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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블루레이)

울프팩 2019. 10. 12. 23:03

영국의 앤 여왕은 비운의 통치자였다.

그의 아버지인 국왕 제임스 2세는 권력이란 신이 주신 것이라며 의회에 맞서다가 쫓겨났다.

 

이후 윌리엄 3세를 거쳐 앤이 여왕 자리에 올랐으나 강력한 의회의 견제 때문에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여기에 유럽은 스페인 왕위 계승을 둘러싸고 둘러 쪼개져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영국은 네덜란드, 오스트리아와 손잡고 스페인 왕좌를 차지하려는 프랑스, 스페인과 맞서 싸웠다.

하지만 전쟁이 쉽게 끝나지 않고 길어지면서 영국에서는 철수를 주장하는 평화파와 끝까지 싸워야 한다는 전쟁파가 팽팽이 맞서면서 국론은 둘로 갈렸다.

 

여기에 오랜 전쟁으로 국민들은 지치고 나라의 재정은 고갈돼 가고 있었다.

그만큼 앤 여왕은 내우외환에 시달렸다.

 

이때 지치고 힘든 여왕의 곁에서 그를 지켜준 것은 말버러 공작부인이었다.

말버러 공작부인은 전쟁터에 나간 남편인 말버러 공작을 대신해 여왕의 국정 운영을 도왔다.

 

도왔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공작부인의 의견이 절대적이었다.

그 정도로 앤 여왕은 공작부인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했다.

 

앤 여왕이 공작 부인에게 의지한 것은 개인적인 비극도 주요 요인이었다.

그는 17번이나 임신했으나 대부분 유산됐고 5명을 출산했으나 그마저도 11세를 넘긴 아이가 없었다.

 

박복했던 앤 여왕은 건강마저도 좋지 않았다.

통풍 때문에 제대로 움직이지 못할 만큼 심한 고통을 겪었고 휠체어에 의지해 생활하면서 비만으로 고생했다.

 

그 바람에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이런 문제 때문에 앤 여왕과 공작 부인 사이에 동성애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죽는 순간까지 편치 못했던 앤 여왕을 둘러싼 이야기는 그만큼 영화로 만들기에 좋은 소재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THE FAVOURITE, 2018년)는 바로 앤 여왕을 둘러싼 여성들의 권력 암투를 다룬 영화다.

 

란티모스 감독은 말버러 공작부인의 하녀로 들어왔으나 공작부인을 밀어내고 앤 여왕의 총애를 독차지한 애비게일이 어떻게 권력을 차지하는지를 다뤘다.

영리했던 애비게일은 여왕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빨리 파악했고, 마치 가려운 곳을 긁어주듯 이를 채워주며 말버러 공작 부인을 밀어냈다.

 

심지어 말버러 공작부인을 대신해 침대에서 앤 여왕의 옆자리까지 차지했다.

이 과정을 란티모스 감독은 수려한 영상과 함께 흥미진진하게 풀어냈다.

 

여기에는 앤 여왕을 연기한 올리비아 콜맨, 애비게일 역의 엠마 스톤, 말버러 공작 부인 역의 레이철 와이즈 등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가 한몫했다.

특히 올리비아 콜맨은 우울하고 어두웠던 앤 여왕을 뛰어나게 연기해 제75회 베네치아 영화제 여우주연상, 제91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잇따라 받았다.

 

엠마 스톤 역시 얄미울 정도로 애비게일 역할을 잘했으며, 레이철 와이즈는 새삼 저런 면이 있었나 싶을 만큼 권력욕으로 차게 빛나는 공작부인 연기를 똑 떨어지게 소화했다.

더불어 뛰어난 영상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세트며 배경, 의상 등 공들인 미술 덕분에 영상들이 마치 유럽의 유명 박물관에 걸린 유화를 보는 것 같다.

특히 여왕의 방이나 궁전 디테일이 뛰어나 어느 한 군데 빈 곳 없이 꽉 들어찬 미장센을 보여 준다.

