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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DVD / 블루레이

글래디에이터 (4K 블루레이)

울프팩 2018. 7. 5. 00:00

리들리 스코트 감독의 '글래디에이터'(Gladiator, 2000년)는 '킹덤 오브 헤븐'과 함께 그의 웅대한 작품관을 엿볼 수 있는 사극이다.

로마 시대를 배경으로 신분을 숨긴채 검투사가 된 한 사내의 기구한 역정을 드라마틱하게 펼쳐낸 대작이다.

 

리들리 스코트 감독은 따로 말이 필요없을 정도로 스펙터클한 볼거리를 만들어내는데 일가견이 있는 감독인 만큼 이 작품에서도 웅장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초반 살이 찢기고 피가 튀는 게르만족과의 전투 장면으로 보는 사람의 정신을 빼놓고, 이어 원형 경기장에서 펼쳐지는 검투사의 잔인한 싸움으로 요란한 볼거리의 정점을 이룬다.

 

각각의 액션장면에서 적절하게 컷이 바뀌는 편집과 때로는 빠르거나 때로는 느리게 움직이는 동작 속도를 조절하는 촬영을 통해 긴장감을 적절하게 풀었다 조였다 한다.

여기에 낮은 저음의 목소리로 로마 시대의 장군을 훌륭하게 연기한 러셀 크로우의 연기도 좋았고, 비장미 넘치는 한스 짐머의 음악도 훌륭했다.

 

워낙 스펙터클한 작품이어서 이 작품의 DVD와 블루레이 타이틀 또한 주목을 받았다.

2000년대 초반 많은 사람들이 '라이언일병 구하기'와 '글래디에이터' DVD 타이틀의 유혹 때문에 DVD와 프로젝터를 이용한 홈시어터 시스템에 빠져들었다.

 

'라이언일병 구하기'는 초반 해안 상륙 장면에서 터져나오는 서라운드 사운드가 환상이었고, '글래디에이터' 역시 초반 게르만족과의 전투 장면에서 불화살이 날아가는 소리를 얼마나 입체적으로 잘 재현해내는가를 체크할 수 있는 필수 타이틀이었다.
특히 '글래디에이터'의 게르만 전투 장면은 프로젝터를 구입할 때 어스름 새벽의 푸르스름한 빛을 얼마나 잘 재현하는 지를 놓고 화질을 점검할 정도였다.

 

그만큼 '글래디에이터'의 DVD 타이틀은 발군의 화질과 음향을 자랑했다.
그런 타이틀이니 블루레이로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기대가 컸다.

 

하지만 막상 출시된 1080p 풀HD의 블루레이 타이틀은 약간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2.3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DVD 타이틀과 비교화면 샤프니스 등이 비교할 수 없이 뛰어나지만, 최신 블루레이 타이틀과 비교하면 중경과 원경에 지글거림이 보이는 등 화질이 뒤떨어진다.

 

과거 DVD 타이틀이 레퍼런스라는 점을 상기하면 더더욱 아쉬움이 크다.
하지만 최근 나온 4K 타이틀은 이런 아쉬움을 씻어 준다.

 

2160p UHD의 2.40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블루레이 타이틀은 디테일이 발군이다.

천의 윤기나 문양 등이 세세하게 잘 살아 있고 금속의 차가운 반사광도 훌륭하게 재현된다.

 

색감이 좀 밝아진 느낌이 들지만 다양한 색상이 잘 표현돼서 크게 흠잡을 정도는 아니다.

4K 타이틀에서 특히 칭찬할 부분은 음향이다.

 

DTS X를 지원하는 음향은 무게감있는 저음을 통해 웅장한 사운드를 잘 살려냈다.

리어 활용도 또한 우수해서 서라운드 효과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일반 블루레이 타이틀도 음향은 훌륭했다.

타이틀 구성은 4K 디스크 1장과 기존 사파이어 시리즈로 출시된 블루레이 타이틀 2장 등 총 3장이다.

 

별도 부록 디스크에 수록된 부록들은 보다가 지칠 만큼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중복되는 내용이 많아 다소 산만하게 구성된 편.

