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비추천 DVD / 블루레이

바람의 검 신선조

울프팩 2005. 2. 4. 00:44

아사다 지로(浅田次郎)의 글은 얕은 감정에 의존한다.
'철도원'도 그렇고 '파이란'의 원작 '러브레터'도 그렇다.

억지로 울리려는 티가 역력하다.
타키타 요지로(滝田洋二郎) 감독의 '바람의 검 신선조'(壬生義士傳, 2003년)의 원작 '미부기시전'도 마찬가지다.

19세기 일본 도쿠가와 막부말 무사집단이었던 신선조의 최후를 그린 이 작품은 가난 때문에 무사 집단 신선조에 가담했다가 사무라이의 의리를 위해 죽어가는 시골 무사의 이야기를 다뤘다.
영화는 원작을 충실하게 따른다.

그렇다 보니 한마디로 신파에 가까운 시대극이 돼버렸다.
중반까지 개성 있는 캐릭터와 신선조의 칼부림을 다뤄 제법 볼 만 하나 후반부로 넘어가면 억지로 감동과 눈물을 주려는 의도가 역력해 거부감이 든다.

1.66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화질이 좋지 않다.
전체적으로 뿌옇고 샤프니스가 떨어지며 이중 윤곽선도 보인다.

DTS와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들을 만하다.
서라운드 효과가 크지 않지만 히사이시 조의 음악이 적절한 배음 역할을 하며 부드럽게 울린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신선조는 19세기말 일본의 개항으로 통치기구였던 막부가 힘을 잃으며 쏟아져 나온 무사들의 악행이 늘자 치안을 바로잡는다는 구실로 세리자와 카모 등 사무라이들이 결성한 실제 조직이다. 이들은 쇼군을 받들고 막부를 옹호하는 구체제 유지를 위한 대표적 집단으로 개항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살해하는 등 폭압적 활동을 하다가 천황군과 부딪친 하코다테 전투를 마지막으로 사라졌다. 이 작품은 신선조를 통해 일본 검도의 정수를 보여준다.
한 칼에 목을 날리는 장면이 그럴듯하다.
일본 그림엽서에 흔히 나오는 전형적 풍경. 후지산은 아니지만 눈 덮인 산을 배경으로 한꺼번에 피었다가 지는 벚꽃 잎이 흩날리는 풍경은 사무라이처럼 일본의 상징이자 정서를 그대로 대변한다.
굶고 있는 처자식을 먹여 살리려고 신선조에 가담한 시골뜨기 무사 칸이치로는 나카이 키이치가 열연했다. 나카이는 '기묘한 이야기' '올빼미의 성' 등으로 낯익은 배우다. 칸이치로는 돈을 밝히고 사투리를 쓰는 등 촌스럽지만 칼솜씨는 최고인 무사다.
최후의 전투를 위해 출전하는 신선조. 기세등등한 이들의 모습이 한편으로 안쓰럽다. 이 장면은 비슷한 분위기의 '라스트 사무라이'를 떠올리게 한다.
결국 총과 대포 앞에 칼을 뽑아 들고 달려든 신선조는 역사의 뒤안길로 비참하게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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