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파리의 여인

울프팩 2013. 3. 30. 22:35

찰리 채플린이 각본, 연출에 작곡까지 한 '파리의 여인'(A Woman of Paris, 1923년)에는 채플린이 나오지 않는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딱 한 컷 지나가지만 아무도 채플린인 줄 모른다.

채플린은 기차역의 짐꾼으로 카메오처럼 나오는데, 그것도 고개를 숙이고 짐을 들고 있어서 자세히 들여다봐도 알아보기 힘들다.
특이한 것은 이 작품이 코미디가 아니라 정통 멜로 드라마라는 점.

영화는 사랑했으나 운명의 장난으로 엇갈리게 되는 연인들의 슬픈 이야기를 다뤘다.
채플린이 이 작품을 만든 이유는 비평가들 때문이다.

몇 몇 비평가들이 무성영화는 인간의 심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고 비판하자, 채플린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 영화를 만들었다.
이를 위해 그는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와 소품 등을 통해 무성영화가 인간의 심리를 잘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작정이었다.

여인이 무심코 연 서랍에서 남자의 옷가지가 떨어지며 두 사람의 관계를 암시하는 장면이나 여인들이 맛사지를 받으면 수다를 떨때 이를 경멸하듯 다른 곳을 쳐다보는 맛사지사의 미묘한 표정 변화 등이 실제로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그만큼 채플린은 연출에 섬세하게 공을 들였다.

재미있는 점은 이 작품이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채플린은 당시 페기 홉킨스 조이스라는 유명한 이혼녀를 알고 지냈는데, 페기는 백만장자 5명과 결혼 및 이혼을 거듭하며 엄청난 재산을 모았다.

페기는 프랑스 유명 출판업자의 정부가 되고 그 때문에 자살한 청년 이야기를 들려줬는데, 채플린은 여기서 영감을 얻어 이 작품을 구상했다.
채플린이 장기인 코미디에서 벗어난 정통 드라마로 승부를 건 이 영화는 그의 필모그라피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이다.

4 대 3 풀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90년 된 작품치고는 무난한 화질이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5.1 채털을 지원하며 부록으로 작품 해설과 삭제장면, '춘희'를 소재로 만든 중편 등이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채플린은 처음부터 여주인공에 에드나 퍼비언스를 염두에 두고 이 작품을 만들었다. 채플린은 이 작품 역시 각본을 쓰지 않고 머리속 구상만으로 촬영했다.
편협하고 고집스런 생각에 사로잡힌 부모들을 비극의 원인처럼 그렸다. 채플린은 특이하게도 이 작품 시사회 때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작품의 의견을 묻는 편지를 돌려 화제가 됐다.
기차가 역에 들어서는 장면은 기차 창문처럼 구멍을 뚫은 판지를 조명을 가로질러 움직이면서 표현. 이 부분에서 채플린이 짐꾼으로 스쳐 지나간다. 채플린은 짐을 어깨에 메고 고개까지 숙여 알아보기 힘들다.
여주인공 마리 생클라르를 맡은 에드나보다 백만장자를 연기한 아돌프 멘주가 더 인기를 얻었다.
채플린은 이 작품에 세 여자의 모습을 투영했다. 주연인 에드나 퍼비언스와 이혼녀 페기 홉킨스 조이스, 그리고 당시 채플린이 만나던 여인 폴라 네그리다.
남녀 집안의 반대로 파리에 혼자 올라와 매춘부가 된 여인은 가난한 화가인 옛 남자친구와 백만장자 부호 사이에서 갈등한다.
이 작품에 영감을 제공한 페기는 5명의 백만장자와 결혼 및 이혼을 거듭하며 많은 재산을 모았다. 버지니아 이발사의 딸인 페기는 첫 번 이혼 후 지그펠드 뮤지컬 쇼의 쇼걸이 돼서 의도적으로 돈 많은 남자들에게 접근했다.
채플린은 페기와 카탈리나 섬으로 여행을 가서 들은 프랑스 출판업자 얘기를 영화에 소재로 삼았다. 페기는 MGM의 제작자 어빙 탈버그와 사귀었고, 결혼설이 돌았으나 어빙이 페기에게 싫증을 느껴 헤어졌다.
 이수일과 심순애식 삼각관계를 기본으로 삼은 이 영화는 채플린이 친구들과 공동 설립한 유나이티드 아티스트사에서 처음 만든 작품이다.
당시 채플린은 폴란드 출신 여배우 폴라 네그리와 사랑에 빠졌으나 이 작품 완성 후 헤어졌다.
채플린은 미국 사회를 풍자한 것이 아니라는 뜻으로 제목을 '파리의 여인'으로 지었으나 미국 여러 주에서 부도덕하다는 이유로 상영 금지했다.
찰리 채플린 - 뉴욕의 왕 / 파리의 여인 (2disc)
찰리 채플린 감독
찰리 채플린,나의 자서전
찰리 채플린 저/이현 역
꽃이 있는 식탁
고은경 저
예스24 | 애드온2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암흑가의 세 사람  (0) 2013.04.01
피에타 (블루레이)  (0) 2013.03.31
콜롬비아나 (블루레이)  (3) 2013.03.28
뉴욕의 왕  (0) 2013.03.26
곰돌이 푸 오리지널 클래식 (블루레이)  (6) 2013.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