디세이다. 입장료는 당시 10불 정도였고, 조명이 번쩍이는 바닥은 제작진이 1만 5,000달러를 들여 새로 깔았다.
이 영화는 어찌 보면 PPL의 효시다. 트로잔사에서 콘돔을 협찬하며 감독에게 평생 쓰고 남을 만큼 엄청난 콘돔을 제공했고, 감독은 이를 모두 자선단체에 기부했다.
이 작품은 1975년 6월 7일 잡지 '뉴욕'에 실린 기사 '토요일 밤의 종족 의식'을 토대로 제작됐다. 이 기사는 브루클린 빈민가의 나이트클럽 취재기였다.
존의 흰 양복은 이 작품의 상징이 됐다. 원래 이 작품의 감독은 '록키'를 만든 존 아빌드센이었다. 그러나 주인공을 착한 사람으로만 표현하면서 존 트라볼타와 마찰을 일으켜 해고됐다.
존은 댄싱 장면 편집에 직접 관여했다. 그가 9개월 동안 연습한 춤 장면이 원래 편집에서 삭제됐다. 이에 놀란 존이 제작자 스티그우드에게 항의했고, 스티그우드는 감독과 편집자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존이 편집에 참여해 유명한 댄싱 장면을 살리도록 했다.
가운데 흰 옷 입은 인물이 깜짝 출연한 감독이다.
디스코는 뉴욕의 언더그라운드 게이클럽에서 주로 유행했다. 유명했던 곳이 스튜디오 54. 이곳이 인기를 끌며 유명 연예인들까지 몰리자, 출입자를 심사해 들여보내는 벨벳 로프가 등장했다.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레슬러  (0) 2022.12.03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블루레이)  (2) 2022.11.27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블루레이)  (8) 2022.11.06
사우스포(블루레이)  (0) 2022.11.05
너를 만난 여름(블루레이)  (2) 2022.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