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비추천 DVD / 블루레이

내 남자의 로맨스

울프팩 2005. 4. 8. 14:08

'울랄라 시스터즈' 감독, '죽어도 좋아' 기획, '노랑머리 2' 조연, '단적비연수' 각본...
'내 남자의 로맨스'(2004년)가 그저 그렇기에 박제현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들춰봤다.

예상대로 완성도 높은 작품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이 작품은 여러 로맨스 영화에서 흥행 공식을 따온 흔적이 역력하다.

DVD 타이틀에 실린 음성해설을 들어보니 기획자도 '브리짓 존스의 일기' '노팅힐' '러브 액츄얼리' 등 로맨틱 코미디를 참고했다고 밝혔다.
다만 유명 톱스타가 끼어들어 삼각관계를 빚는 설정만 다를 뿐 사이사이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은 그다지 새로울 게 없다.

어중간한 코미디와 눈물 사이를 오가는 김정은과 김상경의 연기도 늘 보던 상투적인 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래서 그런지 극장에서 봤을 때나 DVD 타이틀로 다시 보나 별 감흥이 없다.

특별한 재미와 감동이 없는데도 그럭저럭 관객이 들기에 비슷한 류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계속 쏟아지고 있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화질이 평범하다.

중간중간 스크래치와 잡티가 자주 보이는 것은 고질적인 필름보관 문제와 마스터 작업의 한계로 보인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지만 서라운드 효과가 많지 않아 의미가 없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만화를 연상케 하는 초반 등장인물 소개 장면. 내레이션을 통한 인물 소개는 인물 묘사를 위한 서사 구조가 약해도 이를 덮으며 쉽게 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주연과 친구들이 사는 동네는 수유리로 나오지만 실제 촬영 장소는 과천이다.
괜찮은 남자 소훈(김상경)의 직업은 방충업체직원. 노골적으로 세스코 직원으로 나와 이 회사 홍보가 엄청 됐을 듯. 벽에서 쏟아지는 바퀴벌레와 쥐를 촬영하기 위해 빌린 레스토랑에 임시벽을 한 겹 만들고 구멍을 뚫었다. 쥐는 대만에서 빌린 촬영용 생물. 1마리당 임대료가 약 100만 원이다.
소훈이 고장 난 엘리베이터에 톱스타와 함께 갇히며 인연을 맺는 장면은 남성들의 판타지를 자극하는 설정으로 '노팅힐' 등에서 익히 봤다.
현주가 소훈과 톱스타를 떼어놓기 위해 찾아갔다가 패션쇼 무대에 서는 설정이 지나치게 작위적이다.
소훈의 회사 CF 촬영 때 엑스트라로 나선 현주가 롤러코스터를 타며 무서워 눈을 감자 분장팀에서 눈꺼풀에 그려 넣은 눈이 나타나는 장면이 웃음을 자아낸다.
떠나려는 소훈에게 톱스타가 묻는다. "저 때문에 흔들린 적 없나요?" "무서워서요." "현주씨가요?" "현주를 잃을까 봐서요." 기억에 남는 대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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