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고르고 13

울프팩 2006. 3. 1. 10:37

데자키 오사무(出崎統) 감독의 애니메이션 '고르고 13'(Golgo 13-The Movie, 1983년)은 저패니메이션 역사의 한 획을 긋는 기념비적 작품이다.
30년 이상 이어지고 있는 사이토 타카의 원작 만화를 애니메이션으로 옮긴 점과 세계 최초로 컴퓨터 그래픽을 도입한 점도 그렇지만 영화 기법을 적용한 참신한 영상, 남성팬들을 자극하는 하드보일드한 내용은 20여 년이 지난 지금 봐도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대단하다.

애니메이션은 불사신에 가까운 능력을 지닌 프로페셔널 킬러 고르고 13이 지금까지 만난 적 없는 강인한 적과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는 내용이다.
데자키 오사무 감독은 강도 높은 폭력과 선정적 장면, 그의 과거작 '내일의 죠' '베르사이유의 장미' 등에서 보여준 프리즈 프레임 등의 영상 기법을 적절히 가미해 자신만의 확실한 색깔을 유감없이 과시한다.

요즘의 화려하고 정교한 애니메이션과 비교하면 무척 촌스럽게 보일 수 있지만 이런 작품들이 있었기에 애니메이션이 발전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런 점에서 내용과 영상 모두 최고의 점수를 주고 싶다.

최근 국내 출시된 DVD 타이틀은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한다.
오래된 작품인 만큼 화질은 좋지 않다.

전체적으로 뿌옇고 윤곽선이 흐릿하다.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요란한 편은 아니지만 총소리가 제법 실감 나며 우수에 젖은 음악들이 적절하게 살아있어 들을 만하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한 장면에서 차례로 나타나는 분할 화면을 통해 단계적 느낌을 강조한 기법. 이처럼 데자키 오사무는 애니메이션에 실사 영화 못지않은 느낌을 주는 기발한 방법으로 깜짝 놀라게 만든다.
데자키 오사무의 트레이드 마크인 정지그림. 영화의 프리즈 프레임처럼 느낌을 강조하는 정지 그림은 움직이는 영상을 일시 정지시킨 게 아니라 아예 정지용 그림을 따로 그려 처리했다. 만화책처럼 강렬한 펜터치를 그대로 드러낸 그림이 인상적이다.
야외에서 촬영한 것처럼 햇빛이 사선으로 비껴드는 놀라운 투광효과 역시 이 작품의 특징.
고르고 13은 불사신에 가까운 육체와 비정할 정도로 냉철한 성격을 지닌 하드보일드 주인공의 전형이다.
폭력 수위의 강도가 높다.
미야자키 하야오처럼 데자키 오사무 역시 메카닉 마니아인 만큼 총기 묘사가 세밀하다.
건물의 창을 통해 뒤편 건물의 인물을 저격하는 설정은 황당하면서도 주인공의 특별한 능력을 강조한다.
요즘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분할화면 기법을 무려 20여 년 전 애니메이션인 이 작품에서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세계 최초로 CG를 도입했다. 당시 기술로는 이 정도 영상 표현이 한계였다. 손그림과 지나치게 차이나는 CG의 이질감이 결점으로 꼽힌다.
애니메이션 기법 못지않게 숨 가쁘게 돌아가는 카메라 앵글도 훌륭하다. 어지간한 액션 못지않은 박력을 선사한다.
고르고 13의 실제 모델은 배우 다카쿠라 켄으로 알려져 있다. 우수에 찬 음악도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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