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화

님은 먼 곳에

울프팩 2008. 8. 1. 18:24
이준익 감독의 '님은 먼 곳에'는 대중적인 오락 영화를 좋아한다면 쉽게 볼 만한 작품은 아니다.
줄거리를 강조하는 하이틴 소설같은 TV드라마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들과 달리 흘러간 정서를 담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요즘 정서가 아닌 지나간 세월과 1960, 70년대 문화가 녹진 녹진하게 묻어 있는 옛 것이라는 점이다.
요즘 사람들에게는 도대체 그런 가수가 있었던가 싶은 '쇼쇼쇼' 시절의 김추자의 히트곡 '님은 먼 곳에'를 제목으로 붙인 것부터 시작해서 가난에서 벗어나려고 팔려가다시피 참전한 월남전, 여기에 70년대 트로이카였던 정윤희를 닮은 수애까지 영화 속 모든 게 옛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영화는 월남전에 참전한 남편을 찾아 떠나는 아내(수애)의 이야기다.
사랑하지도 않고 애틋한 정도 없는 여인이 왜 이역만리까지 목숨을 걸고 남편을 찾아갈까.

마치 미스테리 소설처럼 영화는 결말에 이를때까지 보는 이를 궁금하게 만든다.
특히 수애 일행이 고초를 겪을 수록 그런 궁금증은 더욱 커진다.

그러나 결말에 다다르면 반전처럼 펼쳐지는 이야기는 궁금증을 일거에 날려버리며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수애가 보여준 행동은 험했던 시대를 속절없이 참고 견딘 사람들의 무언의 항변인 셈이다.

물론 그 과정과 동기에 영화적 비약이 섞여있기는 하지만 이준익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정서는 충분히 공감이 간다.
특히 시대의 반항아같았던 신중현의 음악들이 배경에 깔리면서 영화는 이 감독의 전작인 '라디오스타'가 그랬듯이 지나간 세월에 대한 향수와 묘한 슬픔을 느끼게 한다.

여기에 수애마저 곱게 빛나 애잔함을 더 한다.
그 아련한 느낌, 애닲은 노래 하나만으로도 좋은 영화다.

다만 아내와 남편, 시어머니 등 인물들에 대한 설명이 너무 많이 생략돼 있다보니 공감대를 쉽게 끌어내기 힘든 한계가 있다.
특히 지금으로부터 30여년 전이라는 세월의 간극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그렇기에 더더욱 옛 노래를 듯는 것처럼, 옛 앨범을 넘기듯 이야기보다는 느낌으로 봐야 한다.
그만큼 요즘 사람들, 아니 '쇼쇼쇼' 이후 사람들을 위한 영화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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