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네 멋대로 해라

울프팩 2005. 8. 23. 00:22

인터넷 검색사이트에서 '네 멋대로 해라'를 입력하면 양동근이 출연한 드라마 정보가 먼저 뜬다.
정작 모태가 된 장 뤽 고다르(Jean Luc Godard)의 영화 '네 멋대로 해라'(A Bout De Souffle, 1959년)를 찾아보려면 한참을 더 검색해야 된다.

그만큼 고다르의 영화는 잊혀 지고 있는 셈이다.
고다르가 만든 이 작품은 영화의 교과서 같은 작품이다.

영화 관련 서적이나 정보를 뒤져보면 이 작품이 '누벨바그의 효시'라는 상투적 표현부터 "이 작품이 없었다면 현대영화는 없다"는 찬사까지 다양한 수식어들이 줄줄이 붙는다.
고다르가 이 작품에서 구사한 영상언어들의 영향력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집중해서 보기에 참 힘든 작품이다.
고다르 특유의 시공간을 뛰어넘는 점프 컷 등 거친 편집은 친절한 설명이 따라붙는 요즘 영화에 비하면 정신없고 상당히 당황스럽다.

개봉 당시인 1950년대에도 그랬다던데, 요즘 봐도 파격적이니 시대를 앞서간 작품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래서 작품 전체의 느낌보다 파편처럼 흩어진 시퀀스들이 인상에 남는다.

오히려 영화를 볼 때보다 보고 나서 곱씹어 보면 나름 의미를 느낄 수 있는 뒷맛이 강한 작품이다.
당연히 4 대 3 풀스크린과 돌비디지털 2.0 채널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화질과 음향을 논할 필요가 없다.

워낙 오래된 작품이고 저예산 흑백영화여서 AV 퀄리티를 접어두고 내용만 보는 게 좋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이 영화로 스타가 된 장 폴 벨몽도. 권투를 하다가 꺾인 코, 익살스러운 표정 등 개성파 배우인 그는 '리오에서 온 사나이' '프로페셔널' 등 액션물에 많이 나오며 인기를 끌었다.
이 영화의 또 다른 스타는 진 세버그다. 깨끗한 미모를 뽐냈던 진 세버그는 이후 '에어포켓' 등 몇 작품에 출연한 뒤 불과 40세 나이에 자동차 속에서 시체로 발견됐다.
개봉 당시 사람들은 감독이 미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는데, 이처럼 배우가 금기시된 행동인 카메라를 정면으로 쳐다보며 대사를 하는 장면을 보면 그럴 법하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보는 내내 눈길이 갔던 부분은 벨몽도의 넥타이다. 저 시대에 천이 부족했는지, 아니면 유행이었는지 넥타이를 가슴 정도까지만 드리울 정도로 유난히 짧게 맨다.
훔친 차를 몰고 달아나다 경관을 죽이고 쫓기는 신세가 된 프랑스 청년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1980년대 리처드 기어를 주연으로 기용해 '브레드레스'라는 제목으로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했다.
총을 맞고 한참을 비틀거리며 달아나는 벨몽도를 카메라가 뒤에서 추적자의 눈이 돼 롱테이크로 오랫동안 따라붙는다. 참으로 인상적인 이 장면은 라울 쿠다르 촬영감독이 찍었다.
수수께끼 같은 엔딩. 벨몽도는 애인의 밀고로 경찰의 총에 맞아 죽어가면서, 쫓아온 애인을 향해 "역겹다"는 알 수 없는 한마디를 내뱉고 죽는다. 애인도 경찰들에게 무슨 소리인지 되묻는 이 한마디는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자신을 밀고한 애인에 대한 욕일 수도, 끝끝내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애인 곁에 머물다 죽는 자기혐오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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