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지대전투

'지상최대의 작전'을 만든 켄 아나킨(kenneth Annakin) 감독의 '발지대전투'(Battle of Bulge, 1965년)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최후의 기갑전이었던 아르덴 전투, 소위 벌지 대전투를 재현한 전쟁영화다.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이후 패색이 짙던 나치 독일은 최후의 공세로 1944년 12월 16일 마지막 남은 기갑부대를 총동원해 연합군을 공격한다.

타이거 중전차로 무장한 독일 기갑군은 느슨해진 연합군 전선을 돌파해 양분시키는 데 성공했으나 연료 등 후속 지원의 부족으로 예봉이 꺾인 상태에서 급기야 패튼(George Patton Jr.) 장군의 반격을 받아 주저앉고 만다.
이 전투의 패배로 독일은 서쪽의 연합군과 동쪽의 소련군 등 양수겸장을 맞아 급기야 패망하게 된다.

영화는 방대한 물량 공세로 당시 상황을 충실히 재현했으나 고증에 문제가 좀 있다.
당시 독일 최강의 전차였던 타이거나 미군의 셔먼을 구할 수 없어 미군 전차에 마크만 철십자를 그려 넣는 방법으로 영화를 촬영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 기갑부대 지휘관으로 나온 로버트 쇼(Robert Shaw)의 연기가 훌륭했고 벤자민 프랭클의 음악이 아주 뛰어났다.
특히 로버트 쇼를 감동시킨 독일 소년병들이 부르는 기갑군 군가는 남자들만 느낄 수 있는, 남성성을 자극하는 묘한 감동을 준다.

이 영화에 나온 나치 독일의 기갑군가는 우리 육군에서도 기갑부대 군가로 쓰였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화질이 무난하다.

잡티와 스크래치가 보이고 암부도 어둡지만 제작연도를 감안하면 이해할 만하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지만 서라운드 효과를 느낄만한 부분이 거의 없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독일 기갑부대 지휘관으로 나온 로버트 쇼.

로버트 쇼는 소집된 기갑부대 병사들이 모두 나이 어린 소년들인 것을 보고 실망한다. 그때 그의 등 뒤에서 나지막이 소년병이 기갑군가 판저리트를 부르기 시작한다. 이어 하나둘 목소리가 늘고 전체 병사들이 발을 구르며 힘차게 군가를 부른다. 어느새 로버트 쇼도 따라 부르며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얻는다. 남성성의 매력을 노래 한 곡으로 집약해 보여준 이 영화의 명장면이다. 이 노래 때문에 OST를 샀을 만큼 매력적이다. 나치 독일군의 군가였던 이 노래는 우리 육군에서도 가사를 번안해 기갑군가로 썼다.

미군 정보장교로 나온 헨리 폰다와 보병부대를 지휘하는 찰스 브론슨.

미군으로 위장한 독일군의 강하엽병단 팔슈름야거도 등장.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사나이로 꼽혔던 스코르체니가 이끌었던 팔슈름야거는 당시 최강의 공수부대였다.

TV시리즈 '형사 코작'의 주인공 테리 사발라스가 미군 전차장으로 등장.

미군 전차에 철십자를 그려 넣어 독일 전차로 둔갑시켰지만 실제 탱크가 등장하는 전차전의 박력은 대단하다.

종전 후 문제가 된 말메디의 학살. 무장친위대는 사로잡은 미군 포로들을 말메디의 숲 속에서 집단 처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