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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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 스토리4(블루레이)

울프팩 2020. 1. 1. 18:00

장난감들이 사람처럼 살아 움직이는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 시리즈가 벌써 4편이 등장했다.

조시 쿨리 감독의 '토이 스토리 4'(Toy Story 4, 2019년)는 전작들과 많이 달라졌다.

 

이전 시리즈는 카우보이 보안관 우디와 우주 비행사 버즈를 중심으로 진행됐다면 이번 작품은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듯 여성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전작에서 그저 방 한 켠을 조용히 지키며 우디를 응원하던 도자기 인형 보 핍이 여전사가 돼서 전면에 나선다.

 

그는 연파란색 드레스를 과감히 벗어던지고 양치는 막대를 무기처럼 휘두르며 악당들과 싸운다.

어찌 보면 보 핍의 모험담이라고 할 만큼 그의 비중이 올라갔다.

 

보 핍은 이제야 자신의 정체성과 자아를 찾았다는 듯 종횡무진 누비고 다니며 우디를 돕는다.

심지어 악역을 맡은 개비개비 조차도 여자아이를 닮은 장난감이다.

 

개비개비라는 캐릭터의 변화도 흥미롭다.

그저 소녀들에게 선택돼 사랑받기를 원하며 고장난 부분의 개조에 열심이던 개비개비는 막판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캐릭터로 변신한다.

 

이처럼 여성 인형 캐릭터들의 자아를 찾는 과정은 마치 페미니즘을 강조하는 영화처럼 보일 수 있다.

상대적으로 우디와 버즈의 활약은 조금 줄어든 느낌이다.

 

특히 우디의 역할과 성격이 많이 달라졌다.

과거에 우디는 자신의 위치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새로 나타난 장난감들을 견제했으나 이제는 퇴역 군인처럼 자신의 처지를 인정하고 포키 같은 새로운 장난감이 주인 곁에서 제 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보조적 역할로 물러 났다.

 

이 같은 모습은 막판의 아련한 엔딩과도 연결된다.

이기적 존재에서 이타적 존재로 변하는 우디의 자기희생적인 모습은 그만큼 흘러간 세월을 반영한다.

 

마치 장난감도 나이를 먹고 늙어가는 사람처럼 물러날 때를 스스로 찾는 느낌이다.

그래서 그런지 우디와 버즈, 보 핍 등 기존 시리즈에서 거듭해 등장한 캐릭터들은 안정된 모습이다.

 

반면 새로 등장한 포키나 개비개비는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며 불안한 모습을 보여준다.

포키는 쓰레기와 장난감 사이에서 혼란을 느끼며 방황하고 개비개비는 선택받지 못한 장난감이 갖는 존재 자체의 불안함을 드러낸다.

 

따라서 새로 등장한 캐릭터들만 놓고 보면 이 작품은 그들의 불안한 생존기를 다루고 있다.

그만큼 겉보기에 화려한 동화 같은 이 애니메이션은 끊임없이 사회 속에서 불안을 느끼는 인간의 모습을 속살처럼 감추고 있다.

 

그만큼 이들의 모험과 선택이 흥미롭고 재미있지만 가슴 한 켠에 아련한 안쓰러움과 걱정을 동시에 던져준다.

과연 우디의 선택은 행복할까.

 

또다시 정글 같은 세상에서 힘겹게 살아가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든다면 더 이상 이 시리즈가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만든 애니메이션이 아닌 현대 인간 군상의 슬픈 엘레지처럼 보일 수 있다.

 

그렇기에 아마 후속작을 더 이상 만들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국내 출시된 블루레이 타이틀은 영화 본편과 부록 등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1080p 풀 HD의 2.39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최신작답게 화질이 훌륭하다.

윤곽선이 예리하며 색상이 화사하다.

 

DTS HD MA 7.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소리의 방향감은 좋은데 음량이 작아서 서라운드 효과가 잘 살아나지 않는다.

부록은 캐릭터 설명과 제작과정, 스튜디오 소개, 장면 분석과 삭제 장면, 예고편 등 풍성한 내용이 한글자막과 함께 HD 영상으로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사람의 피부가 너무 매끈매끈해서 오히려 인형처럼 보인다.
픽사 스튜디오 직원들은 사무실에 온갖 장난감을 가져다 놓고 둘러쌓여 일을 한다. 그들에게 장난감은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도구다.
중고샵의 디테일이 놀라울 정도로 세밀하다. 픽사 스튜디오에 창업자 이름을 딴 스티브 잡스 건물이 있다.
제작진은 임시 배우들이 먼저 목소리를 녹음하면 이를 들어보고 대본을 수정한 뒤 실제 배우들이 녹음했다.
원래 1,2편 감독이었던 존 라세터가 연출을 맡았으나 성희롱 논란이 일면서 하차했다.
상점 천장에 걸린 샹들리에가 빛을 반사하며 빛나는 장면은 감탄이 나올 만큼 아름답다. 이 작품의 연출을 맡은 조시 쿨리 감독은 원래 픽사에서 스토리 아티스트로 일을 시작했다.
도자기 인형 보 핍이 액션영웅으로 변신했다. 제작진은 체조선수의 움직임 등을 참고해서 보의 동작을 만들었다.
개비개비는 1950년대 고전적 아기 인형을 모델로 제작됐다. 그가 심복으로 거느린 인형들은 복화술 인형이다.
새로 등장한 장난감 포키는 이야기를 끌어가는 캐릭터라기 보다는 사건의 원인이 되는 불쏘시개 같은 역할이다. 포키는 쓰레기와 장난감 사이에서 계속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다.
이전 시리즈가 버즈와 우디의 관계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작품은 우디와 보의 관계에 더 관심이 가도록 제작됐다.
캐나다 스턴트맨으로 설정된 1970년대 장난감 듀크 카붐의 목소리는 캐나다계 배우인 키아누 리브스가 연기했다.
듀크 카붐의 걸음걸이 등에 오토바이를 좋아하는 키아누 리브스의 의견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
유명 가수인 퀸시 존스의 딸인 배우 겸 작가 라시다 존스와 윌 매코맥이 각본을 썼다.
픽사 스튜디오가 만든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시작 전에 등장하는 단편 애니메이션이 사라졌다.
시리즈 내내 우리말 녹음판에서 버즈의 목소리를 담당했던 성우 박일이 2019년 7월31일 사망했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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