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레이디스 앤 젠틀맨

울프팩 2005. 6. 16. 23:39

기발한 방법으로 보석상을 털어온 도둑 발렌틴(제레미 아이언스 Jeremy Irons).
어느 날 뜻한 바가 있어 모든 것을 버리고 요트를 조종해 모로코로 떠난다.

매혹적인 목소리의 재즈 가수 제인(파트리샤 카스 Patricia Kaas).
자신의 애인과 동료가 사랑에 빠진 것을 알고 배신감에 역시 모로코로 떠난다.

모로코에서 만난 전혀 상관없는 두 사람은 공교롭게 부분기억상실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다.
느닷없이 인생의 일부분을 기억하지 못하는 두 사람은 이를 치료하기 위해 모로코 성지를 방문하며 사랑을 느낀다.

훗날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헤어진 두 사람, 과연 서로를 알아보고 기억할 수 있을까.
'신사 숙녀 여러분'이라는 희한한 제목을 가진 '레이디스 앤 젠틀맨'(and Now...Ladies and Gentelmen, 2002년)은 1966년 '남과 여'로 일약 국제적 명성을 얻은 클로드 를르슈(Claude Lelouch) 감독 작품이다.

그러고 보니 30여 년 후 만든 이 작품의 제목도 복수의 '남과 여'인 셈이다.
언뜻 보면 잔잔한 러브스토리이지만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좋아한다.

서늘한 느낌의 모로코 풍광과 여유롭게 여백을 둔 촬영,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좋아하는 가수 파트리샤 카스가 여주인공을 맡았기 때문이다.
거기에 카스가 직접 노래까지 부른다.

내용을 떠나 그림과 노래만으로도 행복한 작품이다.
2.35 대 1 애너몰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 영상은 황갈색과 청색이 주를 이루는 색감을 잘 살렸다.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전체적으로 푸근하고 편안한 편.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도둑 빈센트를 연기한 제레미 아이언스.
'프랑스의 국보'로 불리는 가수 파트리샤 카스. 애인과 친구의 배신으로 사랑을 잃게 된 가수 제인을 연기했다.
도둑맞은 보석상에게 사죄의 의미로 스포츠카를 선물할 정도로 빈센트는 엉뚱하다.
제목은 엉뚱한 빈센트가 모로코로 떠날 때 몰고 가는 배의 이름.
영화의 절반은 빈센트, 나머지는 제인의 이야기로 진행된다. 특히 제인의 이야기는 뮤지컬처럼 파트리샤 카스의 노래로 구성돼 있어 귀를 즐겁게 한다. 그가 부른 'If you go away'를 듣노라면 처연함에 가슴이 서늘해진다.
클로드 를르슈는 감성만큼은 늙지 않았나 보다. 마치 현대판 '남과 여'를 보는 느낌이다.
이런 장면 좋아한다. 듬성듬성 구멍이 뚫린 지붕 사이로 햇살이 비처럼, 또는 점처럼 스며들고 그 아래 사람이 멍하니 앉아 있거나 서 있는 장면을 보노라면 덩달아 나른해진다. 펠리니 감독의 '달콤한 인생'에도 유사한 느낌을 주는 장면이 나온다.
모로코의 풍광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이 작품의 또 다른 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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