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화

7번방의 선물

울프팩 2013. 3. 2. 16:40
여러가지 말이 되지 않는 소소한 것들은 영화라서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겠지만 기본적인 설정 자체가 황당한 것은 어찌할 수가 없다.
이환경 감독의 영화 '7번방의 선물'이 그런 영화다.

억울하게 사형수 누명을 뒤집어 쓴 아빠를 위해 홀로 남겨진 아이를 감방에 데려와 함께 살면서 눈물 콧물을 빼는 드라마다.
아이를 물건 차입하듯 감옥에 데려와 함께 산다는 설정 자체가 황당하다.

영화니 그럴 수 있다고 치면, 이야기 자체가 판타지가 돼버린다.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모든 것들을 상상으로 받아들이면 '반지의 제왕'이나 '엑스맨'과 다를 게 없다.

그만큼 영화는 현실에 뿌리를 두고 있지 않기에 TV 막장드라마처럼 이야기 구조 자체가 취약하고 작위적이다.
살인범 누명을 쓰는 상황은 그렇다 쳐도 주인공의 상태를 보면 도저히 자백을 받아내기 힘든 만큼 선고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주인공을 억지로 감옥으로 보낸다.

이후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은 웃음과 눈물을 자아내기 위한 인위적인 장치들이다.
파스텔톤으로 예쁘게 꾸민 감방 벽이나 교도소에서 기구를 타고 하늘을 나는 장면 등은 어이가 없다.

그렇기에 억지로 눈물을 짜내는 이야기가 불편할 수 밖에 없다.
그것도 하필 자기결정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사회적 약자인 정신지체 장애자를 이용해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으로 몰아가는 것은 마치 심형래의 바보 영구 만큼이나 억지스럽고 공감하기 힘들다.

여기에 간간히 터지는 소소한 웃음이 섞여 아줌마들을 위한 일일드라마처럼 흘러간다.
그나마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관계의 힘이다.

슬픈 사연을 지닌 사람들은 많지만 이를 내 일처럼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방 친구들과 교도소 간부는 주인공의 일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해결하기 위해 백방으로 애쓴다.

어둠 속에서 아이들의 공연을 보며 눈물을 말없이 움직이는 오달수의 목울대나 묵묵히 돌아앉은 김정태와 고개숙인 정만식의 모습이 눈물 콧물 쏟는 장면보다 더 슬프게 와닿는다.
특히 류승룡을 비롯해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은 높이 사고 싶다.

전체적으로 눈물샘을 자극하기 위해 작심하고 달려든 안약같은 영화이지만 억지스런 이야기에 전혀 공감이 가지 않는 기대 이하의 작품이다.
관객이 1,100만을 넘었다고 하는데, 흥행이 잘 된다고 좋은 작품은 아니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 영화다.
* play 표시가 있는 사진은 play 버튼을 누르면 관련 동영상이 나옵니다.*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고 : 분노의 추적자  (2) 2013.03.23
파파로티  (0) 2013.03.22
신세계  (2) 2013.02.23
베를린  (8) 2013.02.09
레미제라블  (9) 2012.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