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가 샐리를 만났을때 (블루레이)

과연 남자와 여자는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롭 라이너 감독의 유명 로맨틱 코미디인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때'(When Harry Met Sally, 1989년)는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 가져봄직한 의문에서 출발했다.

감독의 사견부터 말하자면 불가능하다는 것.
롭 라이너 감독은 "이성간에 흐르는 팽팽한 긴장감 때문에 친구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아닌게 아니라, 영화는 서로 친구로 지내지만 이성관이 달라 애인으론 부적합하다고 생각한 두 남녀가 연인이 된다.
실생활에서도 보면 남녀간에는 묘한 긴장이 흐른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밥 한끼 먹자"는 말도 동성간에는 부담없이 받아들이지만, 이성간에는 여러가지를 재고 고민한다.
여기에는 나이의 많고 적음이나 인생 경험의 다소가 상관없다.

결국 서로 다른 성적 역할의 차이가 불러오는 긴장감이다.
이를 의식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상관없이 본래 그렇게 생겼기에 발생하는 어쩔 수 없는 한계이기도 하다.

영화는 이를 아주 현실감있게 그렸다.
남녀의 미묘한 심리적 차이를 공감가도록 잘 묘사한 비결은 감독과 작가의 연애 경험담에 기초했기 때문.

감독과 작가인 노라 애프론은 과거 사귄 적이 있다고 한다.
두 사람의 생생한 경험이 빌리 크리스탈과 맥 라이언이라는 훌륭한 배우들을 통해 제대로 표현됐다.

그만큼 두 배우의 연기는 다큐멘터리처럼 사실적이다.
두루 변용된 제목, 공원 산책장면, 식당에서 가상 오르가즘을 연기한 맥 라이언의 모습 등 여러 명장면을 낳은 수작이다.

1080p 풀HD의 1.8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제작연도를 감안하면 화질이 좋다.
원경은 디테일이 좀 떨어지고 배경에 지글거림이 보이지만 클로즈업의 해상도는 발군이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대사 전달에 치중한다.
부록으로 음성해설, 제작과정, 미니 다큐멘터리, 삭제장면 등이 들어 있으나 미니 다큐와 삭제씬 등 일부에만 한글자막이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이 영화는 두 남녀가 좋은 친구로 지내다가 점차 이성으로 서로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그렸다.

인서트 컷으로 들어간 노부부들의 연애담은 모두 당사자들의 실화다.

배우들의 힘이 컸다. 해리 역은 아카데미상 사회를 여러번 봐서 유명한 코미디언 빌리 크리스탈이 맡았고, 샐리는 맥 라이언이 연기.

더불어 다양한 뉴욕의 풍경이 등장한다. 별다른 액션을 보여줄 게 없는 로맨틱 코미디이다 보니 볼거리로 뉴욕의 풍경을 제공한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뉴욕에 대한 러브스토리다. 촬영 장소를 뉴욕으로 한 것은 작가의 아이디어다.

수 많은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곳일수록 외로움은 더 크게 부각된다.

샐리가 가짜 오르가즘을 연기한 유명한 장면. 캐츠델리 식당을 선택한 것은 감독의 아이디어다. 장소가 개방적일 수록 샐리의 행동이 주는 충격이 강하기 때문. 실제 이 식당에는 두 사람이 앉았던 테이블을 알리는 표시가 달려 있다.

감독은 이 작품 촬영 중 촬영감독이었던 베리 소넨필드 감독의 소개로 부인을 만나 결혼했다.

분할 화면처럼 재미있는 편집을 통해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상황을 전달. 요즘이라면 유선전화가 휴대폰으로 바뀌었을 것이다.

어색한 티가 나는 눈은 모두 가짜다. 그래서 탁 트인 장소가 아닌 좁은 장소에서 이 장면을 찍었다.

빌리 크리스탈은 감독과 같은 작품에 친구로 출연한 것이 인연이 돼서 실제 절친한 사이가 됐다.

처음 제목은 '소년, 소녀를 만나다'였다. 감독은 해리 역에 다른 배우를 생각했다가 빌리를 나중에 캐스팅했다. 극중 대사는 빌리가 쓴 것도 많다.

맥 라이언은 이 작품으로 본격 스타로 부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