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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드 코헨 '라이브 인 더블린'(블루레이)

울프팩 2017. 6. 28. 05:57

지금은 고인이 된 캐나다 몬트리올 출신의 가수 Leonard Cohen은 외국어 표기 원칙대로라면 레너드 코헨이라고 써야겠지만 그보다는 예전 FM 방송에서 들려주던 대로 레오나드 코헨이라고 읽어야 정감있다.

1980년대 라디오 DJ들은 그의 노래를 틀면서 대체로 레오나드 코헨이라고 소개했다.

 

그를 좋아하게 된 것은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에 나온 'I'm Your Man' 음반 때문이다.

그 음반에 수록된 곡들은 첫 번째 트랙인 'First We Take Manhattan'부터 'Ain't No Cure For Love' 'Everybody Knows' 'I'm Your Man' 'Take This Waltz'까지 대부분의 곡들이 귀를 사로잡았다.

 

당시 그 음반에서 최대 히트곡인 'I'm Your Man'은 워낙 유명해 CM이나 코미디 프로에도 등장할 정도로 널리 쓰였다.

코헨 특유의 굵고 깊은 저음과 멜로디 라인, 가사 등이 잘 어울린 덕분이다.

 

코헨의 매력은 뭐니뭐니 해도 저 밑바닥에서 울리는 듯한 깊이 있는 저음이다.

읊조리듯 낮게 깔리는 그의 저음 속에는 고독한 사나이의 쓸쓸함이 짙게 배어 있어서 마치 끝모를 심연을 대하는 듯하다.

 

마치 동굴에서 울리는 듯 그렁그렁한 저음에 취해 그의 음반을 꽤나 많이 들었다.

코헨은 시인이자 소설가이며 배우, 작사 작곡을 직접한 음악가이다.

 

흔히 밥 딜런을 노래하는 시인이라고 말하지만 코헨이야말로 진정한 음유 시인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시집을 내고 노래를 불러서 음유 시인이라는 것이 아니라 인생사에 여러 일들을 나름 통찰력 있는 노랫말로 만들고 멜로디를 붙여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전달하는 일을 꾸준히 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그는 1956년 시인으로 등단했고 1963년에 소설도 썼다.

1967년에 처음 음반을 내며 가수로 데뷔했고 이후 배우가 돼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다.

 

이후 그는 죽기 얼마전까지 전세계 공연을 하며 세상에 그의 목소리를 전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참으로 꾸준하면서도 정성스런 음악인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순정파였다.

그는 2015년 7월 임종을 앞둔 평생의 연인이었던 마리안느 일렌에게 "당신을 곧 따라가겠다"는 편지를 보냈다.

 

코헨의 편지를 받고 눈물을 흘린 일렌은 이틀 뒤 세상을 떠났다.

원래 일렌은 코헨의 여자친구를 빼앗아간 어느 작가의 아내였다.

 

그리스의 히드라섬에서 소설을 쓰며 실연의 아픔을 달래던 코헨은 일렌을 만나 사랑에 빠졌다.

여러 가수들이 불러서 유명한 코헨의 명곡 '할렐루야'(hallelujah)는 일렌에게 영감을 받아 만든 노래다.

 

그토록 일렌을 사랑한 코헨은 10년간 함께 살다가 헤어졌다.

코헨은 일렌이 죽고 나서 1년 뒤인 2016년 11월에 82세 나이로 잠자다가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라이브 인 더블린'(LIVE IN DUBLIN, 2014년) 실황 블루레이는 이제 더이상 코헨의 모습과 목소리를 보고 들을 수 없기에 반갑고 소중한 타이틀이다.

이 타이틀은 코헨이 2013년 9월 아일랜드 더블린의 O2 아레나에서 가졌던 공연을 담고 있다.

 

코헨은 무려 3시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그의 대표적인 히트곡들을 불렀다.

'Dance Me To The End of Love' 'Everybody Knows' 'I'm Your Man' 'Take This Waltz' 'First We Take Manhattan' 'Famous Blue Raincoat' 'Hallelujah' 'Save the Last Dance for Me' 등 무려 30곡의 노래들을 들을 수 있다.

