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Mom / 밥 묵자

울프팩 2011. 7. 12. 23:02

국내 단편 애니메이션인 'Mom'과 '밥 묵자'의 공통점은 서정성이다.
이제는 빛바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두 편의 작품은 이 땅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정서를 담고 있다.

그런 점에서 두 편은 지극히 한국적이다.
비단 내용 뿐 아니라 그림과 영상 모든 것이 우리네 정서와 맞닿아 있다.

특히 장욱상 감독의 'Mom'은 어머니의 삶을 되풀이하는 딸의 모습을 통해 어머니를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잔잔한 음악 속에 결코 길지 않은 11분이라는 시간이 가슴을 아련하게 만든다.

손으로 제작한 배경 위에 CG로 만든 캐릭터를 결합한 영상은 마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떠올리게 하는 점이 특징.
대사가 없는 무성극 형태의 이 작품은 와이드 앵글을 잘 살린 영상이 돋보인다.

더불어 김연정이 담당한 음악도 좋았다.
우리 단편 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훌륭한 작품이다.

민성아 감독의 '밥 묵자'를 보면 실제로 시골 생활을 해 본 사람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에 매달아 날리는 잠자리, 꽈리를 부는 소년 등 결코 이야기만 듣고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영상들을 잘 살린 점을 보면 농촌 생활을 했으리라는 짐작이 든다.

아닌게 아니라 민 감독은 어려서 시골생활을 경험했단다.
불과 10분 동안 시골길을 달려 집으로 돌아간 소년이 할머니와 마주 앉아 밥을 먹는 이야기가 정겹게 묘사됐다.

이 작품의 묘미는 역시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게 만드는 서정적인 영상이다.
특히 정겨운 손그림의 느낌이 나는 영상은 마치 옛날 앨범을 보는 것 같다.

각각 출시된 DVD 타이틀은 'Mom'은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밥 묵자'는 1.33 대 1의 영상을 지원한다.
화질은 Mom이 좀 나은 편이며, '밥 묵자'는 계단 현상이 보이고 발색도 좀 떨어져 아쉽다.
두 타이틀 모두 부록은 전무하다.

<Mom - 파워DVD로 순간 포착한 DVD 타이틀 장면들>

작품 속에 들어 있는 것은 이 땅에서 되풀이 되는 여자의 삶이다.
장욱상 감독은 이를 서정적인 영상으로 잘 표현했다.
자식들이 커가면서 점점 외로워지는 엄마의 모습이 가슴을 짠하게 만든다.
장 감독은 홍익대 섬유미술학과를 나와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art&tech 석사 과정을 밟은 뒤 '아이스 에이지'를만든 미국 블루스카이 스튜디오에서 일했다. 이후 드림웍스로 옮겨 '신밧드 7대양의 전설'에 참여한 뒤 국내에 돌아와 지금은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교수로 애니메이션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와이드 앵글을 탁월하게 다루는 등 영상에 대한 이해도 깊다.
이 작품은 지난해 안시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 비경쟁부문, 시그라프 아시아 애니메이션 시어터 부문 등 다수의 페스티벌에 선정됐다.

<밥 묵자 - 파워DVD로 순간 포착한 DVD 타이틀 장면들>
2007년에 만든 이 작품은 아이의 눈으로 본 농촌 풍경을 섬세하게 다뤘다.
민성아 감독은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애니메이션과를 나온 재원이다.
발색이 좀 더 좋았더라면 섬세한 영상이 더 잘 살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든다. 이런 작품들이 블루레이로 묶여서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
우리 단편 애니메이션의 저력을 보여준 이 작품은 2007년 국내외 각종 영화제에 초청됐고, 다수의 상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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