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울프팩 2006. 3. 8. 23:10

민규동 감독의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2005년)을 보면 요즘 한국영화를 참 잘 만든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 쌍의 각기 다른 사랑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구성이 '러브 액츄얼리'와 흡사해 감점 요인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우리 현실에 맞는 사랑, 즉 사람들의 애환이 적절히 녹아든 생활 이야기로 '러브 액츄얼리'와 또 다른 재미를 준다.

특히 형식상 많은 인물과 여러 이야기가 섞이다 보면 혼선을 빚을 법도 한데 연결고리에 신경을 써서 적절한 편집으로 이야기를 잘 정리했다.
영화를 보면 민 감독은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시선이 따뜻한 인물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전작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에서도 그랬지만 이 작품 역시 소외받고 힘든 삶을 사는 사람들의 작은 행복을 놓치지 않는다.
현재의 삶이 힘들지라도 미래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만든다.

그래서 덩달아 보는 사람의 가슴마저 훈훈하게 덮여준다.
비슷한 형식의 '새드 무비'보다 한 수 위 작품이라는 생각이다.

일주일 간격으로 개봉했던 '새드 무비' 역시 이 작품처럼 여러 커플의 아픈 이별 이야기를 다뤘지만 내용이나 배우들의 연기 모두 이 작품에 미치지 못했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화질이 그저 그렇다.
초반에 화면이 위, 아래로 약간 덜컹거린다.

DTS를 지원하는 음향은 종소리 등 일부 효과음의 공명이 좋다.
그러나 일부 삽입곡에서는 저음의 부밍이 심하다.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된 만큼 두 종류의 음성해설과 제작과정, 삭제장면 등의 부록이 들어 있다.
음성해설의 경우 여러 사람이 진행하다 보니 목소리가 묻혀 잘 들리지 않는 경우가 있다.

녹음 레벨을 좀 키웠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영화 속 무대 가운데 하나인 곽 사장(주현)이 경영하는 극장은 내부 수리 중인 허리우드에서 촬영.
가난에 쪼들리는 신혼의 가장(임창정)과 불가피하게 채무독촉인을 하는 전직 농구선수(김수로)의 통화. 이제는 흔하게 쓰이는 방법이지만 이 작품에서는 교차편집이 이야기의 진행을 빠르게 하며 많은 인물들을 헷갈리지 않게 정리해 주는 역할을 한다.
일본어를 구사하는 어린 중학생을 스타로 만들어보려는 사람들 이야기는 어린 배우의 생김새나 설정 등이 꼭 보아를 연상케 한다.
무뚝뚝한 형사(황정민)와 신경정신과 의사인 앙칼진 이혼녀(엄정화)의 사랑 이야기가 웃음을 자아낸다.
DVD 부록을 보면 주현과 오미희 커플의 이야기가 많이 잘려 나갔다. 상영시간 때문에 그런 모양인데, 모두 살았더라면 이야기의 설득력이 더 높아졌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임창정은 가난 때문에 슬픈 사랑을 하는 젊은이 역할에 아주 잘 어울렸다.
소재도 참 다양하게 선택했다. 윤진서가 신에 대한 사랑을 앞에 두고 속세의 사랑에 번민하는 예비 수녀 역할을 맡았다.
동성애 성향의 연예기획사 사장으로 나온 천호진. DVD 삭제 장면을 보면 이 장면 뒤에 천호진이 선물을 건네준 남자 가정부에게 달려들어 키스를 한다.
가난 때문에 중절수술을 하려는 부인을 찾아다니는 임창정이 종이봉투를 뒤집어쓴 채 고해하듯 어려움을 토로하는 장면은 실화에서 인용했다. 종이봉투를 쓴 모습이 이라크에서 피랍돼 사망한 김선일 씨를 연상케 한다.
모자이크 화면 같은 엔딩까지 '러브 액츄얼리'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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