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화

말리와 나

울프팩 2009. 2. 27. 23:19

어려서 진돗개를 키웠다.
갓 태어난 강아지때부터 늙어 죽을때까지 15년을 함께 했으니, 가족이었다.

녀석은 말은 못했지만 사람 이상이었다.
눈에 안보일 만큼 멀리 있는데도 식구들 발자국 소리를 용하게 알아듣고 대문간으로 달려나와 기다렸고, 수많은 자동차들 사이에서 아버지의 승용차 소리를 가려낼 줄 알았다.

그렇게 한 가족처럼 지내다가 녀석을 보내고 나니, 이루 말할 수 없이 가슴이 아팠다.
함께 있을 때는 좋았지만, 그 헤어짐이란 뭐라 말하기 힘들 만큼 고통스럽다.

그래서 데이빗 프랭클 감독의 '말리와 나'(Marley & Me)는 남달리 가슴에 와닿았다.
이 작품은 주인공이 라브라도 리트리버 강아지를 한 마리 구해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가족 영화다.
주인공이 키우는 '말리'라는 개는 말썽꾸러기지만 주인공 가족에게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들을 선사한다.

실제로 신문 칼럼니스트인 존 그로건이 개를 키우며 있었던 일들을 쓴 칼럼을 토대로 제작한 실화다.
그래서 '벤지' 베토벤' 시리즈와 달리 이 작품은 진솔하고 현실적이다.

개를 키운다는 것은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강아지때 혼자 놔두면 외로움에 밤새 울어대고, 신발이나 가구를 물어뜯는다.

때맞춰 밥도 줘야하고, 용변을 가리게 하려면 서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뿐만 아니라 영화에는 안나왔지만, 말리 같은 리트리버 종은 온 집 안에 눈이 온 것처럼 매일 매일 털이 끔찍할 정도로 많이 빠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는 그 이상의 기쁨을 준다.
제법 똑똑한 놈은 말귀를 알아듣는 것 같은 행동도 하고 집도 곧잘 본다.
그 중에서 가장 큰 기쁨은 인생의 좋은 친구가 돼준다는 점이다.

이 영화는 바로 그 점을 이야기한다.
키울 때 힘들고 고통스런 부분을 진솔하고 재미있게 묘사했고, 개가 주는 기쁨 또한 가슴 뭉클한 감동으로 전달한다.

특히 여러 마리의 개들이 돌아가며 연기한 '말리'는 어찌나 귀엽던 지 지금도 눈에 선하다.
개를 좋아한다면, 특히 사람을 유난히 잘 따르는 리트리버 종을 좋아한다면 놓칠 수 없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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