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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피렌체의 공화국 광장 & 산티시마 안눈치아타 광장

울프팩 2017. 9. 26. 04:53

피렌체에 머무는 동안 숙소인 호텔 룬가르노가 베키오 다리 바로 옆이다 보니 시뇨리아 광장과 공화국 광장을 자주 지나다녔다.

베키오 궁전이나 우피치 미술관, 두오모 방향으로 가려면 시뇨리아 광장이나 공화국 광장을 거치게 된다.

 

공화국 광장(Piazza della Repubblica), 즉 레푸블리카 광장은 베키오 다리에서 시뇨리아 광장쪽으로 가다 보면 나온다.

다리와 이어진 일직선상에 있는 것은 아니고 베키오 다리를 등지고 오른쪽에 치우쳐 있다.

[피렌체 공화국 광장의 상징 같은 문.]

 

카페 질리를 찾는다면, 공화국 광장

 

이탈리아 도시들은 워낙 광장이 많아서 헷갈릴 수 있는데, 공화국 광장은 한복판에 회전목마가 있어서 금방 찾을 수 있다.

로마제국시대 포럼처럼 사람들의 회합장소로 쓰인 이 곳은 원래 피렌체의 수호신인 전쟁의 신 마르스를 위한 신전이 있었다고 한다.

 

로마제국이 무너지고 나서 마르스 신전은 아르노강가로 옮겼으나 14세기 대홍수가 났을 때 유실된 것으로 전해진다.

메디치 가문이 피렌체를 통치하던 시절, 토스카나 대공이었던 코시모 1세는 이 주변을 유대인 거주지로 정했다.

[공화국 광장의 회전목마. 옆쪽으로 카페 질리가 보인다.]

 

그래서 한동안 유대인들이 모여 살면서 주변에 자연스럽게 상점들과 시장이 자리 잡았다고 한다.

지금은 공공 광장 역할을 하며 주변에 카페와 상점, 백화점들이 있다.

 

회전목마를 등지고 서서 보면 로마시대 개선문을 연상케 하는 커다란 문이 광장 한편에 서 있는데 문 아래쪽에 애플스토어 등 유명한 상점들이 있다.

커피 애호가들 사이에 모카포트로 널리 알려진 비알레티라는 회사도 피렌체에 본사를 두고 있어서 공화국 광장 한편에 상점을 운영하고 있다.

[공화국 광장을 가로지르는 문 형태의 건물. 건물 1층 왼편에 보면 익숙한 흰색 사과 로고가 보이는 곳이 애플스토어다.]

 

커다란 문을 등지고 바라보면 광장 위쪽에 회전목마가 있고 그 너머 길가에 리나센테 백화점, 코인 백화점 등 백화점들이 두어 개 있다.

회전목마 옆으로는 100년이 넘은 유명한 카페 질리가 있다.

 

스위스계 가문인 질리 사람들이 1733년 카페 사업을 시작했고, 공화국 광장의 카페는 1893년부터 영업을 했다고 한다.

광장은 비교적 한산해서 오가다 다리 쉼을 하기 좋은데, 카페 질리의 경우 워낙 유명해서 항상 붐빈다.

[피렌체의 산티시마 안눈치아타 광장.]

 

'냉정과 열정사이'의 그곳, 산티시마 안눈치아타 광장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에서 남녀 주인공이 다시 만나는 장소가 바로 산티시마 안눈치아타 광장이다.

두 사람은 광장 한 복판에 우뚝 선 페르디난도 1세의 청동상을 뒤로 한채 멀리 두오모가 보이는 길 앞에서 재회한다.


두 사람이 이 곳을 재회의 장소로 선택한 이유가 있다.

영화에서 보면 남자 주인공의 뒤로 붉은 벽돌로 지은 건물이 보인다.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에서 남녀는 쌍둥이 분수 너머 페르디난도 1세의 청동상 앞쪽으로 보이는 길 앞에서 만난다. 길 끝쪽에 멀리 두오모가 보인다.]


