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추천 DVD / 블루레이

고래의 도약

울프팩 2005. 4. 26. 20:56

일본의 일러스트레이터 겸 애니메이터 타무라 시게루(田村茂)의 작품들은 손으로 떠올린 맑은 샘물 같다.
그만큼 맑고 투명해 보고 나면 마음이 평안해지고 눈이 맑아지는 느낌이다.


그래서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도 대부분 좋아한다.
그의 두 번째 작품 '고래의 도약'(クジラの 跳躍, 1998년)도 마찬가지.


이 작품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찰나인 순간을 6시간으로 늘여서 사는 판타지 세계 사람들을 다루고 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유리로 된 바다를 걸어 다니며 허공에 떠있는 날치를 과일 따듯 손으로 따서 바구니에 담는다.

타무라 시게루는 이처럼 꿈같은 이야기를 22분 동안 한없이 맑고 투명한 색감의 애니메이션으로 풀어놓는다.
손으로 그린 셀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순전히 컴퓨터로만 작업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손그림 못지않게 그림이 포근하고 따뜻하다.


그만큼 그의 작품은 철학적 내용에도 불구하고 가슴을 따뜻하게 만드는 인간적인 향기가 물씬 풍긴다.
개인적으로 음악이 마음에 들어 전작 '은하의 물고기'보다 더 좋아한다.


그래서 일본에서 비싼 값을 주고 산 DVD 타이틀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번에 새로 나온 한글판을 또 구입했다.
오히려 국내판 DVD 타이틀이 고급스러운 주얼리 케이스를 사용해 일본판보다 더 낫다.

4 대 3 레터박스 포맷의 DVD 타이틀 영상은 컴퓨터로 작업한 디지털 애니메이션인 만큼 괜찮은 화질을 자랑한다.
일본판과 달리 DTS 음향을 지원하는 것도 장점.


맑고 부드럽게 울리는 음악을 5.1 채널로 듣는 맛이 있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유리로 된 바다. 상상력이 기발하다. 이 작품은 어도비의 일러스트레이터와 매킨토시 컴퓨터만으로 그린 100% 디지털 애니메이션이다.
디지털 애니메이션인데도 차가운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은 적절하게 배합한 2D 그래픽과 투명한 색, 손으로 그린 것처럼 꾸불꾸불한 선 때문이다. 오히려 선을 반듯하고 정확하게 내리그었다면 차가운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여기에 하라 마스미의 은은하고 서정적 노래 '워터 피플의 노래'가 곁들여져 작품을 더욱 부드럽게 만들었다.
타무라 시게루의 작품들은 모두 초현실적이다. 그런데도 기괴하지 않고 따뜻한 점이 특징.
보통 사람들에게는 찰나인 순간이 판타지 세계에서는 반나절이다. 그래서 순간적인 고래의 도약도 6시간이 걸린다.
이 작품뿐 아니라 '은하의 물고기', 단편집 '판타스마고리아' 등 타무라 시게루의 작품들은 모두 서정적이다.
애니메이션뿐 아니라 그가 그린 그림책도 아주 예쁘다. '모래성' 등 몇 편의 작품은 국내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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