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황해 (블루레이)

울프팩 2011. 7. 3. 00:32

우리도 다민족 사회가 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주변에서 동남아나 조선족들을 심심찮게 본다.

과거 우리가 중동과 독일로 노동력 품팔이를 나갔던 것처럼 이제는 그들이 우리에게 품팔이를 오는 것이다.
이들은 바로 글로벌 시대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

글로벌화는 자본의 이동만큼 노동의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다.
투기 자본은 세계 곳곳을 누비며 돈벌이가 될 만한 일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지만 노동력은 그다지 자유롭게 이동해 여기저기서 돈을 벌 수 없다.

어디나 자국의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노동시장을 개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노동력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저임금을 마다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저임금은 생계를 옥죄며 사회 문제를 야기한다.
영화 '아저씨' '의형제' '황해'에 등장하는 외국 이주민들의 고달픈 삶은 바로 이런 글로벌화가 빚은 문제들이다.

그 중에서도 나홍진 감독의 '황해'(2010년)는 이 땅에 발을 디딘 조선족의 삶을 가장 그악스럽게 그렸다.
재미를 위해 지나치게 범죄 요소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과장된 부분도 있지만 영화는 분명 다민족 사회가 된 우리 사회의 한 부분을 잘 녹여냈다.

특히 조선족들의 삶을 입체적으로 조명하기 위해 중국까지 가는 수고를 마다 않고 촬영한 현실적인 영상들이 볼 만 하다.
그만큼 영화는 리얼한 표현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하지만 도가 지나쳤다.
유독 범죄에 발을 담근 험한 사람들을 조명하다보니 나홍진 감독의 전작인 '추격자'처럼 화면에서 피비린내가 나는 듯한 착각이 들 만큼 잔혹하다.

작품이 워낙 어두운 내용이어서 극장 개봉시 2시간 36분이라는 상영 시간이 버겁게 느껴졌는데, 이를 의식한 듯 블루레이는 17분을 툭 잘라낸 감독판으로 나왔다.
해외 개봉한 판본과 같은 내용인데, 오히려 길게 늘어지는 부분을 잘 줄였다는 생각이다.

비록 내용은 어둡고 잔혹하지만 공들인 이야기 구성과 하정우 김윤석 조성하 등 배우들의 열정적인 연기가 제대로 빛을 발한 볼 만한 작품이다.
무엇보다 소재의 참신함과 다양성이라는 측면을 높이 평가한다.

1080p 풀HD의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괜찮은 화질이다.
필름과 HD 촬영을 왔다갔다하며 찍은 탓에 화질 편차가 느껴지는게 흠.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간헐적으로 들린다.
싸움장면에서 도끼날이 살에 박히는 소리는 아주 리얼해 소름이 돋는다.
부록으로 배우들의 해설, 감독과 제작진 해설, 제작과정, 액션 장면, 시사회 풍경 등 다양하게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 play 표시가 있는 사진은 play 버튼을 누르면 관련 동영상이 나옵니다. *

나홍진 감독은 배우들을 잠시도 가만두지 않는다. 나 감독의 전작인 '추격자'에서 그렇게 달렸던 하정우는 이 작품에서도 죽음의 손길을 피해 혼신을 다해 달린다.
해외 개봉판인 감독판에만 들어 있는 한반도와 주변 상황을 설명한 지도와 영문 자막.
중국 풍경은 대련, 연길, 하얼빈 3군데를 오가며 찍었다. 초반 마작 장면은 하얼빈에서 찍었으며, 이를 위해 배우들이 넉 달 동안 마작과 조선족 사투리를 배웠다.
초반 벌어지는 첫 번째 살인극에서 휘두르는 칼은 모두 CG다. 손가락을 자르는 장면은 인형을 이용해 촬영.
하정우가 경찰의 총을 맞고 도주하는 장면은 문경새재에서 촬영.
나 감독은 이 작품에서도 전작인 '추격자'처럼 공권력을 조롱하는 장면을 빼놓지 않았다. 특히 지역 경찰들을 무능력한 모습으로 희화화했다.
중국 장면의 상당 부분은 HD 캠인 레드원으로 촬영. 특히 중국 호텔로비는 현지에서 찍고, 객실 장면은 국내 세트에서 찍었으나 영상의 톤을 맞추기 위해 세트 촬영도 레드원으로 찍었다. 그렇다보니 영상의 디테일이 필름보다 떨어진다.
부산 부두에서 벌어지는 야간 추격 장면은 레드원으로 촬영.
트럭 도주 장면은 14대의 카메라를 동원해 촬영.
원래 콘테이너 트럭은 회전하며 급브레이크를 밟으면 영화처럼 옆으로 넘어가지 않고 화물칸이 앞으로 돌면서 운전석을 때려 위험하다. 제작진은 트럭을 넘어 뜨리기 위해 콘테이너 내부에 강철 H빔과 가스통을 설치한 뒤 운전사가 버튼을 누르면 H빔이 가스통을 때려 가스가 분출되면서 트럭이 옆으로 쓰러지도록 장치했다.
날 것 그대로의 야만과 원시성이 느껴지는 우악스런 개장수를 연기한 김윤석. 연기가 아주 훌륭했다.
주로 칼, 도끼, 동물 뼈다귀 등을 들고 싸우다 보니 피가 튀고 살이 찢기며 뼈 부러지는 소리가 그대로 들리는 등 잔혹하다.
주제가 너무 어둡고 무거운 탓인 지 130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이 영화는 200만 명을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기대에 못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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