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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배트맨2(4K 블루레이)

울프팩 2019. 8. 29. 06:00

팀 버튼 감독의 '배트맨2'(Batman Returns, 1992년)는 '배트맨 다크나이트' 시리즈 이전에 나온 작품들 가운데 가장 어둡고 비극적이면서 극단적으로 희화적이다.

기형 때문에 버림받은 존재인 비극적인 악당 펭귄맨과 배트맨 못지 않은 사랑을 받은 캣 우먼이 등장한다.


원작 만화에 등장하지 않는 펭귄맨의 불우한 어린 시절을 집어넣어 악당의 인간적 배경을 강조해 우울하게 만드는 부분과 서커스단의 광대, 뒤뚱거리는 펭귄들이 악당으로 등장하는 블랙 코미디에 가까운 장면들은 서로 대치되면서도 상호 보완을 해준다.

마치 '슬리피 할로우'나 '스위니 토드'의 캐릭터들처럼 어둡고 음울하기 그지 없다.


그만큼 펭귄맨이나 캣우먼은 배트맨에 맞서는 악당이지만 장애인이나 여성 등 사회적으로 약자를 대변하는 이중성을 갖고 있다.

과연 이들만 응징하고 사회의 구조적 문제는 도외시한 배트맨의 폭력이 정의로운 것인지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극단적인 대조는 기발하고 기괴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팀 버튼의 팬들에게 사랑을 받았지만 결국 3편을 그가 맡을 수 없게 만든 원인이 됐다.

아마도 팀 버튼이 계속 시리즈를 만들었다면 배트맨은 점점 더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자아분열증 환자처럼 보이지 않았을까 싶다.


이 작품에서도 배트맨은 이중성에 대한 끝없는 고민과 연민을 느끼는 존재로 묘사됐다.

따라서 이 작품은 팀 버튼의 색깔이 가장 확실한 배트맨 시리즈가 됐다.


전편이 제대로 다듬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어두운 영웅의 탄생을 알린 작품이라면 2탄은 영웅의 완성된 모습을 보여줬다.

스틸북으로 나온 4K 타이틀은 4K와 일반 블루레이 등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2160p U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화질이 괜찮은 편이다.

무엇보다 윤곽선이 깔끔하고 디테일이 좋아져 1편보다 많이 개선됐다.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음향은 요란한 굉음이 사방 스피커를 가득 채우며 확실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부록으로 팀 버튼 감독의 음성해설과 제작과정 등이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2편에서는 고담시가 파시스트적이고 날카로운 선을 강조한 형태로 바뀌었다.

처음으로 배트맨이 스스로 마스크를 벗고 정체를 드러냈다. 브루스 웨인은 어려서 부모를 잃고 정신적인 상처를 입었다는 점이 '시민 케인'의 케인과 닮았다.

팀 버튼은 원래 '배트맨2'를 찍을 생각이 없었다. 굳이 속편을 만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 '가위손'을 만들고 쉬던 중 제작사인 워너에서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해보라"는 설득에 감독을 맡게됐다.

"훌륭한 인물들은 항상 음과 양, 양면성이 있다." 팀 버튼 감독의 생각이다. 배트맨도 그렇다.

1편의 배트맨 의상이 근육을 강조했다면 2편의 복장은 매끄러운 선을 강조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팀 버튼은 항상 작품 속에 눈이나 겨울 풍경을 집어넣으려고 한다. LA의 워너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이 작품은 실제 펭귄을 동원하는 바람에 실내 온도를 늘 1도 정도로 낮춰놓았다.

배트맨보다 더 두각을 나타낸 캐릭터는 캣우먼이다.

원래 캣우먼은 아네트 배닝이 캐스팅돼 의상 제작까지 마쳤으나 임신을 하는 바람에 미셀 파이퍼에게 넘어갔다.

전형적인 팀 버튼 스타일의 악당 펭귄맨. 원작 만화와 다른 모습으로 설정된 펭귄맨은 대니 드비토가 연기. 

대니 드비토는 45kg의 실리콘 의상을 입고 얼굴에 보형물을 붙인 뒤 의치와 구강청정제로 검은 침을 만들었다.

집사 알프레드는 원작 만화에 외과 군의관 출신으로 설정돼 있다. 그래서 배트맨의 부상을 치료해준다.

펭귄맨 시체를 나르는 펭귄과 미사일을 발사하는 펭귄은 로봇 및 사람이 기계 장치를 부착한 탈을 쓰고 연기했다.

CG와 로봇 펭귄, 실제 펭귄이 섞인 장면. 팀 버튼은 펭귄을 좋아해 실제로 몇 마리 기르기도 했다.

팀 버튼은 "모든 악당들은 비극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항상 괴물이나 악당 편을 든다. 

엔딩의 캣우먼 뒷모습은 미셀 파이퍼를 그대로 흉내내 만든 로봇이다. 미셀의 일정 때문에 촬영을 할 수 없어 로봇으로 뒷모습만 찍었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배트맨 (2 Disc 4K UHD 스틸북, 한정수량) : 블루레이
배트맨2 (2 Disc 4K UHD 스틸북, 한정수량) : 블루레이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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