 

뿐만 아니라  양 끝이 휘어 보이는 어안렌즈를 사용해 풍경 전체를 프레임 가득 채운 영상은 그 자체로 신비로운 느낌과 깊이감을 준다.

란티모스 감독은 조명에도 신경을 써서 만찬 장면 등은 '배리 린든'처럼 촛불 조명을 살려 사극의 분위기를 극적으로 고조시켰다.

 

한마디로 이야기를 떠나 영상 만으로도 높은 점수를 줄 만한 작품이다.

그렇다고 스토리가 뒤떨어진다는 뜻은 아니다.

 

밀도 높은 영상과 흥미진진한 이야기 덕분에 이 작품은 제75회 베네치아 영화제 대상을 받았다.

그 정도로 작품의 완성도가 높은 영화다.

 

1080p 풀 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윤곽선이 깔끔하고 디테일이 뛰어나다.

 

색감도 자연스러워서 뽀얀 피부 등 발색이 곱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편안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액션 영화처럼 인위적인 소리가 아닌 공간 전체를 감싸는 부드러운 사운드다.

부록으로 제작과정과 삭제 장면이 들어 있다.

 

모두 한글자막을 지원하며 HD 영상으로 제작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앤 여왕은 17번이나 임신했으나 살아남은 자식이 없었다. 또 통풍, 안질환, 비만 등 여러가지 질병으로 고생했다.
배경은 18세기 초 영국 앤 여왕의 통치 시절이다. 수려한 영상은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찍은 로비 라이언 촬영감독의 솜씨다.
언뜻보면 이해가 안가지만 중세시대 유럽에서는 동물의 형태를 그대로 살려서 요리했다.
조명의 사용이 자연스러우면서도 카바라조의 그림을 보는 것처럼 극적이다.
미장센이 참으로 훌륭하다. 빈 틈 없이 꽉 들어찬 공간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앤 여왕 통치시절 영국은 여자보다 남자들이 더 화려하게 치장했다. 가발은 물론이고 화장을 했으며 높은 굽의 신발을 신었다.
일부러 상을 찌그러트리는 어안 렌즈를 사용해 촬영. 양 끝이 휘어지지만 대신 풍경을 모두 담을 수 있다.
애비게일 마샴을 연기한 엠마 스톤. 궁전에서 쫓겨난 말버러 공작부인은 애비게일이 여왕과 동성애 관계라는 소문을 퍼뜨렸다.
앤 여왕은 왕의 권력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고 생각해 이를 폭발하는 화로 풀어냈다. 그럴때면 궁전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마구 때리기도 했다.
이 작품 속 남성들은 주변 인물로 밀려나 있다. 모든 이야기는 3명의 여성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볼록 렌즈 효과를 극적으로 강조한 영상. 앤 여왕과 공작부인은 어려서부터 친구였다.
말버러 공작부인이었던 사라 처치칠이 실제로 앤 여왕과 동성애 관계였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대부분 학자들은 사실이 아니라고 하지만 일부 학자들은 그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앤 여왕은 말버러 공작인 존 처칠을 영국군 총사령관에 임명해 스페인 왕위계승 전쟁에 내보냈다. 공작은 스페인군을 무찔러 지금까지 영국령인 지브롤터를 빼앗았다.
앤 여왕도 오랜 전쟁에 지쳐버려 계속 전쟁을 주장하는 말버러 공작부인을 멀리했고 급기야 1710년 궁전에서 내쫓았다. 윈스턴 처칠 수상과 다이애너 전 왕비가 말버러 공작부인의 후손이다.
앤 여왕은 말년에 살이 너무 쪄 제대로 걷지 못해 휠체어를 타고 다녔다. 1714년 죽었을 때는 그의 비대한 몸집 때문에 정사각형에 가까운 관을 만들었다고 한다.
애비게일은 말버러 공작부인이 쫓겨난 뒤 여왕의 돈을 맡아 관리했다. 그러나 1714년 앤 여왕이 뇌졸중으로 죽은 뒤 애비게일도 궁에서 쫓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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