깔끔한 정리가 아쉽다.
4K 디스크에 수록된 리들리 스코트 감독과 러셀 크로우의 음성해설은 한글 자막을 지원한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위대한 로마의 장군에서 검투사가 된 한 사내의 기구한 인생 역정을 훌륭하게 연기한 러셀 크로. 그렁그렁한 저음의 목소리가 매력적이다.
밀밭을 쓸고 지나가는 손이 등장하는 인상적인 인트로. 러셀 크로가 아닌 대역의 손이다.
초반 로마군과 게르만족의 전투는 영국 펀햄의 벌채 예정지인 숲에서 촬영. 파노라마 장면은 실제 촬영분을 CG로 늘여 붙어 만들었다. 투석기는 3대를 실제로 만든 뒤 CG를 이용해 6대로 늘렸다.
로마군은 유용성이 뛰어나면 서슴없이 모방해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검사용자라는 뜻의 글래디에이터가 유래하게 된 로마군의 검 '글라디우스'는 스페인 군대의 검을 모방한 것이며, 함대는 그리스 해군을 모방했다.
모로코의 고대도시 주카바에서 검투장 장면을 촬영.
로마시대 검투사들은 노예나 사형수, 전쟁포로들이 많았다. 검투사들의 훈련소는 스파르타쿠스가 있었던 이탈리아 캄파니아 지방의 카푸아시가 유명하다.
검투사들은 로마 평민의 연봉 3배 이상 벌 만큼 수입이 좋았다. 스타급 검투사는 최고 부유층 수준인 로마 평민의 12배 연봉을 벌었다. 검투사들이 부상을 입으면 대회 주최측에서 벌금을 낼 정도로 관리가 엄격해 대회 중 사망자는 많지 않았다.
여성 검투사도 있었다. 소수여서 특급 대우를 받았다.
로마의 유명한 원형 경기장 콜로세움 장면은 3분의 1만 세트로 지은 뒤 나머지는 CG로 채웠다. 폭군 네로의 개인 호수 위에 지은 콜로세움은 중앙에 승강기가 있었으며 50미터 높이에 최대 8만명까지 수용할 수 있었던 초대형 경기장이었다.
로마인들은 시멘트를 사용할 줄 알았다. 로마의 시멘트 건축물은 여러 성분을 섞은 뒤 짠 바닷물로 경화시켜 내구력이 향상된 덕분에 2,000년 이상 견딜만큼 견고하다.
제작진은 장 레옹 제롬의 그림 '엄지를 내려라'를 보고 영화를 구상. 코모두스 황제 시절 암살을 피해 아무도 모르게 잠적한 로마의 명장에 대한 실화를 모티브로 이야기를 만들었다.
로마의 현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아들인 코모두스 황제는 근친상간을 서슴치 않을 정도로 난봉꾼인데다가 스스로 검투 시합에 나설 만큼 폭력적이었다. 헤라클레스처럼 꾸미고 경기에 나섰던 그는 검투사로 활약한 유일한 황제였다. 그는 192년에 애첩이 준 독을 먹었으나 독이 늦게 퍼지자 레슬링 코치에게 목이 졸려 죽었다.
경기장에서는 사람 뿐 아니라 맹수와도 싸움을 했고, 아프리카 등에서 잡아온 동물을 풀어놓은 뒤 사냥꾼들이 사냥하는 장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로마 콜로세움 옆에는 경기 중 죽은 노예나 맹수, 학살당한 기독교인 시체 등을 던져넣는 푸티클리라는 구덩이가 있었다.
패배한 검투사의 생사를 결정짓기위해 손가락을 세우거나 눕히는 손짓은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 할리우드 영화제작자들이 만들어낸 영화적 상상이다.
콜로세움 경기 장면은 몰타의 버려진 요새 리카솔리에서 촬영. 로마 거리와 황궁 장면도 모두 여기서 찍었다. 영화 '트로이'도 이곳에서 촬영.
현대의 기관총처럼 연발이 가능한 석궁은 제작자들이 상상으로 만든 무기.
제작진이 리들리 스코트 감독을 선택한 이유는 영상미를 추구한 감독이었기 때문이란다.
영화 음악은 한스 짐머가 담당.
코모두스 황제의 누이 루실리아는 원로원 의원들과 결탁해 황제 암살을 시도했으나 실패해 카프리 섬으로 귀양갔다가 살해됐다. 루실리아는 코모두스 황제와 근친상간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작품은 아카데미상 12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작품, 남우주연, 의상, 음향, 시각효과상 등 5개 부문을 수상.
이 장면에서 호랑이는 실제로 화가 나서 달려들었다. 그만큼 위험하게 촬영했다.
로마인을 동경한 시리아의 왕은 검투사 경기를 자국에 수입해 원형 경기장을 지어 검투 경기를 즐겼다.
검투 장면은 스테디 캠으로 촬영. 죽은 호랑이는 모형이다.
검투사 조련사인 프록시모를 연기한 올리버 리드가 촬영 종료 3주 전인 1995년에 심장마비로 사망. 제작진은 사전 촬영한 일부 장면과 그의 머리만 따서 CG로 합성하는 방법으로 촬영을 종결했다.
올리버 리드의 사망으로 프록시모는 죽는 걸로 처리됐다. 프록시모가 죽는 장면은 대역이 뒷모습만 연기. 막판 흑인 검투사의 대사는 원래 프록시모가 하기로 돼 있었으나 리드의 죽음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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