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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 / 블루레이

하얀 전쟁(블루레이)

울프팩 2019. 8. 4. 17:19

안정효가 쓴 1989년 출간한 소설 '하얀 전쟁'은 월남전에 참전했던 사람들이 자아상실과 인간성 파괴로 겪는 고통을 통해 반전 메시지를 강하게 울렸던 작품이다.

기존 전쟁 소설이 흔히 그리던 무용담과 달리 전쟁에 참여한 사람들은 피아 구분 없이 모두가 피해자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이를 토대로 정지영 감독이 1992년에 같은 제목의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는 월남전 장면을 꽤나 공들여서 그럴듯하게 찍었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직접 베트남까지 가서 현지 촬영을 했다.

이 작품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베트남 이외 국가에서 현지 촬영한 첫 영화이기도 하다.

 

현지에서 빌린 미군 헬기까지 동원해 사실적인 묘사를 위해 애썼고 BL4S라는 특수 장비를 사용해 야간 전투 장면을 그럴듯하게 재현했다.

지금 보면 야간 전투 장면은 어둠에 묻혀서 제대로 살아나지 않지만 당시로서는 꽤나 사실적이었다.

 

내용은 월남전에 참전했다가 돌아온 사람들이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괴로움을 겪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안성기, 독고영재, 이경영, 김보성, 김세준, 심혜진 등 쟁쟁한 스타들의 젊은 시절을 보는 재미가 있다.

 

다만 원작 소설과 비춰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원작 소설에서 세세하게 묘사한 등장인물들이 월남전과 전후에 겪는 심적 고통과 갈등을 영화에서는 시간 제약 때문인지 점핑하면서 꼼꼼하고 치밀하게 다루지 못했다.

 

그 바람에 캐릭터에 몰입하기 힘들다.

이는 특히 이경영이 연기한 변진수의 방황과 그의 고통을 끝내주기 위한 한기주(안성기)의 결심을 제대로 묘사하지 못했다.

 

또 변진수에게는 중요한 인물인 사라의 이야기도 너무 적게 나와 겉돌기만 하고 사라진 점이 아쉽다.

그만큼 영화보다는 원작 소설이 훨씬 재밌고 메시지도 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전쟁으로 인한 인간성 파괴라는 진중한 메시지를 제대로 다룬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특히 월남전을 자기반성적인 시각에서 들여다본 점도 돋보인다.

 

1080p 풀 HD의 16 대 9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괜찮다.

2016년에 한국영상자료원에서 35미리 네거티브 필름을 사용해 복원한 4K 소스를 사용했는데 깜짝 놀랄 만큼 화질 복원이 잘 됐다.

 

필름 손상 흔적이나 잡티가 전혀없고 윤곽선이 깔끔하다.

클로즈업 장면을 보면 디테일도 좋고 권총의 금속 질감 등이 잘 살아 있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한글 자막을 켜놓지 않으면 제대로 알아듣기 힘들 정도로 대사 음량이 너무 적은 게 흠이다.

반면 기차 소리처럼 배경 효과음은 또 크게 울린다.

 

부록으로 감독과 안성기, 주성철 씨네21 편집장의 음성해설, 복원 영상 비교 등이 들어 있다.

음성해설에도 친절하게 한글 자막을 넣어 놓아 아주 편리하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건국대 일감호 주변에서 촬영한 장면.
주간지 문화부장으로 나온 인물은 차현재 영화감독. 안성기와 초등학교 동기동창인 그는 현재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정 감독은 안성기가 원작 소설을 추천해 읽어보고 영화화를 결심했다.
인사동에서 촬영한 장면. 지금의 거리를 과거와 비교해 볼 수 있는 점이 예전 영화의 매력이다. 그 속에서 익숙했던 옛 기억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다.
풋풋했던 젊은 날의 심혜진을 볼 수 있다.
원래 이경영 역할로 최민수를 섭외했으나 최민수가 당시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 때문에 나오지 못해 이경영이 출연했다.
음악은 신병하가 맡았고 연주를 알렉산더 미하일로프가 지휘한 모스크바 국립방송교향악단이 했다.
1974년에 외대 베트남어과를 졸업한 안성기는 월남에 갈 생각으로 공부를 열심히 해서 과 수석으로 졸업하고 ROTC까지 마쳤으나 월남 패망으로 가지 못했다.
영화사 씨네2000 대표였던 이춘연이 극중 메기역할로 출연. 원래 이춘연은 연극을 했으며 '여고괴담' '미술관 옆 동물원' 등을 제작했다.
안성기가 연기한 한기주는 영화에서 소설가로 나오지만 원작소설에서는 출판사 부장이다. 영화에서는 아들이 있으나 소설에서는 아이가 없고 아내와 갈등을 겪는다.
베트남 현지인들을 고문하고 물소떼를 오인 사격해 죽이는 등 한국군의 모습이 이전 영화들과 다르게 나온다. 제작진은 롱하이 지역을 벗어나지 않는 조건으로 현지 촬영 허가를 받았다.
동두천의 클럽에서 촬영한 장면.
이 작품의 원본 네가필름은 국내가 아닌 일본에 있다. 그래서 과거 출시된 DVD타이틀은 원본을 이용하지 못해 화질이 좋지 않았다.
제작진은 베트남 현지에 남아있는 상태가 좋지 않은 미군 헬기 2대를 이용해 촬영. 그 중 한 대는 조종사가 미덥지 못해 배우들이 몹시 불안해 하며 촬영.
김보성은 이름을 바꾸기 전이어서 허석으로 출연.
양평옥 내부는 세트다. 원작소설가인 안정효도 베트남 촬영에 동행해 일부 장면을 지켜봤다.
'알포인트'를 연출한 공수창 감독이 공수영이라는 이름으로 대본 작업에 참여.
베트남 촬영장에서 폭발물을 많이 터뜨리는 바람에 땅속에 있던 각종 독사와 전갈이 기어 나와 몹시 위험했다고 한다.
이 영화를 찍은 유영길 촬영감독은 CBS의 사진기자로 부마항쟁과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현장에 있었다.
마지막 장면은 원효로에서 촬영.

 
 
하얀 전쟁
안정효 저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하얀전쟁 (1Disc) : 블루레이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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