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마파도

울프팩 2005. 6. 25. 10:05

추창민 감독의 데뷔작 '마파도'(2005년)는 생각보다 준수하다.
싸구려 영화를 연상케 하는 포스터 때문에 눈길이 가지 않았으나 의외로 시나리오의 아귀가 딱딱 들어맞고 웃음도 간간이 터진다.

무엇보다 능글능글한 이문식과 반듯해 보이는 이정진, 그리고 다섯 할매를 연기한 김수미, 김을동, 여운계, 김형자, 길해연의 연기가 좋았다.
아쉬운 것은 배우들의 연기를 받쳐주지 못한 조명.

서정적 영상을 제대로 살리려면 충분한 조명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현지 로케이션 사정인지 제작비 때문인지 몰라도 인물 위주의 조명에 국한된 점이 아쉽다.
덕분에 인물은 또렷해도 배경이 하얗게 나른 장면이 종종 보인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화질이 무난하다.
간혹 잡티와 이중 윤곽선이 보인다.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도 대사 전달이 또렷하다.
배경음과 효과음을 무난하게 채널별로 안배했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마음잡고 만화가게를 하며 선량하게 살아보려는 조폭 두목 신사장(오달수)은 어느 날 110억 원의 로또 1등에 당첨된다. 여기서 그는 항상 똑같은 번호를 찍는 로또 공식 중 하나를 선보인다.
그런데 1등 복권을 다방 여종업원 끝순이가 들고 사라진다. 끝순이를 찾기 위해 신사장은 30억 원을 주는 조건으로 비리 경찰 충수(이문식)와 부하 재철(이정진)을 콤비로 묶어 끝순이의 고향 마파도로 보낸다.
마파도는 총인구 5명, 그것도 할매 5명이 사는 외딴섬이다. 마파도는 실존하는 곳은 아니다.
극성맞은 할매들에게 잡혀 억척스레 일을 하는 두 사람. 섬 장면은 영광에서 촬영.
신사장 일당이 섬에 들이닥치며 위기감이 고조된다.
이 장면과 이 대사, 아주 마음에 든다. 딸을 살려달라고 무릎을 꿇고 울며 비는 벙어리 엄마를 보고 신사장은 끝순이의 목에 겨누고 있던 낫을 떨군다. 그리고 날아간 110억 원을 생각했는지 허탈하게 웃으며 한마디 한다. "바다 봐라."
끝순이가 훔쳐간 로또를 갈매기가 물어갔다는 황당한 설정. 감독은 인생이란 별거냐, 결국 네박자 인생을 얘기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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