 

아무래도 그의 음악 스타일이 요란하지 않은 만큼 공연드 그런 분위기다.

전반적으로 무대가 단조롭고 심심한 편이지만 연주자들 앞에서 모자를 벗고 경의를 표하며 무릎을 꿇고 노래를 부르는 그의 모습에서 위대한 음악가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다.

 

무대 한 켠을 지킨 탄탄한 연주자들의 뛰어난 반주도 빼놓을 수 없다.

하몬드 B3 건반을 현란하게 두드린 닐 라르센, 아름다운 바이얼린 연주를 선보인 알렉스 버블리치, 12줄 기타의 달인 하비에르 마스, 묵직한 베이스의 로스코 벡, 코헨의 목소리와 잘 어울리는 기타 연주를 해 준 미치 왓킨스 등이 코헨의 밴드로서 함께 했다.

 

여기에 리듬감이 뛰어난 샤론 로빈슨과 오래전부터 코헨의 공연에 함께 한 웹 자매가 이번에도 변함없이 백 코러스로 뒤를 받쳤다.

전체적으로 안정된 연주와 코러스가 뒷받침한 가운데 코헨의 관록이 돋보이는 공연이다.

 

1080p 풀HD의 1.78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무난한 화질이다.

최신 영화 타이틀과 비교하면 떨어지지만 공연물 치고는 괜찮은 편이다.

 

프로젝터로 본 대화면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는데 PC에서 보면 경우에 따라 계단 현상이 보이기도 한다.

돌비트루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두드러지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곱고 부드러운 소리는 코헨의 그윽한 저음을 잘 살렸다.

부록으로 3곡의 보너스 트랙이 들어 있다.

 

부록 모두 HD 영상이다.

자막은 수입 타이틀어어서 한글자막이 없고 영어 자막을 지원한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더블린 공연에 맞춰 아일랜드 국기를 상징하는 색깔로 무대를 꾸미고 시작한다. 코헨은 한때 캘리포니아에 있는 절에서 5년간 선불교를 수행하기도 했다.

눈을 지긋이 감고 노래를 부르는 코헨. 그는 눈을 자주 감는다. 그는 2000년대 중반 매니저가 돈을 횡령해 500만달러 이상 빚을 져 파산신청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2008년 이를 해결하기 위해 투어 공연을 시작했다.

전체적으로 노래가 읊조리는 듯한 저음이 돋보여서 그런 지 무대 위에서 자주 무릎을 꿇고 노래를 부른다.

하몬드 B3 일렉 올갠 소리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연주는 닐 라르센이 맡았다.

뛰어난 12줄 기타 연주 솜씨를 보여준 하비에르 마스. 연주자들도 코헨처럼 노익장들이 많다.

코헨은 1968년 내놓은 1집에서 'Suzanne' 'So Long, Marienne' 등이 히트하며 이름을 알렸다. 특히 2집에 들어 있는 'Bird on the Wire' 'Nance' 등은 그의 대표곡이 됐다.

연주자들을 소개하며 모자를 벗어든 채 경의를 표하는 코헨. 새삼 노익장의 마음 씀씀이를 느낄 수 있는 장면이다.

객석을 가득 메운 관중들이 뜨겁게 호응하고 있다.

연주자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노래하는 코헨. 그의 노래 가운데 'Nancy'는 한때 국내에서 금지곡이었다.

이전 공연에서도 함께 했던 웹 자매가 이번에도 백 코러스로 참여했다.

윤설하는 코헨의 노래 'Dance Me to The End of Love'를 우리말로 바꿔서 '벙어리 바이얼린'이라는 제목의 노래로 불렀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Leonard Cohen (레너드 코헨) - Live In Dublin
Leonard Cohen
Leonard Cohen (레너드 코헨) - Live In Dublin (2013년 9월 12일 더블린 O2 아레나 라이브)
Leonard Co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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