이곳이 피렌체의 유력 가문 중 하나였던 그리포니 가문의 집이다.

16세기 중반 이 가문의 아들은 한 여인과 약혼하자마자 전쟁터로 나갔다가 전사했다.


이 사실을 몰랐던 약혼녀는 이 저택의 2층에 살면서 항상 창문을 열어놓고 약혼자가 오기를 기다리며 창 밖을 보다가 죽었다.

그런데 여인이 죽고 나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재회의 광장이라는 사연의 주인공인 그리포니 가문의 집. 2층 오른쪽 끝방의 창문을 항상 열어 놓는다.]


집사가 창문을 닫자 갑자기 가구들이 멋대로 움직이고 촛불이 모두 꺼져 버린 것.

다시 창문을 열자 언제 그랬냐는 듯 가구들이 제자리로 돌아가고 다시 촛불이 켜졌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이를 약혼녀의 유령이 벌인 짓으로 보고 약혼녀가 기다리던 2층 오른쪽 끝 방의 창문을 항상 열어놓고 있다.

그리고 광장을 두 연인이 죽어서라도 만나기를 고대하며 재회의 광장이라고 불렀다.

[광장은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아 조용하다. 그늘이 진 건물 계단에 앉아 다리 쉼을 하기 좋은 곳이다.]


지금도 피렌체 사람들은 헤어진 연인들이 이 광장을 다시 찾으면 신의 축복을 받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영화 속 남녀도 우연이 아니라 이런 사연을 염두에 두고 광장을 재회의 장소로 골랐다.


'냉정과 열정 사이' 뿐 아니라 영화 '전망 좋은 방'에도 이 광장이 등장한다.

초반 피렌체를 찾은 여주인공은 일행과 함께 이 광장을 둘러본다.

[영화 '전망 좋은 방'에 나오는 장면과 같은 각도로 촬영한 광장.]


르네상스 양식으로 축조된 광장은 영화뿐 아니라 유명한 게임 '어쌔신 크리드 2'와도 인연이 깊다.

피렌체를 배경으로 한 이 게임에서 당연히 이 광장도 등장한다.


그중 주인공 에지오가 벌이는 미션 중에 이 광장에 서 있는 피렌체 시립 고아원(ospedale degli innocenti)이 등장한다.

유럽 최초의 고아원으로 알려진 이 건물은 두오모의 돔을 설계한 것으로 유명한 브루넬리스키가 만들었다.

[광장에 서 있는 피렌체 시립 고아원 건물.]


지금은 고아원이 아니라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고아원 앞과 맞은편 건물 앞에 아이가 나란히 등을 맞댄 채 입에서 물을 뿜고 있는 같은 모양의 분수가 서 있는데, 그 모양과 2개의 분수가 나란히 서 있어서 쌍둥이 분수로 통한다.


피렌체 사람들은 매년 3월이면 이 곳에서 성모 마리아의 아기 예수 임신을 축하하는 수태고지 축제를 벌였다.

그래서 이 광장을 성 수태고지 광장이라고 불렀다.

[광장의 이름과 같은 산티시마 안눈치아타 수도원.]


이 축제를 주관했던 곳이 광장의 이름과 같은 산티시마 안눈치아타 수도원이다.

페르디난도 1세의 기마상 뒤로 보이는 수도원이다.


이 광장은 다른 관광장소에 비해 주목을 덜 받는 만큼 사람들이 많지 않다.

아마도 비슷한 모양의 건물들이 둘러싸고 있을 뿐 이렇다 하게 시선을 끄는 것들이 없어서 그런 모양이다.


하지만 여기 소개한 사연과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 '전망 좋은 방', 게임 '어쌔신 크리드 2'에 대한 각별한 인상을 갖고 있다면 놓칠 수 없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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