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나쵸 리브레

울프팩 2007. 4. 8. 22:34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를 다니던 1970년대 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이 흑백TV와 프로레슬링이다.
우리집에 있었던 흑백TV는 네 귀퉁이에 기다란 다리가 달리고 브라운관 앞에 미닫이 문이 붙어있었다.
당시로서는 엄청크다는 19인치였다.

흑백TV의 최고 인기프로는 단연 프로레슬링이었다.
마땅한 프로 스포츠가 없던 시절, 레슬링이 유일한 국민의 프로스포츠였다.

박치기왕 김일, 날쌘돌이 여건부, 태권도왕 천규덕(배우 천호진의 아버지) 등은 당시 날리던 스타였다.
지금도 기억에 선한게, 국민학교 3학년때였던 1976년, 김일과 안토니오 이노키의 대결이었다.
일본 최고의 레슬링챔피언 이노키를 서울로 불러들여 김일이 박치기 세례를 퍼붓던 날 얼마나 기뻤던지, 있는대로 소리를 지르며 박수를 쳤던 기억이 난다.

그렇지만 TV로 중계해준 이노키와 복싱 헤비급 챔피언 무하마드 알리의 대결은 싱거웠다.
시종일관 이노키는 링 바닥에 드러누워서 알리를 자빠뜨리려고 기어다녔고 벌처럼 날아서 나비처럼 쏘아댄다는 알리는 이노키를 피해 겅둥겅둥 뛰어다니기만 했다.
알리는 누워있는 이노키에게 팔이 닿지 않아 주먹한 번 못내질렀고, 이노키는 알리의 주먹이 무서워 아예 일어서지를 못했으니 승부가 나지 않아 세기의 대결이라는 이름이 허무할 정도로 너무 지루하고 싱거운 싸움이 돼버렸다.

어쨌든 70년대 국민들을 흥분시켰던 프로레슬링은 장영철의 "모든게 쇼"라는 한마디에 급속도로 인기가 시들었다.
그 말때문에 장영철과 김일은 평생 원수가 됐고 김일이 죽기 몇 해전에 겨우 화해를 했다.

이처럼 프로레슬링 관련해서 쏟아낼 추억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자레드 헤스 감독의 '나쵸 리브레'(Nacho Libre, 2006년)는 옛 향수를 자극하는 반가운 작품이다.
수도원에서 키우는 고아들을 위해 밤마다 마스크를 쓴 프로레슬러가 되는 신부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실제 멕시코에서 있었던 실화를 토대로 만들었다.

개봉 당시 미국 평론가들은 혹평을 퍼부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재미있게 봤다.
실제로 보면 미국 평론가들의 혹평만큼이나 형편없는 작품은 아니다.
잭 블랙은 오직 몸하나로 넘어지고 구르는 70년대식 코미디를 천연덕스럽게 소화해 웃음을 자아낸다.
웃음을 향한 그 열정과 진지함이 보기 좋았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영상은 화질이 괜찮은 편이다.
이중윤곽선이 살짝 보이지만 색감이 화사하게 잘 살아있다.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소리의 이동성과 방향감이 좋아서 서라운드 효과가 뚜렷하다.

<파워DVD로 순간 포착한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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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오하카에서 촬영. 각본을 공동집필한 제루샤 헤스는 자레드 헤스 감독의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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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 엔카르나시온을 연기한 멕시코 인기여배우 안나 데 라 레구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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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사 나쵸를 연기한 잭 블랙. 언뜻보면 개그 코너에 등장하는 '죄민수'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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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사 나쵸는 노숙자 에스쿠에레토와 레슬링팀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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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블랙은 예전에 유도를 배워 레슬링훈련을 쉽게 할 수 있었단다. 그는 몸에 털이없는 멕시칸 레슬러들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일부러 제모를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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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소똥을 바르는 이유는 앞을 못보는 상황과 상대 선수의 악취를 견디는 두 가지 훈련을 위한 것. 소똥은 초콜릿으로 꾸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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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멕시코는 우리와 비슷했다. 당시 멕시코에는 '루챠 리브레'라고 불리던 프로레슬링이 인기였다. 루챠 리브레란 마스크를 쓴 선수들이 활약하는 레슬링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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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챠 리브레는 1933년 미국에서 시작돼 멕시코로 건너갔다. 뜻은 자유로운 싸움(Free F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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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챠 리브레 선수들의 마스크에 대한 집착은 대단하다. 경기 뿐만 아니라 평소생활할 때도 늘 쓰고 있을 정도. 전설적인 멕시코 레슬러 엘 산토는 마스크를 쓴 채 무덤에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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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블랙이 힘을 얻기위해 독수리 알을 훔치던 절벽은 실제로는 바다가 아닌 공원 호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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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쵸의 상대로 나오는 람세스는 실제 레슬러다. 그의 부친 역시 닥터 와그너라는 유명 레슬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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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만화책처럼 횡스크롤, 즉 팬 장면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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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와 기타를 곧잘 연주하는 잭 블랙은 이 작품에서 'singing at the party' 'Encarnacion' 등 여러 곡을 불렀다. '스쿨 오브 락'에서 보여준 솜씨가 전혀 녹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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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적이면서도 웃긴 장면. 눈에 꽂힌 옥수수는 멕시코의 전통 음식인 엘로테. 구운 옥수수위에 마요네즈, 치즈 등을 발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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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장면에 등장하는 선수들은 배우도 있지만 대부분 스턴트맨과 실제 프로레슬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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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블랙은 막판 대결 장면에서 금속 의자에 잘못 떨어져 눈 근처를 몇 바늘 꿰매는 부상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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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쵸가 람세스와 막판 대결을 벌이는 장면은 멕시코시티서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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